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정 (b.1983) - K-ARTIST
신미정 (b.1983)

신미정은 추계예술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 디종 보자르에서 조형예술전공으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

개인전 (요약)

신미정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세 개의 목소리, 드러나는 세계》(포항시립미술관, 포항, 2024), 《도시X섬X아카이브》(SeMA벙커, 서울, 2021), 《출향(出鄕)》(모하창작스튜디오, 울산, 2018)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신미정은 《아마도, 모두, 우리》(주캐나다 한국문화원, 오타와, 2026), 《송은 x 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송은, 서울, 2026), 《작품 위의 미술관》(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25), 《서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5), 《DMZ OPEN 전시: 통로》(캠프 그리브스, 파주, 2024),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24), 《제23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신미정은 2023년 포항시립미술관 장두건미술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신미정은 타이페이 THAV(2024), 금천예술공장(2023),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22),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9)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거쳤다.

작품소장 (선정) 

신미정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전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다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삶의 시간과 기억이 축적된 장소에 대한 미시서사

주제와 개념

신미정의 작업은 개인이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장소 안에서 어떻게 밀려나고, 기억되고, 다시 자리 잡는지를 바라본다. 초기 개인전 《SELF-DEFENSE》(문래동 폐공장, 서울, 2014)에서 작가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자기방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다뤘다.

재개발을 앞둔 폐공장은 노동자들이 임대 문제로 밀려난 장소였고, 전시 준비 중 실제 도난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방어하지 못한 개인’과 ‘방어하지 못한 장소’라는 문제는 현실의 사건과 맞닿게 되었다. 이어 《폐공장 도난사건》(문래예술공장, 서울, 2014)과 《RE.CONSTRUCTION 다시 짓다》(Space 1326, 창원, 2015)를 거치며 관심은 개인적인 불안에서 자본과 개발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사람들로 이동한다. 이 사건은 이후 신미정의 작업에서 중요한 개념이 되는 ‘장소’를 발견하게 한 계기였다.
 
이후 작가는 장소를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시간과 기억, 정체성이 축적된 곳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식민지/추억〉(2015)은 일제강점기 이리에서 태어나 해방 후 일본으로 떠나야 했던 타무라 요시코의 기억을 따라간다. 식민지라는 거대한 역사적 틀 안에서 한 일본인 여성에게 이리가 어떻게 ‘고향’으로 기억되는지를 보여주며, 국가의 역사와 개인의 감정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복잡한 지점을 드러낸다.

〈자신의 경로〉(2016)는 인민군과 한국군이라는 두 체제를 거친 실향민 권문국의 일기와 목소리를 통해 분단과 전쟁을 한 사람의 생애 안에서 바라보고, 〈신도(信道)〉(2017)는 수운교 신앙을 따라 남쪽으로 이주한 이춘희의 삶을 통해 종교적 신념과 이주, 정착의 문제를 살핀다. 거대한 역사를 설명하기보다 그 안에서 이동하고 적응해야 했던 개인의 삶을 통해 역사의 결을 읽는 방식이 이 시기에 자리 잡는다.
 
이러한 관심은 〈출향(出鄕)〉(2018), 〈대전역〉(2020), 〈율도(栗島)〉(2020)에서 이주와 실향의 다양한 형태로 확장된다. 제주 4·3과 산업화의 시간을 지나 울산에 정착한 해녀 양순택, 일제강점기 대전 소제동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떠난 하기모토 미치유키, 한강개발로 밤섬이 폭파되며 고향을 잃은 이일용은 서로 다른 역사적 조건에 놓여 있지만 모두 자신이 살던 장소와 단절된 사람들이다.

이때 신미정이 관심을 두는 것은 단순한 피해의 기록이 아니라, 떠난 뒤에도 한 장소가 개인의 정체성 안에서 어떻게 지속되는가 하는 문제다. 《도시X섬X아카이브》(SeMA벙커, 서울, 2021)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개인의 기억과 도시개발의 역사를 함께 놓으며 공동체의 기억으로 확장했다.
 
최근 작업에서는 증언과 복원의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타이완, 타향 그리고 타자〉(2023)는 중국, 대만, 한국 사이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했던 화교 김성정의 생을 통해 국가와 국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혼종적 정체성을 다룬다. 반면 〈펑후 섬〉(2024)은 이전 작업에서 중심이 되었던 1인칭 화자와 개인의 이름을 전면에서 지우고, 1949년 펑후 7·13 사건이 남긴 빈 장소와 흔적을 통해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다른 방식을 모색한다.

이어 〈An Island Once Again〉2025)은 강제로 폭파된 뒤 스스로 생태를 회복한 밤섬에 다시 접근하며, 기억의 주체를 인간에서 자연과 장소 자체로 넓힌다. 개인의 상실을 기록하는 데서 시작한 작업이 이제는 누가 기억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인간의 언어 바깥에서 장소와 생명은 어떻게 자신의 시간을 드러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

신미정은 영상과 아카이브 설치를 중심으로 작업한다. 그 출발점에는 현장에 오래 머무르며 사람과 장소를 조사하는 필드워크가 있다. 작가는 작업할 지역을 정하면 실제로 그곳에 거주하며 주민을 만나고, 인터뷰와 개인 기록, 사진, 편지, 지도, 일기, 신문, 행정문서 등을 수집해왔다.

〈식민지/추억〉에서는 타무라 요시코가 기억만으로 그린 이리 지도가 서사의 중심이 되고, 〈자신의 경로〉에서는 권문국이 전쟁과 군 복무 시절 기록한 일기가 그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읽힌다. 〈신도(信道)〉에서는 수운교 교적부와 종교 공동체의 기록, 한 개인의 생업과 이동 과정이 함께 놓인다. 신미정의 아카이브는 기존 역사자료를 정리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공식 기록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개인의 자료를 역사와 나란히 놓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영상에서는 인터뷰와 내레이션 못지않게 현재의 풍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의 경로〉에서 속초의 파도와 풀, 벌레 소리와 자연 풍경은 권문국의 고향 상실을 직접 재현하는 대신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된다. 〈출향(出鄕)〉에서도 바다는 관광지의 풍경이 아니라 제주에서 울산으로 이주한 해녀의 노동과 생존의 장소로 읽힌다.

〈대전역〉에서는 현재의 소제동과 철도관사촌, 기차와 도시의 모습이 사라진 과거를 대신하고, 〈율도(栗島)〉에서는 현재의 밤섬 풍경이 한 개인의 기억과 도시개발의 시간을 함께 품는다. 과거의 사건을 재연하거나 그대로 복원할 수 없다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현재 남아 있는 풍경을 통해 과거를 우회적으로 감지하게 하는 것이 신미정 영상의 중요한 형식이다.
 
작가는 감정을 직접 유도하는 음악도 의도적으로 절제해왔다. 인물의 목소리와 파도, 바람, 풀잎, 주변 환경음이 영상의 주요 사운드를 이루며, 관객이 특정한 감정에 이끌리기보다 각자의 경험을 통해 이미지를 판단할 여지를 남긴다. 영상과 함께 제시되는 아카이브 역시 이를 보완한다.

《도시X섬X아카이브》에서는 밤섬 주민의 사적 자료뿐 아니라 신문, 뉴스, 위성사진, 공문서 등이 함께 전시되면서 하나의 장소를 서로 다른 기록이 중첩된 구조로 보여준다. 《세 개의 목소리, 드러나는 세계》(포항시립미술관, 포항, 2024)에서도 개인의 기억과 장소, 국가적 역사가 서로 다른 층위의 자료와 영상으로 교차한다. 영상과 아카이브는 하나가 다른 하나를 증명하는 관계라기보다, 서로의 빈틈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놓인다.
 
〈펑후 섬〉에서 이러한 영상 언어는 한 단계 달라진다. 이전까지 작품을 이끌었던 구체적인 1인칭 증언이 사라지고, 빈 땅과 낡은 건물, 네거티브 이미지와 사운드가 사건의 부재를 대신한다. 이는 자료가 부족해서 생긴 공백이라기보다, 이미 죽은 타인의 삶을 작가가 어느 정도까지 대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문제와 연결된다. 〈An Island Once Again〉에서도 사람의 증언 대신 되살아난 밤섬의 생태와 땅의 변화가 전면에 등장한다.

개인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기록해온 초기 영상 아카이빙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침묵과 빈 이미지, 자연의 변화 자체도 하나의 증언이 될 수 있는지 실험하는 방향으로 형식이 확장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신미정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은 거대한 역사보다 그 역사를 실제로 통과한 한 사람의 이름과 장소를 먼저 바라본다는 데 있다. 식민지배, 분단, 전쟁, 산업화, 도시개발, 이주와 디아스포라처럼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현대사를 이루는 큰 사건들이 작업의 배경이지만, 그의 영상에서 역사는 타무라 요시코, 권문국, 이춘희, 양순택, 하기모토 미치유키, 이일용, 김성정과 같은 구체적인 개인을 통해 나타난다.

이들은 ‘일본인’, ‘실향민’, ‘이주민’, ‘화교’라는 범주로 설명될 수 있지만, 작가는 그 범주보다 먼저 각자의 목소리와 기억, 고향에 대한 감각을 보여준다. 역사 속 약자를 단순히 피해자로 고정하지 않고, 때로는 식민자의 위치와 실향의 경험이 한 개인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복잡한 경우까지 그대로 다룬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아카이브를 활용하는 다른 작업들과 비교해도 신미정의 방법은 자료의 양이나 역사적 사실의 재구성 자체보다 ‘장소를 어떻게 다시 감각하게 할 것인가’에 무게를 둔다. 지도와 일기, 사진, 공식문서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작업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지금의 거리와 바다, 철도, 사라진 섬이 있던 자리처럼 평범해 보이는 현재의 풍경이 개인의 기억과 만날 때 비로소 과거가 다시 작동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 장소는 사건이 벌어진 배경이 아니라 기억이 계속 갱신되는 주체에 가깝다. 한 지역 안에 다른 지역의 기억이 겹치고, 한 개인의 기억 안에 다른 사람의 경험과 국가의 역사가 스며든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도 신미정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장소 개념이다.
 
최근의 변화는 작가가 스스로 구축해온 증언의 방법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초기에는 사라진 목소리를 찾아 1인칭으로 되살리는 일이 중요했다면, 〈타이완, 타향 그리고 타자〉에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인물의 이야기를 아들이 대신 읽으며 증언의 주체가 흔들리고, 〈펑후 섬〉에서는 아예 한 사람의 이름과 목소리가 사라진다.

〈An Island Once Again〉에서는 기억의 주체가 인간을 넘어 자연으로 이동한다. 이는 기존 작업을 버리는 변화라기보다, ‘사라진 존재를 어떻게 대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점차 ‘말하지 않고도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인간이 아닌 존재의 시간은 어떻게 들을 수 있는가’로 깊어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신미정은 2023년 제19회 장두건 미술상를 수상했고, 최근 수상작가전 《세 개의 목소리, 드러나는 세계》를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열었다. 한 개인의 작은 기억에서 출발해 동아시아의 이동과 폭력, 자연과 생명의 기억까지 시야가 넓어진 만큼, 앞으로의 작업에서도 장소와 기록의 관계를 새롭게 갱신하면서 아직 역사적 언어로 충분히 포착되지 않은 존재와 시간에 접근하는 방식이 계속 중요한 축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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