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용 (b.1977) - K-ARTIST
범진용 (b.1977)

범진용은 2005년 인하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그는 회화를 통해 버려진 풍경과 이름 모를 식물, 주변 인물들을 그려내며 기억과 생명력, 현실과 꿈이 교차하는 장면을 표현한다.

개인전 (요약)

범진용은 2026년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2024년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2019년 리각미술관, 2018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범진용은 2021년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2018년 스페이스K 과천, 2016–2017년 인천아트플랫폼, 2016년 세종미술관과 주인도한국문화원, 2015–2016년 OCI미술관, 2013년 대구예술발전소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범진용은 2019년 제9회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대상을 수상하고, 2016년 제38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로 이름을 올렸으며, 2015년 제4회 가톨릭미술공모전에 입선했다.

레지던시 (선정) 

범진용은 2014-2015년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2017년 인천아트플랫폼, 2018년 청주시립미술관 미술창작스튜디오, 2019-2020년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2021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2025-2026년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777레지던스에 입주했다.

작품소장 (선정) 

범진용의 작품은 인천문화재단과 청주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기억과 감정을 통과하며 남겨진 생(生)의 감각

주제와 개념

범진용의 작업은 꿈을 기록하는 습관에서 출발했다. 꿈에서 본 인물과 사건을 글로 옮기고 다시 회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최초의 기억은 그대로 보존되기보다 매번 조금씩 변형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초기의 ‘꿈 일기’ 작업에서 현실과 무의식, 기억과 상상은 서로 침투하며 완결되지 않은 서사를 이루었고, 꿈속 인물과 사물은 원래의 맥락에서 떨어져 독립적인 이미지로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은 이후 작업에서도 이어져, 범진용에게 회화는 특정 사건을 정확히 복원하는 수단이기보다 경험한 세계가 기억과 감정을 통과하며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피는 방법이 되었다.

2015년 말부터 그의 관심은 현실의 버려진 장소와 그곳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풀로 옮겨갔다. 관리되지 않은 산책로와 도시 주변부에서 스스로 자라고 시들기를 반복하는 식물은 작가에게 강한 생명성을 감지하게 하는 대상이었다.

누구도 특별히 주목하지 않는 존재가 계절마다 되살아나는 모습에서 그는 통제와 의지를 넘어 지속되는 생명의 움직임을 발견한다. 2024년 김성호는 이러한 풍경과 인물을 ‘무명’의 존재로 해석했는데, 범진용의 작업에서 무명성은 대상을 지워버리는 익명성과 연결되기보다 평범해서 쉽게 지나치는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2019년 이후에는 풍경과 함께 인물이 작업의 중심으로 점차 이동했다. 가족과 지인, 동료처럼 작가의 생활 반경 안에 있는 사람들이 주요 대상이 되었고, 작업의 관심도 생명력에서 기억과 관계, 부재의 감각으로 넓어졌다. 그는 온라인에서 발견한 이미지보다 자신이 실제로 지나간 장소와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사진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다만 사진 속 순간을 그대로 보존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며 흐릿해진 부분과 유난히 선명하게 남은 감각이 다시 섞이면서, 실제 경험은 관찰과 기억, 감정과 상상이 중첩된 이미지로 바뀐다.

꿈속의 낯선 인물, 버려진 장소의 잡초, 가까운 주변 사람으로 소재는 변해왔지만 범진용이 지속해서 바라보는 것은 쉽게 지나치거나 사라지는 존재가 남기는 감각이다. 최근 그는 인물이나 풍경의 외형 자체보다 그 장면을 떠올릴 때 되살아나는 분위기와 “살아 있었다는 감각”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한다.

현실의 장면은 기억과 감정이 개입하면서 일부가 흐려지고, 다른 일부는 더욱 선명해진 채 회화 속에서 새롭게 구성된다. 범진용은 이 과정을 통해 경험한 순간의 외형을 기록하기보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남아 있는 분위기와 ‘살아 있었다는 감각’을 화면에 옮긴다.

형식과 내용

범진용은 초기의 드로잉과 아크릴 작업을 거쳐 2013년경부터 유화를 주된 매체로 사용해 왔으며, 필요에 따라 펜과 목탄을 병행했다. 초기 ‘꿈 일기’ 작업에서는 긴 종이나 캔버스에 이미지와 사건을 연속적으로 이어 그리며 꿈의 분절된 서사를 시각화했고, 이후 화면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여러 폭의 캔버스를 연결한 대형 풍경으로도 확장되었다.

유화에서는 물감을 화면 위에서 직접 섞거나 끌고 다니고, 빠른 필치와 세밀한 붓질을 한 화면에 함께 사용한다. 붓질이 사물의 경계를 가로지르면서 인물과 배경, 식물과 공간의 구분이 느슨해지고, 물감의 흐름 자체가 화면의 리듬을 형성한다. 김성호는 이러한 특성을 비교적 차분한 색조와 자유로운 붓질이 결합된 ‘중성성의 표현주의’로 설명한 바 있다.

작업은 대체로 사진이나 실제 경험에서 얻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시작하지만, 밑그림이 완성된 결과를 미리 결정하지는 않는다. 범진용은 사진을 참고해 대략적인 형상을 잡은 뒤 작업 중 눈에 들어오는 선과 형태를 추가하고, 화면의 흐름에 따라 색과 면을 조정한다. 우연히 만들어진 형태나 처음에는 잘못된 구성처럼 보였던 부분도 전체 화면과 어울리면 그대로 남긴다.

즉흥성과 우연은 중요한 요소지만, 최종적인 선택에는 작가의 취향과 판단이 지속적으로 개입한다. 그 결과 사진에서 출발한 형상은 그리는 과정에서 점차 변형되고, 재현과 추상 사이의 정도도 작품마다 달라진다.

풍경 작업에서는 이러한 제작 방식이 식물의 생명감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름 모를 풀과 숲, 연못, 눈 덮인 들판은 세밀하면서도 방향성이 강한 붓질을 통해 흔들리고 번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풍경〉, 〈눈 오는 날〉과 같은 작품에서 구체적인 장소의 형태는 남아 있지만, 촘촘하게 반복되는 붓질과 제한된 색조, 두꺼운 물감은 실제 풍경에 작가가 느낀 심리적 긴장과 움직임을 더한다. 화면은 대상을 명확한 윤곽으로 고정하기보다 식물과 주변 공간이 서로 섞여 움직이는 인상을 강조하며, 현실에서 관찰한 풍경이 회화적 감각에 따라 새롭게 조직된다.

2019년 이후 비중이 커진 인물 작업에서도 재현과 변형의 관계는 계속 이어진다. 〈까마귀 꽃밭〉, 〈나옹〉 등에서는 인물이 주변 풍경과 함께 거친 붓질 속에 섞여 들어가고, 얼굴과 신체의 세부는 필요한 만큼만 남겨진다. 최근에는 풍경을 덜어내고 인물 자체에 집중하는 작업이 늘었으며, 비교적 구체적인 형상을 유지하는 그림과 선·색·면이 더 자유롭게 풀리는 그림을 함께 제작하고 있다.

특히 2026년부터는 여러 겹의 물감으로 얼굴을 쌓아 올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한 번의 붓질과 얇은 표면에 집중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형상을 어느 정도까지 남길 것인지, 붓질과 색이 어디까지 대상을 대신할 수 있는지를 작품마다 새롭게 결정된다는 점이 최근 작업의 주요한 특징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범진용의 작업은 꿈 일기에서 출발해 초기에는 꿈에서 만난 인물과 사건을 현실의 풍경에 겹쳐 그렸고, 2015년 말부터는 버려진 장소와 그곳에서 자라는 식물에 집중했다. 2019년 이후에는 풍경 속 인물, 풍경만을 다룬 작업, 인물 중심의 작업이 한동안 병행되다가 점차 인물의 비중이 커졌다. 꿈과 현실을 뒤섞었던 초기의 방식은 이후 실제 풍경에 기억과 감정을 개입시키고, 다시 주변 인물의 모습을 경험과 기억을 통해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소재의 변화 속에서도 범진용이 일관되게 이어온 것은 쉽게 지나치는 존재와 순간을 다시 바라보는 태도였다. 꿈속에서 이름과 정체가 불분명했던 인물, 도시 주변부의 이름 모를 풀, 가족과 지인처럼 가까이 있지만 특정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만날 수 없는 모습은 서로 다른 소재처럼 보이지만, 모두 일상에서 사라지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범진용은 버려진 장소에서 반복해서 돋아나는 풀의 생명력을 포착했고, 이후에는 주변 인물을 통해 관계와 기억, 부재의 감각까지 작업의 범위를 넓혔다. 김성호가 그의 풍경과 인물을 ‘무명’이라는 개념으로 읽은 것도 이러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결된다.

회화적 방법에서도 일정한 연속성이 확인된다. 범진용은 2013년경부터 유화를 주요 매체로 사용해왔으며, 미리 정한 결과를 따라가기보다 그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우연한 형태와 화면의 흐름에 반응하며 작업을 진행한다.

사진이나 실제 장면에서 출발하더라도 재현은 작업이 진행될수록 느슨해지고, 선과 색, 형태는 작가의 판단에 따라 남거나 사라진다. 풍경 작업에서 식물과 공간의 경계가 흔들렸던 방식은 인물 작업에서도 얼굴과 신체의 형상을 어느 정도 유지할지, 어느 지점에서 붓질과 색의 흐름으로 전환할지를 탐색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범진용은 재현에 가까운 인물화와 보다 추상화된 인물화를 함께 진행하며 두 방향을 동시에 시험하고 있다. 2026년에는 여러 겹의 물감을 쌓던 방식에서 한 번의 붓질과 얇은 표면에 집중하는 시도도 시작했다. 작가 역시 앞으로 추상성이 더 강해질지, 구상성이 강조될지 단정하지 않은 채 자신에게 적합한 질서와 구조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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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감정을 통과하며 남겨진 생(生)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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