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큐브 서울은 미노루 노마타(b. 1955)의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映遠 – Far Sights”을 3월 2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미노루 노마타는 ‘숭고’의 미학을 통해 인간의 생각 또는 우주의 무한한 확장성을 탐구한 회화와 드로잉 작품들을 선보인다.
일본어로 ‘먼 광경을 투영하다’라는 뜻의 전시 제목 “映遠”에서 미루어 알 수 있듯, 노마타는 지구와 우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낮은 수평선 위로 높이 솟은 고요하고 웅장한 수직적인 구조물들을 그렸다. 노마타는 정밀주의 화가 찰스 실러(Charles Sheeler), 바우하우스의 거장 라이오넬 파이닝거(Lyonel Feininger)의 작품부터 옵아트의 착시효과, 상징주의와 아르데코 양식 등에서 영향을 받은 풍경을 화폭에 담아 왔다. 또한, 일본 건축 과정에 내재된 해체와 재구축의 반복적인 사이클을 작품에 반영하는데, 노마타는 이러한 자신의 작품에 “현재, 과거, 미래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자포니즘(Japonism)과 동양 미학에 영향을 받은 1990년대 초기작 ‘Eastbound’ 연작부터 20년간 구상한 시공간과 관점의 불확실성을 포용하면서도 구체적이면서 원론적인 현실을 다룬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특히, 부드러운 갈색 톤의 콩테 크레용으로 표현한 ‘Far Sights’ 연작은 작가의 조촐한 작업실에서 탄생되었는데, 그 곳에서 작가는 다도를 위한 공간 ‘차시츠(茶室, 차실의 일본어 발음)’를 떠올리며 비좁은 환경에서 상상력이 이끌어내는 무한한 가능성과 끝없이 이어지는 우주의 광활함이 조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중세 시기의 도상과 르네상스 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색연필, 파스텔, 목탄을 사용해 강한 키아로스쿠로(명암법)와 같은 고전 기법을 사용한 ‘Seeds’ 연작을 만나볼 수 있다. ‘Rectangular Drawings’ 연작과 2010년대 중반 제작한 ‘Ghost’ 연작에는 이미 철거되어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건물들의 환영을 담아내고 있다. 무형의 토대 위에 뒤집힌 듯한 형태로 서 있는 구조물들은 공중에 떠 있는 요새나 꿈꾼 뒤의 잔상을 연상시킨다.
식별할 수 있는 표식이 없는 노마타의 고요한 풍경화는 핵무기로 인한 파괴의 위험과 그에 대비되는 우주의 무한성, 꺼질 줄 모르고 빛을 뿜어내는 인공조명과 꾸준히 뜨고 지는 일을 반복해온 태양의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절대적인 무한함에 맞서는 인간의 허무한 열망을 조명한다.
미노루 노마타는 도쿄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1979년 도쿄예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광고회사에서 근무하였다. 5년 후 회화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퇴사 후 1986년 사가초 갤러리에서 데뷔전 ‘STILL – Quiet Garden’을 열었다. 이후 도쿄 메구로구 미술관(도쿄, 1993), 도쿄 오페라 시티 아트 갤러리(도쿄, 2004), 군마 현대미술관(군마, 일본, 2010), 드 라 워 파빌리온(벡스힐-온-시, 영국, 2022), 도쿄 오페라 시티 아트 갤러리(2023)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노마타는 최근까지 도쿄의 조시비 미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