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Over” Installation view at ThisWeekendRoom ©ThisWeekendRoom

디스위켄드룸은 2인전 “플립 오버”를 2월 17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각각 독일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두 작가, 필립 로에쉬와 홍성준의 그리기 방식에 숨은 양가성의 힘을 살핀다. 두 작가는 형상과 물성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앞선 세대가 만들어 놓은 문화와 논리의 굳건함을 해제하고 그 사이에서 갱신된 시각 어휘를 발굴해 내는 데 관심을 둔다.

필립 로에쉬는 수학 공식이나 과학적 명제, 문화적 기원을 나타내는 기호를 자신의 미적 차원으로 옮겨내는 회화, 조각, 설치 작업을 해왔다. 그는 주로 돌의 표면 혹은 책의 빈 페이지 위에 그리스 문명, 도나텔로, 미니멀리즘, 색채 등을 다룬 책의 페이지 일부를 끈질기게 그려낸다. 그의 작품은 책이 함의하는 권력과 역사의 무게를 반증하는 동시에 이를 미지의 대상으로 전환한다. 그는 명징한 원리나 해답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논리적 구조 사이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며, 단단한 표면과 무거운 질량에 봉인된 문자를 넘어 더 많은 문화적 다양성과 조형적 상상의 여지가 작업의 안으로 흡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과거 예술의 유산이 정의 내렸던 가치의 기준들을 무력화한다.

반면 얇고 가벼운 홍성준의 일루전은 회화가 상연하는 것들이 수많은 공산품 재료의 조합으로 산출되는 것임을 인지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다양한 미디엄을 동원해 매끄럽고 얇거나 반투명한 막이 겹친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그려내며 평평한 캔버스 단면과 그것을 구성하는 물성의 조건을 넌지시 드러내 왔다. 나아가 캔버스 위에서 회화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물질이 스스로 사실(pragma)로서 존립할 수 있는 형태를 고안하기 시작하여, 물질 그 자체로부터 다시금 이미지를 얻어내기도 하는 양극의 메커니즘을 회화적 언어를 사용한다.

필립은 미술과 문화의 기준을 공고히 만드는 문자와 시각 기호의 축적을 그리기를 통해 파헤치며, 홍성준은 끊임없이 발견되는 새로운 회화 원재료의 특성을 동시대의 환경적 특성으로 확장시키면서 시각적 재현과 신체적 경험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한다. 이렇듯 두 작가는 이미지의 재현을 이행하면서도 반대 면으로 화면을 휙 뒤집어(flip over) 해묵은 담론의 신성함을 상쇄할 물리적 결합과 변주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