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손갤러리는 엄정순 작가의 개인전 “흔들리는 코끼리”를 3월 1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본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코끼리의 비유를 통해 작업한 드로잉, 회화, 사진, 조형 등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보는 것’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을 코끼리의 비유에서 찾는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우화와 한반도에 들어온 첫 번째 코끼리의 역사적 사건을 작품의 주요 서사로 삼는다. 또한 코끼리가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라는 이방의 생명체로서 우리의 편견에 대한 사유를 작업에 담는다. <코 없는 코끼리>(2022)는 ‘다름’의 모습을 포용한 작품으로 2023 광주비엔날레에서 ‘박서보 예술상’에 선정되며 크게 주목받았다. 이를 통해 결핍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공유하며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였다.
“흔들리는 코끼리”는 작가가 코끼리에 관한 두 개의 서사를 연결하여 서로 다른 시공간적 순간들이 공존하고 상호 영향을 미치는 시간 개념을 시각화한 전시이다. 시간 이미지를 관통하는 것은 ‘흔들림’으로 작업 속에 등장하는 코끼리, 새 그리고 사진 속 풍경을 흐릿하게 하거나 생략하여 기존과 다른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흔들림의 표상은 ‘움직이는 것은 살아있는 것’이란 존재의 변화하는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대상의 새로운 의미나 정체성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뜻한다.
엄정순(b.1961)은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작가는 약 600여 년 전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처음으로 들어온 코끼리가 전라도 끝 장도로 유배되는 수난의 여정을 따라가는 작업을 하면서, 그 경로 선상의 도시에 사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학고재(서울, 2003), 아키라 이케다 갤러리(나고야, 일본, 1997)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제14회 광주비엔날레(광주, 2023), “Afforable Art Fair”(DDP, 서울, 2016), “코끼리 주름 펼치다”(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15) 등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박서보 예술상을 수상하였으며, 엄정순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민속미술관, 삼성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