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상 (b.1958) - K-ARTIST
김택상 (b.1958)

김택상은 중앙대학교 회화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청주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20년 정년퇴임 이후 작가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김택상은 1994년 토탈미술관을 시작으로 카이스갤러리(2001, 2004, 서울), 타구치 파인 아트(2006, 2008, 2010, 2014, 2023, 도쿄), 아소 갤러리(2010-2024, 대구), 리안갤러리(2019-2024, 서울·대구), 리만머핀(2022, 팜비치), 조현화랑(2026, 부산 예정)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이어오고 있다.

그룹전 (요약)

그는 국립현대미술관(2001, 2012), 서울시립미술관(2004), 대구미술관(2023), 가와무라기념미술관(2009, 지바), 칭화대학교 미술대학 시각예술센터(2018, 베이징), 센터 파스콰트(2006, 스위스), 리만 머핀(2023, 서울), 에스더 쉬퍼(2023, 서울·베를린)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및 갤러리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확장해왔다.

작품소장 (선정)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리움미술관, 토탈미술관, 수원아이파크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을 비롯하여 요코가와전기, 워커힐호텔, 포시즌스호텔 등 국내외 기관과 기업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주제와 개념

김택상의 회화는 색을 다루는 작업이 아니라 빛을 인식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작업에서 출발한다. 초기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회화를 제작했지만, 옐로스톤 화산 분화구의 물빛을 목도한 이후 그의 관심은 대상의 의미에서 자연 현상의 작동 방식으로 이동하였다. 물, 공기, 중력, 시간 같은 비의도적 요소들을 회화 제작에 도입하여, 그의 작업은 표현에서 조건으로, 재현에서 생성으로 전환된다.
 
그는 특정 색을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빛과 표면이 맺는 관계 속에서 색이 발생하는 구조를 만든다. 우리가 사물을 일정한 색으로 인식하는 것은 개념적 인지이지만, 그의 회화는 그러한 개념 이전의 상태, 빛의 미세한 반사와 변화를 드러내려 한다. 이러한 태도는 색을 고정된 속성이 아닌 관계적 사건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그의 작업은 단색화의 계보 속에서 논의되지만 동일한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단색화가 재료의 물성과 수행성을 통해 정신성을 드러냈다면, 김택상은 자연의 작용 자체가 화면을 형성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인간의 의도를 최소화한다. 그는 회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위계를 재조정하며, 회화를 하나의 수행이 아닌 환경적 사건으로 전환시킨다.
 
그가 자신의 회화를 ‘담화(淡畵)’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淡)은 옅음이나 절제를 의미하는 동시에 불순물이 제거된 상태를 가리킨다. 그의 회화는 감정이나 서사를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스스로 드러나기 위한 조건을 정화하는 과정이며,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재현의 회화가 아닌 생성의 회화로서 독자적 정체성을 형성한다.

형식과 내용

김택상의 회화는 물에 극소량의 안료를 풀어 캔버스에 붓고 건조시키는 과정을 수십에서 수백 번 반복하여 만들어진다. 침전과 건조가 반복되면서 화면에는 미세한 층과 간극이 형성되고, 그 사이에서 빛이 산란하며 색이 나타난다. 이 색은 칠해진 것이 아니라 축적된 시간의 결과이며, 화면은 물질이 아닌 상태로 경험된다.
 
작가는 붓질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빛이 스며들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다. 얇게 겹쳐진 층들은 서로를 지우고 드러내며 일정한 형태를 갖지 않는 진동을 만든다. 이 진동은 보는 위치와 조명에 따라 달라지며, 하나의 작품이 여러 상태로 경험된다. 화면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하는 조건이 된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우연과 통제 사이의 긴장이다. 작가는 과정에 개입하지만 결과를 결정하지 않는다. 물의 흐름, 공기의 습도, 중력, 계절의 변화가 화면을 완성하고 작가는 그 발생을 조율한다. 이러한 방식은 회화를 작가의 행위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공동 생산물로 만든다.
 
결과적으로 그의 화면은 색면 회화와 유사해 보이지만 내용은 다르다. 색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요소가 아니라 빛이 머무는 밀도를 드러내는 장치이며, 회화는 표면이 아니라 공간처럼 작동한다. 관람자는 이미지를 읽기보다 시간의 축적과 감각의 변화를 체험하게 되고, 화면은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감각적 환경으로 확장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택상은 30여 년 동안 동일한 회화 제작 방식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반복이 아니라 축적에 가깝다. 각 작품은 이전 작업의 변주이며, 시간 속에서 조금씩 이동하는 하나의 긴 과정의 일부처럼 이어진다. 이 지속성은 스타일의 고정이 아니라 조건의 탐구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회화는 자연의 시간 구조를 따른다. 나이테가 형성되듯 층이 쌓이고, 그 사이의 간극이 빛을 만들어낸다. 작품은 완성된 이미지라기보다 시간의 흔적이며, 하나의 표면 안에 여러 시간들이 공존한다. 따라서 작품은 제작 순간에 멈추지 않고 전시 공간의 빛과 함께 계속 변화한다.
 
이러한 지속성은 동양 회화 전통의 시간관과도 맞닿아 있다. 한 번의 표현이 아니라 축적된 흔적을 통해 형상이 드러나는 방식, 즉 그리는 행위보다 형성되는 과정을 중시하는 태도이다. 그러나 그는 전통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재료와 환경 속에서 그 원리를 다시 작동시킨다.
 
결국 김택상의 회화는 하나의 시리즈가 아니라 하나의 지형도에 가깝다. 각각의 작품은 독립된 대상이면서 동시에 전체 과정의 좌표가 된다. 그의 작업이 오랜 시간 동안 동일한 주제를 유지하면서도 반복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매 작품이 시간·빛·환경의 차이를 기록하는 새로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지속적인 생성이 바로 그의 회화를 살아 있는 회화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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