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헤드는 내년 1월 25일까지 김주리, 안경수
작가의 2인전 “무덤들”을
개최한다. 각각 회화와 조각 매체를 다루는 안경수와 김주리는 도시에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죽음’과 ‘소멸하는 삶’을 지속적으로 주목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구체적인 ‘막’과 ‘물질’을 통해 무너지고 지워지는 일상 속 대상을 마주하게 한다.
전시 “Pluto”는 오늘날 죽음을 배제하고 외면하는 도시의
모순을 떠올리며, 전시 안에 ‘무덤’을 자처하는 장면을 가설한다. 막,
칸, 물질, 부피로 들어선 이 장면을 통해 죽음의
일상성, 삶의 유한성을 함께 사고하길 제안한다.
흙의 작용을 일종의 은유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해되는 장소의
죽음과 생명력을 드러냈던 김주리(b. 1980)는 이번 전시에서 같은 재료를 가마에 굽거나 단단하게
다지고, 또 주형하는 등의 방식을 선보인다.
작가는 생명과 죽음,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또 이전의 소멸과 흔적을 다시 물질화하듯 형체를 고정하고 모종의 영속성을 끌어낸다. 이 과정은 단순한 조형의 완성을 넘어 치열한 몸과 의식의 개입을 동반하고, 시간과
물질, 기억과 망각은 더욱 선명한 지속 안에 교차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안경수(b. 1975)는 어떤 장면/대상을 ‘다시 그린다’. 여기서 ‘다시 그리기’는 단순히 지우기나 덮어쓰기가 아니라, 잔존하는 기록을 다시 새기는 행위에 가깝다. 보광동 재개발 지역을
꾸준히 기록하며 회화로 옮겨온 작가는 전시장 한쪽 벽에 또 다른 공간, 보광동의 어느 “유치원과 화원”을 들여온다.
두 작가의 작품들은 사라짐을 재인식하며 자기 내외부의 존재들과 그 소멸을 되짚어 보도록 한다. 전시에서 ‘무덤’은 생물학적인
죽음이라기보다 ‘살아있는 죽음’, ‘죽어있는 삶’의 역설을 중재하는 장소다. 그것은 죽음을 거부하고 은폐하는 도시의
논리 대신, 오늘의 궁핍을 초과하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