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숙현 (b.1982) - K-ARTIST
양숙현 (b.1982)

양숙현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영상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

개인전 (요약)

양숙현이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소각되지 않은 것들의 방: 부유하는 물질들》(부천아트벙커B39, 부천, 2025), 《사변적 물질들》(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광주, 2025), 《사변적 물질》(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24)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작가는 《퓨처 뮤지올로지》(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26), 《기억 전달자: 미디어라는 이름의 기계들》(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26), 《Other Intelligences》(MEET Digital Culture Center, 밀라노, 2025), Unfold X 2024 《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문화역서울284, 서울, 2024), 《제로원데이: 01 헤비타트》(에스팩토리, 서울, 2023),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채널: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창원,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양숙현은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2011),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크리에이터스 인 랩(2015-16),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프로젝트팀(2017)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서울문화재단, 한국과학창의재단, 현대자동차그룹 제로원에서 등에서 작가 지원을 받았다.

Works of Art

물질과 비물질,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교차하는 지점

주제와 개념

양숙현은 기술을 인간의 감각과 행동,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는 하나의 ‘물질’로 바라본다. 2010년대 초반의 작업에서 이 문제는 먼저 신체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개구리 실로폰〉(2010)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소리로 전환하는 착용형 전자악기로, 신체가 기술적 신호를 받아들이고 다시 외부로 출력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후 ‘슈퍼 크래프트’ 연작과 〈깍지, 똬리〉(2017)에서도 작가는 기능적으로 효율적인 기기를 만드는 대신, 몸과 장치 사이에 새로운 감각을 발생시키는 ‘쓸모없는 사물’을 제작했다. 이 시기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편리하게 확장하는 장치라기보다, 인간의 몸을 낯설게 경험하게 하는 또 하나의 환경에 가깝다.
 
이러한 관심은 〈Volumetric Data Collector〉(2018)와 〈Sensory, Crystallized〉(2018)에서 보다 분명한 전환점을 맞는다. 전자에서는 사람이 라이다 센서를 직접 짊어진 채 도시를 이동하면서 인간의 시선이 아닌 기계의 감각으로 공간을 읽고, 후자에서는 VR 공간에서 이루어진 신체의 움직임이 데이터가 된 뒤 3D 프린팅을 거쳐 다시 질량을 지닌 사물로 돌아온다.

중요한 것은 가상과 현실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공간의 감각이 다른 공간으로 옮겨질 때 발생하는 틈과 번역 불가능성이다. 신체는 더 이상 세계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기계의 센서와 데이터 역시 인간의 감각과 나란히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행위자로 등장한다.
 
2019년 이후에는 이러한 감각의 문제가 데이터 자체의 성질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간다. 〈만날 수 있는 데이터〉(2019)는 작가 자신의 2D 이미지를 포토그래메트리와 오토 리깅을 통해 3D 데이터로 변환하면서, 기술이 정보를 정확하게 복제한다는 믿음 대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와 변형을 드러낸다.

〈OOX에서 온〉(2020)은 이를 한층 확장해 위성 이미지, 3D 애셋, 포토그래메트리 데이터와 산업용 알고리즘이 뒤섞인 ‘OOX’라는 세계를 구축한다. 파종하고 싸우고 절하고 춤추는 기이한 존재들은 인간의 행동을 반복하지만, 그 움직임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기대하는 인과관계가 없다. 여기서 글리치는 제거해야 할 실패가 아니라 기술이 세계를 해석하고 다시 구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이후 양숙현은 이러한 문제를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존재하는 기술 생태계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사변의 숲에서〉(2022)는 3D 스캔, 사운드 주파수, 랜덤 함수와 노이즈가 결합된 세계 안에서 현실로부터 추출된 데이터가 독립적인 운동성을 갖는 모습을 보여주며, 작가는 이를 ‘사변적 물질’의 문제로 발전시킨다.

〈로봇 생태계의 외래종〉(2023)에서는 인간과 닮은 로봇이라는 익숙한 상상에서 벗어나 생성형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비인간적 형태들을 하나의 새로운 종으로 상상하고, 〈OOX 2.0 – 지구인간물질 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2024)에서는 동양의 순환적 세계관과 생성형 AI를 연결해 인간 역시 우주와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 하나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에서 시작해, 인간과 기술, 데이터와 비인간이 서로를 구성하는 관계 자체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점차 이동해왔다.

형식과 내용

초기 작업의 형식은 신체에 직접 부착되는 센서와 전자회로, 소리를 발생시키는 장치가 중심이었다. 〈개구리 실로폰〉이나 〈깍지, 똬리〉에서는 손가락과 머리의 움직임이 작품을 작동시키고, 관객은 장치를 착용하는 순간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임시적인 신체가 된다. 이러한 웨어러블 형식은 단순한 인터랙티브 장치에 머물지 않고 이후 〈미래를 위한 웨어러블〉(2022), 〈로봇 생태계의 외래종〉으로 이어지며, 무엇을 인간의 몸이라고 부를 것인지, 어떤 형태가 기술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발전한다.
 
2018년 전후부터는 VR, 라이다, 포토그래메트리, 3D 모델링과 3D 프린팅이 본격적으로 작업의 구조 안에 들어온다. 《물질, 감각, 생성》(새탕라움, 제주, 2018)에서 선보인 〈Sensory, Crystallized〉는 중력과 물성이 다르게 작동하는 VR 공간에서 만든 조형 데이터를 현실의 물질로 옮기는 작업이다. 이때 3D 프린팅은 가상의 형태를 현실로 충실하게 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차원의 조건이 충돌하는 과정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Volumetric Data Collector〉 역시 자동차 중심으로 구축된 라이다 시스템을 인간의 몸에 직접 부착함으로써 효율적인 측정 기술을 일부러 비효율적인 감각 장치로 바꾸어 놓는다. 양숙현에게 기술의 기능은 주어진 그대로 사용되기보다, 그것이 익숙하게 작동하던 조건에서 벗어날 때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만날 수 있는 데이터〉와 〈OOX에서 온〉 이후에는 화면 속 이미지와 시뮬레이션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여기에서도 관심은 완성도 높은 디지털 이미지 자체에 있지 않다. 스티칭의 오류, 데이터의 열화, 버퍼링, 비정상적인 리깅과 비동기적인 움직임처럼 산업 소프트웨어가 일반적으로 숨기거나 제거하는 현상이 오히려 화면의 핵심 요소가 된다.

〈사변의 숲에서〉에서는 이러한 불안정성이 오디오 리액티브 비디오로 확장되어 사운드 주파수와 입자, 3차원 데이터가 서로 영향을 주며 계속 다른 상태를 만든다. 〈메타-매터-리얼〉(2023), 〈식생, 이주〉(2023), 〈임계영역에 착지〉(2023), 〈성산-위미-대포〉(2023) 역시 영상과 데이터, 환경에 대한 감각을 연결하면서 물리적 장소와 디지털 모델 사이의 관계를 여러 방향으로 시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과 실시간 데이터가 작업 형식의 새로운 축을 이룬다. 〈인간 물질론과 합성의 존재도〉(2023)는 명리학과 동양 우주론을 참조한 텍스트 리서치에서 출발해, 서구적 데이터 체계가 기록하지 못하거나 누락하는 정보의 문제를 다뤘다. 이를 발전시킨 〈OOX 2.0 – 지구인간물질 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에서는 관객이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AI가 그 숫자를 물질적 의미로 해석한 시와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생성한다.

《사변적 물질들》(G.MAP, 광주, 2025)에서는 이러한 작업들이 3D 스캐닝, VR 모델링, 생성형 AI를 함께 사용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묶였고, 이후 〈같은 의미를 지닌 다른 것들〉(2025)처럼 생성 이미지 자체의 차이와 반복을 살피는 작업으로도 이어졌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양숙현의 매체 역시 바뀌지만, 그 변화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사용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기술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빠뜨리며, 어떤 형태를 새롭게 만들어내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지형도와 지속성

양숙현의 작업을 특징짓는 지점은 디지털 기술을 ‘비물질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태도에 있다. 픽셀과 데이터, 알고리즘을 보이지 않는 정보로만 다루는 대신, 그는 이들이 인간의 행동과 공간을 바꾸고 새로운 이미지와 오브제를 만들어내는 실제적인 물질적 힘을 가진다고 본다. 때문에 그의 작업에서 신체와 데이터, 가상과 현실은 서로 반대편에 놓이지 않는다.

한쪽이 다른 쪽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와 잔여, 예상하지 못한 형태까지 모두 하나의 현실을 구성한다. 초기의 착용형 장치에서 최근의 생성형 AI 작업까지 형식은 크게 달라졌지만, ‘기술이 인간의 감각 바깥에서 무엇을 생산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비교적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
 
유사한 기술을 활용하는 미디어아트가 몰입감이나 인터랙션의 즉각성, 혹은 최신 기술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효과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면, 양숙현은 오히려 기술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 순간과 기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존재를 오래 바라본다.

〈만날 수 있는 데이터〉의 깨진 모델, 〈OOX에서 온〉의 비정상적인 존재, 〈로봇 생태계의 외래종〉의 낯선 로봇 종, 〈OOX 2.0 – 지구인간물질 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에서 기존 데이터 체계가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던 동양적 우주론은 모두 이러한 관심과 연결된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 ‘오류’와 ‘외래종’, ‘사변적 물질’은 서로 다른 주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지만 기존의 인간 중심적 분류 체계에서는 쉽게 설명되지 않았던 것을 바라보기 위한 서로 다른 이름에 가깝다.
 
작업의 범위 역시 개인의 신체에서 도시 공간, 가상 환경, 생태계와 우주적 시간으로 점차 넓어졌다. 〈개구리 실로폰〉에서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으로 시작한 감각의 문제는 라이다로 읽은 서울의 공간, 데이터로 변환된 숲과 신체, 생성형 AI가 상상한 로봇 생태계로 이동했고, 최근에는 인간 자체를 수많은 물질 가운데 하나로 다시 위치시키는 데까지 나아갔다.

《사변적 물질》(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24), 《사변적 물질들》, 《소각되지 않은 것들의 방: 부유하는 물질들》(부천아트벙커B39, 부천, 2025)로 이어지는 개인전의 흐름 역시 개별 기술 실험이 점차 ‘데이터-물질’에 대한 하나의 장기적인 연구로 정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지속성은 작업이 소개되는 지형에서도 확인된다. 양숙현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부산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문화역서울284와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등 국내 주요 기관과 프로젝트에서 작업을 선보였고, C-LAB Taipei의 《Future media FEST – Singularity》(2024), HEK Basel의 《Andere Intelligenzen》(2025), MEET Digital Culture Center 밀라노의 《Other Intelligences》(2025) 등 해외의 미디어아트 플랫폼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금천예술공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Creators in LAB,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프로젝트팀 등의 레지던시와 서울문화재단, 한국과학창의재단, 현대자동차그룹 ZER01NE의 지원 역시 오랜 기간 기술 기반 작업을 지속해 온 과정과 맞물린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것을 하나의 완성된 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감각하고 의심해온 태도를 고려하면, 양숙현의 작업은 앞으로도 특정 기술의 유행보다 인간과 비인간, 데이터와 물질이 함께 구성하는 환경을 어떻게 다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유연하게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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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비물질,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교차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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