Installation view of 《Phantom Footsteps》 © Kukje Gallery

국제갤러리는 사회 속에서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급진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들을 개인적 삶의 실천적 문제로서 천착해 온 작가 함경아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그녀의 첫 국제갤러리 개인전으로, 2관 및 3관에 걸쳐 대규모 신작 자수회화 시리즈를 선보인다.

K2에 전시되는 추상적인 이미지들은 해체된 형상과 군사적 위장술을 연상시키는 위장된 은유적 단어, 그리고 대중가요 가사들이 혼합된 화려한 색채의 작품들로 구성되어있다. 이 작품들 속의 이미지들은 은연중에 지배권력에 대한 모종의 비평적 암시들을 내포하고 있는데, 디지털 픽셀을 강조하거나 포토샵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와해시키고 재구성함으로써 작가는 사회 구조 속에 반영된 개인의 기억들 및 감정의 편린들의 비-가시적 측면들을 시각화하고 있다.

함경아의 작품들 속의 모티브들은 희대의 시대적 사건들이 개인의 사적인 경험과 조우하였을 때 초래되는 흥미로운 연상들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이 모티브들을 통해 한국의 정치적, 역사적 상황들 속에서 사회로부터 번번이 무시되거나 묵인되어온 진실들을 재조명하고, 희화화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사태의 본질을 드러낸다. 함경아는 현상에 대한 복잡한 논쟁을 보류하는 대신 기존의 표상들에 새로운 해석의 층위들을 투영하고 양가적인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병치시킴으로써 사태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복하는 새로운 평면을 구성한다. 최근에는 이를 작품제작과정의 일환으로 포용함으로써 다시 창조적 구조 안에 흡수하는 과정을 취하고 있다.


Installation view of 《Phantom Footsteps》 © Kukje Gallery

그녀의 자수회화 작업은 2008년 작 〈Flyer/Byongpoong Bill 01/ 병풍 삐라 1〉으로부터 시작하였으며, 2009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탄 폭발을 찍은 사진을 손자수로 제작한 〈Such Game〉 연작을 제6회 아시아-태평양 트리엔날레에서 선보이면서 본격화되었다. 이후 〈Some Diorama〉와 〈Some Sunday Morning〉에서는 전쟁에 관한 역사적이며 동시대적인 이미지들 및 출판물들과 인터넷 등지에서 수집한 자료들의 콜라주를 제작한 뒤, 이를 북한으로 전달하여 손자수로 제작했다. 이 작품들은 제작을 하는 북한주민들과의 대안적인 소통을 이루어내었으며, 이를 통해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산출하는 욕망을 둘러싼 직간접적인 관계들을 제작과정에 투영해내었다.

특별히 K3에는 총 5개의 대규모 샹들리에 이미지의 자수 회화 연작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섯 개의 도시를 위한 샹들리에〉가 설치된다. 작가노트의 일부를 인용하자면, 어느 날 작가는 우연히 TV를 통해 나오는 북한 카드 섹션 광경을 보게 된다. 당시 그 광경은 선전용 문구를 포함, 김일성의 얼굴을 위시한 다양하고 놀라운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내 섹션의 한 장면인 권총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이를 기록하는 방송카메라가 클로즈업하는 찰나, 당시 컬러차트를 쥐고 있던 소년 중 한 명이 잠깐 얼굴을 내보이고는 재빠르게 컬러차트 뒤로 몸을 숨겼다. 소년이 앞에서 지휘하는 자의 사인을 보기 위해 얼굴을 보이고는 다시 컬러차트 뒤로 숨었던 그 시점은 그 소년이 전체 권총 이미지의 한 픽셀이 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북한은 중국과 구 소련의 통제 하에, 남한은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는 것으로 종결되어 사실상 한반도는 분단으로 귀결되었다. 연작은 이 한반도의 모습, 곧 우리의 역사와 운명이 자국민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제국주의 열강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 결정된 사건을 환기한다. 작가가 그린 이미지를 바탕으로 수공으로 자수를 놓은 이들은 실제로는 조우할 수 없는 북한 여성들이다. 이 연작의 제작 과정은 이들의 존재와 남북 분단의 긴장과 갈등, 그리고 반세기전 역사 속에서 강대국들의 힘의 이데올로기가 파생시킨 현실의 지도를 드러낸다.

이 화려한 샹들리에는 세계사의 중심이었던 열강들의 문화적 영향력과 그들의 사회적 공간을 연상시킨다. 마찬가지로 그것이 공중에 흔들리거나 바닥에 추락한 상태는 거대 권력, 이념이나 담론의 불완전성, 추락이나 붕괴를 은유한다고 볼 수 있다. 작가에 따르면, 희미한 불빛과 연약하게 무너진 샹들리에 이미지는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는 이념적 갈등과 분단 상황, 그것들을 둘러싼 역설적 관계들을 시사한다. 특히, 이 연작에서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화려한 샹들리에지만 이 이미지의 이면에는 한 픽셀, 한 땀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바친 북한의 자수 공예가들과, 그것이 함축하는 분단의 역사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의 고통이 숨겨져 있다. 마치 컬러차트 뒤에 있던 숨어있던 소년처럼. 이것이 바로 샹들리에의 형태를 형상하는 선을 사라지게 하고, 색과 픽셀, 곧 실과 한 땀으로만 보일 때까지 확대하여 디자인하게 된 이유이다

때문에 자수 회화는, 주제에 있어 형태와 내용 사이에 명백한 괴리가 존재할 뿐 아니라 여기에 덧붙여 복잡다단한 작품 제작의 과정이 수반됨에도 불구하고, 동시대미술로서의 실험적 성격을 띰과 동시에 미학적이고 감각적인 회화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미묘한 형태로 양식화되었다. 그녀의 작업은 이미지로서의 층위를 벗어나 사실적인 의미가 다른 층위들로 번져갈 때 그 본질적인 미학적 탐구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