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표 (b.1976) - K-ARTIST
홍정표 (b.1976)

홍정표는 홍익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해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일상 사물을 복제하거나 기하학적 구조를 반복적으로 조합하며, 조각이 만들어지고 변형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개인전 (요약)

홍정표는 갤러리 스케이프(2008), 탈영역우정국(2016), 313아트프로젝트(2017, 2021), 일본 교토의 HRD 파인아트(2018)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홍정표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14, 2015), 사비나미술관(2015), 스페이스K 대구(2015),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2023)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홍정표는 2004년 제26회 중앙미술대전 대상과 월간 《미술세계》가 주최한 제10회 신진작가 발언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홍정표는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08-2009), 프랑스 파리의 시테 국제예술공동체(2010-2011), 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4) 등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홍정표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2022)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15)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조각의 완성을 향한 과정 속 오류와 불확실성

주제와 개념

홍정표는 조각의 제작 과정에 내재한 반복과 집착을 통해 예술의 의미와 완성의 기준을 질문해 왔다. 그의 작업은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과 행위를 출발점으로 삼으며, 실용적인 목적 없이 반복되는 행동이 예술적 실천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탐색한다.

2013년 작가노트에서 그는 현대미술이 기존의 감상 환경을 잃었을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며, 일상적인 사물에서 기능을 제거하고 조형미와 의미만을 남기는 방식을 제시했다. 여기서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지속하는 무의미한 행위는 예술가가 작품을 제작하고 완성도를 추구하는 과정과 연결된다. 홍정표는 쓸모와 목적이라는 통상적인 기준을 조각에 적용하면서, 예술적 행위의 필요성과 가치를 되묻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완벽한 형태를 만들려는 의지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사이의 관계로 구체화된다. 홍정표는 사물의 표면을 정교하게 가공하고 제작상의 결함을 수정하는 데 많은 노동을 들이지만, 그 노력이 반드시 계획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2013년부터 이어온 ‘Hidden edge’ 연작은 이러한 모순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모서리에서 드러나는 재료의 단면을 감추기 위해 새로운 부재를 덧붙이는 과정은 또 다른 단면을 만들어내고, 작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일한 행위를 반복한다. 처음의 단순한 계획은 점차 복잡한 구조로 변형되며, 완성을 향한 노력 자체가 끝없는 수정의 원인이 된다. 홍정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각가의 의도와 통제를 벗어나는 형태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조각의 완성에 대한 질문은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과의 관계로도 이어진다. 홍정표는 제작 과정에서 의도한 조형적 판단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인다.

2024년 개인전 《다르게 느끼는 우리》에서는 정교하게 마감된 표면과 제작의 흔적이 남아 있는 뒷면을 함께 드러내며, 창작자의 의도와 관람객의 해석이 어긋나는 상황을 살펴보았다. 작가가 완성했다고 판단한 형태 역시 보는 사람의 경험과 관점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홍정표의 작업은 조각을 만드는 행위에서 출발해, 완성의 기준과 작품의 의미를 결정하는 주체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형식과 내용

홍정표의 조각은 선명한 원색과 매끄럽게 가공된 표면, 정교하게 맞물린 선과 모서리를 특징으로 한다. 그는 일상적인 사물과 산업적으로 생산된 재료를 활용하며, 캐스팅과 샌딩, 도색, 조립 등의 과정을 반복해 형태를 완성한다. 2005년의 ‘Artactually’ 연작에서는 고등어와 도넛처럼 익숙한 대상을 실제 크기로 복제하면서 사물의 형태와 물성을 조각적으로 재현했다.

특히 ‘Artactually-krispykreme’ 연작은 실제 도넛을 투명한 FRP로 캐스팅한 뒤, 재료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한 불완전한 표면을 갈고 색을 입힌 FRP로 메우는 과정을 거쳐 제작되었다. 이처럼 홍정표의 작업에서 정교하게 마감된 외관은 반복적인 수작업과 수정의 결과이며, 제작 과정에서 나타나는 오류 역시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Hidden edge’ 연작에서는 사물의 재현을 중심으로 한 제작 방식이 기하학적 구조의 구축으로 확장된다. 건축에서 거친 면과 면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몰딩 기법을 응용하여, 재료의 단면을 감추기 위해 새로운 부재를 덧붙이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단면을 다시 가리는 규칙을 반복한다. 수평과 수직으로 교차하는 선, 다양한 각도로 돌출된 모서리, 두께가 다른 부재들이 연속적으로 결합하면서 구조는 점차 복잡해진다.

초기에는 육면체를 기반으로 한 입체적인 형태가 두드러졌으나, 이후 선적인 구성과 벽에 걸리는 부조로도 발전했다. 2021년 〈Hidden edge #101(단면을 감추다 #101)〉을 비롯한 작업에서는 이러한 구축 원리가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구조로 드러나며, 조각의 표면과 모서리 사이에 형성되는 공간을 부각한다.

홍정표는 조각의 구조와 주변 공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각적 경험을 확장해 왔다. 2014년 〈무한주〉에서는 천장과 바닥에 반사율이 높은 슈퍼미러를 설치하고, 반복적인 선과 기둥 구조를 배치해 좁은 전시 공간이 수직으로 무한히 이어지는 듯한 효과를 만들었다. ‘Hidden edge’ 연작에서도 형태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선과 모서리의 배치는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깊이와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2021년 〈Hidden edge #18(단면을 감추다 #18)〉에는 거울을 결합해 구조물의 실제 공간과 반사된 이미지를 중첩했으며, 〈No decision #002 ver.HE(노 디시전 #002)〉에서는 특수 안료로 표면을 덮어 내부의 구축 과정을 감추었다. 이러한 작업은 재료의 물리적인 두께와 표면의 시각적 효과를 활용해 조각이 차지하는 공간과 관람객이 인식하는 공간 사이의 관계를 탐색한다.

최근 작업에서는 건축적 구조와 기존 사물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조각의 설치 방식과 기능을 변형한다. 2024년 〈레르베리〉와 〈용도 없음〉은 각각 이케아 선반과 철제 파이프 걸이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본래의 실용적인 기능을 벗어나 독립적인 조형물로 제시된다.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다〉에서는 조각을 지탱하는 좌대의 구조를 변형해 지지대와 작품 사이의 관계를 뒤바꾸고, ‘9번 불러오기’ 연작에서는 두께가 다른 몰딩을 결합하여 공간의 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구조를 탐색한다.

〈다르게 느끼는 우리〉에서는 병풍처럼 펼쳐진 형태의 앞면과 뒷면을 함께 노출하여 완성된 표면과 제작 과정의 흔적을 동시에 보여준다. 홍정표는 정교한 표면 처리와 구조적 결합을 지속하면서, 사물의 기능과 설치 방향, 관람객에게 드러나는 면을 변화시켜 조각의 표현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홍정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조각의 제작 방식과 예술적 행위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해 왔다. 초기 ‘Artactually’와 ‘Art is’ 연작에서는 일상 사물이나 대중적으로 익숙한 이미지를 캐스팅하여 복제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이러한 시도는 사물의 기능과 외형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조각가의 숙련된 기술과 완성에 대한 강박을 함께 드러냈다. 2013년 캔 파운데이션의 오래된 집 재생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개인전 《정갈한 집》에서는 일상적인 사물과 무의미한 반복 행위를 통해 예술의 쓰임과 목적을 질문했다. 이 시기부터 홍정표는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완전함과 이를 보완하려는 행위를 작업의 주요 원리로 발전시켜 나갔다.

2013년 시작한 ‘Hidden edge’ 연작은 이러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 작업이다. 초기 〈Hidden edge〉(2013)는 육면체를 기본 구조로 삼았으며, 〈Hidden edge #2〉(2014)와 〈Hidden edge #3〉(2015)에서는 내부의 면과 모서리, 선적인 구축 방식이 점차 강조되었다. 〈Hidden edge #4〉(2016)는 조각의 받침대 구조를 활용했고, 〈Hidden edge #6〉(2018)부터는 벽에 걸리는 부조 형식으로 확장되었다.

구조와 설치 방식은 변화했지만, 모서리의 단면을 감추기 위해 부재를 반복적으로 덧붙이는 규칙은 계속 유지되었다. 2021년 313아트프로젝트 개인전 《제목없는 제목》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No decision’과 ‘Loading in 13 times’ 등의 작업을 선보이며, 조각의 표면과 공간, 제작 행위 사이의 관계를 한층 구체적으로 탐구했다.

홍정표의 작업은 조각의 전통적인 제작 원리를 재검토하는 동시에 한국 동시대미술의 다양한 전시 환경 속에서 소개되어 왔다. 2015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타이틀매치: 금누리 vs 홍정표》에서는 서로 다른 세대의 조각가가 예술과 제작 방식에 관해 제기하는 질문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2016년 탈영역우정국 개인전 《나도 가끔 내가 왜 이러나 싶다》에서는 예술의 완성에 대한 의문과 강박적인 제작 행위를 전면에 드러냈으며, 2018년에는 일본 교토의 HRD 파인아트에서도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처럼 공공 미술관과 독립 전시공간, 국내외 갤러리 등에서 활동하며 조각의 개념과 형식에 대한 실험을 이어왔다. 매끄럽게 마감된 표면과 불완전한 제작 과정의 모순은 서로 다른 전시 환경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그의 작업 특징이다.

최근에는 조각의 제작 원리를 유지하면서 작업과 관람객, 전시 공간 사이의 관계를 더욱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2023년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에서 열린 《오프-타임》에서는 완성을 향한 의지가 반복적으로 어긋나는 과정을 담은 〈9번 불러오기〉를 선보이며, 생산성과 효율성에 대한 전시의 문제의식과 연결했다. 2024년 개인전 《다르게 느끼는 우리》에서는 산업적으로 제작된 사물과 건축적 구조를 활용하는 한편, 창작자의 의도와 관람객의 해석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작품의 주요 관심사로 다뤘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홍정표의 작업에는 정교한 조형적 완성도를 추구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는 조각의 제작과 감상, 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완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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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 완성을 향한 과정 속 오류와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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