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표의 조각은 선명한 원색과 매끄럽게 가공된 표면, 정교하게 맞물린 선과 모서리를 특징으로 한다. 그는 일상적인 사물과 산업적으로 생산된 재료를 활용하며, 캐스팅과 샌딩, 도색, 조립 등의 과정을 반복해 형태를 완성한다. 2005년의 ‘Artactually’ 연작에서는 고등어와 도넛처럼 익숙한 대상을 실제 크기로 복제하면서 사물의 형태와 물성을 조각적으로 재현했다.
특히 ‘Artactually-krispykreme’ 연작은 실제 도넛을 투명한 FRP로 캐스팅한 뒤, 재료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한 불완전한 표면을 갈고 색을 입힌 FRP로 메우는 과정을 거쳐 제작되었다. 이처럼 홍정표의 작업에서 정교하게 마감된 외관은 반복적인 수작업과 수정의 결과이며, 제작 과정에서 나타나는 오류 역시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Hidden edge’ 연작에서는 사물의 재현을 중심으로 한 제작 방식이 기하학적 구조의 구축으로 확장된다. 건축에서 거친 면과 면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몰딩 기법을 응용하여, 재료의 단면을 감추기 위해 새로운 부재를 덧붙이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단면을 다시 가리는 규칙을 반복한다. 수평과 수직으로 교차하는 선, 다양한 각도로 돌출된 모서리, 두께가 다른 부재들이 연속적으로 결합하면서 구조는 점차 복잡해진다.
초기에는 육면체를 기반으로 한 입체적인 형태가 두드러졌으나, 이후 선적인 구성과 벽에 걸리는 부조로도 발전했다. 2021년 〈Hidden edge #101(단면을 감추다 #101)〉을 비롯한 작업에서는 이러한 구축 원리가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구조로 드러나며, 조각의 표면과 모서리 사이에 형성되는 공간을 부각한다.
홍정표는 조각의 구조와 주변 공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각적 경험을 확장해 왔다. 2014년 〈무한주〉에서는 천장과 바닥에 반사율이 높은 슈퍼미러를 설치하고, 반복적인 선과 기둥 구조를 배치해 좁은 전시 공간이 수직으로 무한히 이어지는 듯한 효과를 만들었다. ‘Hidden edge’ 연작에서도 형태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선과 모서리의 배치는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깊이와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2021년 〈Hidden edge #18(단면을 감추다 #18)〉에는 거울을 결합해 구조물의 실제 공간과 반사된 이미지를 중첩했으며, 〈No decision #002 ver.HE(노 디시전 #002)〉에서는 특수 안료로 표면을 덮어 내부의 구축 과정을 감추었다. 이러한 작업은 재료의 물리적인 두께와 표면의 시각적 효과를 활용해 조각이 차지하는 공간과 관람객이 인식하는 공간 사이의 관계를 탐색한다.
최근 작업에서는 건축적 구조와 기존 사물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조각의 설치 방식과 기능을 변형한다. 2024년 〈레르베리〉와 〈용도 없음〉은 각각 이케아 선반과 철제 파이프 걸이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본래의 실용적인 기능을 벗어나 독립적인 조형물로 제시된다.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다〉에서는 조각을 지탱하는 좌대의 구조를 변형해 지지대와 작품 사이의 관계를 뒤바꾸고, ‘9번 불러오기’ 연작에서는 두께가 다른 몰딩을 결합하여 공간의 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구조를 탐색한다.
〈다르게 느끼는 우리〉에서는 병풍처럼 펼쳐진 형태의 앞면과 뒷면을 함께 노출하여 완성된 표면과 제작 과정의 흔적을 동시에 보여준다. 홍정표는 정교한 표면 처리와 구조적 결합을 지속하면서, 사물의 기능과 설치 방향, 관람객에게 드러나는 면을 변화시켜 조각의 표현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