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주 (b.1985) - K-ARTIST
전혜주 (b.1985)

전혜주는 독일 오펜바흐 조형예술대학에서 뉴미디어와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Art and Media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인천에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

개인전 (요약)

전혜주가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엔도스코페이아》(송은, 서울, 2026), 《결박의 패턴들》(쉬, 인천, 2025), 《망상 – 사라진 생명과 마주하는 법》(수림큐브, 서울, 2025), 《All-Over》(문화비축기지, 서울, 2022)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전혜주는 《사랑의 기원》(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6), 《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S》(Manarat Al Saadiyat,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 2025),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광주, 2024),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4),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2),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아르코미술관, 서울,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전혜주는 2023년 제22회 송은미술대상의 대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전혜주는 고양아티스트 레지던시 해움(2025), 서울시립미술관 난지 레지던시(2024), 얀 반 에이크 아카데미 레지던시(네덜란드, 2022-2023), 인천아트플랫폼(2018),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7) 등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전혜주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송은문화재단,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외부와 섞이며 계속 변화하는 상태로서의 '나'

주제와 개념

전혜주의 작업은 도시와 공간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를 읽어내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작 〈PRIVAT〉(2009)는 공공장소에 ‘사유(Privat)’라는 표식을 놓아 공적 공간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일시적으로 흔들었고, 〈Kopierfehler (copying errors)〉(2009)는 공용 복사기에 작은 문구를 몰래 삽입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메시지를 복제하고 이동시키도록 했다.

여기서부터 작가는 거대한 사회구조를 직접 재현하기보다 그 구조가 개인의 일상과 감각 속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관찰해왔다. 이후 〈환각지〉(2014)에서는 베를린 건물에 남은 총탄 자국을 3D 스캔과 캐스팅으로 옮기고 이를 관객의 그림자 위에 겹치며, 도시의 표면에 익숙하게 남아 있던 전쟁의 흔적을 다시 감각하게 했다. 특정 장소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을 현재의 몸에 접속시키는 방식은 이 시기 작업을 관통하는 중요한 축이다.
 
독일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으로 귀국한 뒤에는 장소의 기억을 개인의 서사와 물질의 역사까지 연결하며 관심의 범위를 넓혔다. 〈무심(無心), 한 물줄기의 이름〉(2017)은 청주 재개발 현장에서 만난 한 개인의 생애, 지역의 철 생산 역사, 철거된 건물의 철근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는다. 관객이 실제 철근을 손에 들고 그 진동을 통해 사운드를 듣도록 한 이 작업에서 도시의 역사는 추상적인 기록이 아니라 물질과 노동, 개인의 기억을 통해 전달된다.

〈수평선 0시0분0초〉(2018)는 강화도의 갯벌과 식물을 채집해 자연 염료로 사용하면서 도시의 역사에서 자연의 시간성으로 시선을 이동시켰고, 〈회전〉(2019)은 알의 부화와 피라미드, 고대 서사를 연결해 생성과 멸망을 반복하는 문명의 순환과 그 안에 놓인 인간의 불안을 다뤘다. 장소를 관찰하던 시선이 점차 문명과 생태를 함께 바라보는 방향으로 확장된 것이다.
 
2020년은 이러한 흐름이 미시적 세계로 이동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Forensis〉(2020)에서 전혜주는 도시의 공기와 옷, 주변 환경에서 꽃가루와 미세입자를 채집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하나의 장소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물질의 이동과 접촉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추적했다. 같은 해 〈Body Check〉(2020)는 장거리 음파 송신기와 드론, 감시·통제 기술을 조사하면서 우리가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신호와 파동이 신체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이 두 방향은 〈노란경계〉(2021)와 〈Hummer〉(2022)에서 합쳐진다. 꽃가루와 우라늄 정광처럼 외형적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물질, 벌의 진동과 드론의 소리, 군사기술과 일상의 기술을 나란히 놓으며 작가는 자연과 인공, 생명과 위험, 보호와 통제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를 의심한다. 그의 작업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단순히 작은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판단하고 구분하는 방식의 허점을 드러내는 단서가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미시적 관찰이 생명의 선택과 복제, 산업과 생명정치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새로운 꽃의 탄생〉(2023–2024)은 국가 간 식물자원의 이동과 육종, 종자산업과 국제 규범을 추적하며 인간이 식물의 이동과 번식을 통제하는 방식을 살폈고, 〈결박의 패턴들〉(2025)은 벼와 밀의 반복되는 형상을 통해 농업과 자본, 생명의 복제와 증식이 만들어낸 ‘풍요’의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망상 – 사라진 생명과 마주하는 법〉(2025)에서는 유전적 다양성이 제거된 식물의 반복을 통해 생명을 예측하고 표준화하려는 기술적 욕망을 드러낸다.

이어 《엔도스코페이아》(송은, 2026)는 시선을 다시 인간의 몸과 건축 내부로 돌려, 공기와 습기, 곰팡이, 꽃가루가 몸과 건물을 통과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생태로 바라본다. 최근 《피문》(차 스튜디오, 2026)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생명의 ‘표면’으로 이동해, 반복적으로 전사되는 유기물질의 무늬 속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선택과 번식의 흔적을 읽어낸다.

형식과 내용

전혜주의 작업은 리서치 과정에서 발견한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감각하게 할 것인가에 따라 발전해왔다. 초기에는 공공장소에 직접 개입하거나 웹 프로그램, 프로젝션, 사진과 영상 등을 사용했다. 〈Tourist Gaze〉(2015)는 구글 맵에 기록된 관광객의 리뷰를 실제 도시 공간에 투사하면서 장소의 이미지가 개인들의 기억과 온라인 정보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었다.

〈흐릿한 산책길 - 굿바이 개포주공 투어〉(2017)는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 단지를 관객과 직접 걷는 투어 형식을 취했고, 〈무심(無心), 한 물줄기의 이름〉에서는 철거 현장에서 수집한 철근을 진동 스피커로 전환했다. 이처럼 자료를 단순히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의 몸과 이동, 청각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일찍부터 자리 잡았다.
 
사운드와 진동은 이러한 접근을 더욱 물리적인 경험으로 확장하는 중요한 매체다. 〈회전〉에서는 부화기의 알이 움직이는 소리를 진동으로 변환해 대형 소파에 전달함으로써 탄생의 미세한 움직임을 지진과 같은 불안으로 바꾸었고, 〈Body Check〉에서는 초지향성 음향 기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신호의 직진성과 폭력성을 공간 안에서 체험하게 했다. 〈Hummer〉에서도 초지향성 스피커는 특정 위치에 있는 관객의 몸을 직접 겨냥한다. 전혜주의 사운드는 서사를 전달하는 배경음이 아니라 평소에는 인지되지 않는 파동과 힘을 관객의 신체에 도달시키는 물질적 장치에 가깝다.
 
〈Forensis〉 이후에는 수집과 분석, 아카이브의 방법론이 작업의 중심에 자리한다. 작가는 직접 현미경을 사용해 꽃가루와 공기 중 미립자를 관찰하고 채집 장소와 시간을 기록하며, 식물을 해부하고 표본화한다. 〈드러난 땅은 기억이 없다〉(2022)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협업해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지의 토양에서 꽃가루와 유기물 화석을 추출하고, 이를 영상·사진·아카이브로 재구성했다.

《All-Over》(문화비축기지, 서울, 2022)에서는 이러한 미세한 유기물의 형상을 영상과 사운드, 3D 프린트로 확대해 하나의 환경으로 전환했다. 과학적 조사 방식을 빌리지만 과학적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작은 표본과 데이터가 어떻게 역사, 장소, 산업, 인간의 감각을 연결하는지 보여주는 데에 더 가까우며, 리서치에서 전시 형식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조형적 개입이 강하게 작동한다.
 
최근에는 표본을 관찰하는 방식에서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환경으로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엔도스코페이아》에서 〈엔도스코프〉(2026)는 송은 건물의 환기구와 기계실을 내시경처럼 촬영해 건축을 하나의 신체로 바라보고, 〈레퓨지아〉(2026)는 유리창을 안과 밖이 만나는 피부처럼 사용해 꽃가루와 균사망의 이동을 시각화한다. 〈대기, 장소〉(2026)는 안개와 습기, 초지향성 사운드와 조명을 이용해 관객이 공간을 눈보다 피부와 귀로 먼저 감지하게 만든다

. 〈피문〉(2026)에서는 미시적 유기물질을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행위가 생명의 증식과 복제를 닮은 표면을 만든다. 수집된 작은 표본에서 출발했던 작업이 이제는 건축과 공기, 관객의 신체까지 포함하는 하나의 순환 구조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전혜주의 작업에서 가장 뚜렷한 특색은 거대한 사회적 문제를 아주 작은 단서에서 출발해 추적한다는 데 있다. 전쟁의 역사는 총탄 자국에서, 도시의 기억은 철근과 한 개인의 목소리에서, 핵기술과 에너지 산업은 노란 가루에서, 군사적 통제는 들리지 않거나 방향을 특정하기 어려운 파동에서 시작한다. 최근에는 꽃가루, 곰팡이, 먼지, 균사, 식물의 번식 같은 더 작은 대상으로 이동했지만 그 안에서 다루는 문제는 오히려 커졌다. 국가 간 자원 이동, 농업과 자본, 생명공학, 전쟁기술, 환경과 신체를 하나의 연결망 안에서 읽는다. 규모가 작아질수록 사회적·역사적 시야는 넓어지는 구조가 그의 작업을 특징짓는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하는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전혜주의 작업은 자료를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것을 관객의 감각으로 번역하는 데 많은 비중을 둔다. 꽃가루는 진동을 통해 실제로 떨어지고, 철근은 손에 쥐었을 때 이야기를 전달하며, 초지향성 스피커의 파동은 몸을 직접 통과한다. 최근에는 안개와 습기, 공기의 순환까지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

따라서 그의 아카이브는 객관적 자료의 축적이라기보다 ‘보이지 않는 관계를 어떻게 몸으로 느끼게 할 것인가’를 위한 출발점에 가깝다. 과학적 관찰, 역사적 조사, 사운드와 설치가 한 작업 안에서 결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작업은 보는 것과 읽는 것, 조사하는 것과 감각하는 것을 분리하지 않고 서로 오가게 한다.
 
작업의 흐름을 길게 보면 ‘경계’에 대한 관심 또한 꾸준히 이어진다. 초기에는 공공과 사적 공간, 관광객과 거주자,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다뤘다면 이후에는 자연과 인공, 안전과 위험, 생명과 기술로 범위가 옮겨갔다. 최근에는 《엔도스코페이아》에서 몸의 안과 밖, 건축의 내부와 외부가 공기와 입자의 이동을 통해 실제로는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피문》에서는 내부를 직접 들여다보는 대신 가장 바깥의 피부와 무늬에서 생명이 지나온 시간을 읽는다. 무엇이 내부이고 외부인지, 자연이고 인공인지 선명하게 가르는 대신 그 사이에서 이동하고 섞이며 변하는 상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작업이 깊어진 것이다.
 
전혜주는 독일 오펜바흐 조형예술대학과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공부하고, 올라퍼 엘리아손의 공간실험 연구소와 Jan van Eyck Academie 등 국제적인 연구·레지던시 환경을 경험했다. 2023년 제22회 송은미술대상 대상을 수상했고,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광주, 2024), 《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S》(Manarat Al Saadiyat, Abu Dhabi, 2025), 《사랑의 기원》(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6)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 참여했다.

2026년 《확장팩: 아티스틱 리서치》(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2026)에서 그의 작업이 ‘아티스틱 리서치’의 맥락에 놓인 것도 이 같은 궤적을 잘 보여준다. 도시의 표면에서 시작한 관찰이 미세입자와 생태, 생명정치와 신체의 내부로 계속 이동해온 만큼, 전혜주의 작업은 앞으로도 특정한 대상이나 매체에 고정되기보다 서로 멀어 보이는 역사적·생태적·기술적 현상 사이의 작은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이를 감각 가능한 환경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Works of Art

외부와 섞이며 계속 변화하는 상태로서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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