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은의 작업은 2000년대 초 장소와 시간을 기록한 사진에서 출발해, 타인의 시선과 감각을 탐구하는 프로젝트, 신체의 움직임과 사물의 물성을 다루는 연작, 최근의 빛과 계절에 관한 작업으로 꾸준히 확장되어 왔다.
초기 사진에서는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사물을 특정한 위치에 놓고 풍경을 기록하는 방식이 두드러졌고, 이후에는 아마추어 천문가, 시각장애인, 폴리 아티스트, 조각가, 체조선수처럼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감각하는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향했다. 소재와 인물은 달라졌지만, 카메라를 통해 자신과 대상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고 타인의 시선에 접근하려는 태도는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움직임’은 전명은의 여러 시기를 연결하는 중요한 축이다. 움직임은 체조선수의 신체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멀리 있는 별을 바라보는 천문가의 시선, 소리를 만들어내는 폴리 아티스트의 제스처, 정지된 사진 속에서 지속되는 시간처럼 보다 넓은 의미로 나타난다.
‘안내인’에서 ‘플로어’와 ‘글라이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신체와 사물의 선, 무게, 힘의 방향이 더욱 선명해졌고, 사진이 순간을 멈추는 매체라는 조건 안에서 정지 이전과 이후의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작업을 “모든 형태의 움직임”에 대한 탐구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 관심은 초기의 감각 연구와 최근 작업을 잇는 핵심적인 지속성을 이룬다.
전명은의 작업은 사진을 중심으로 하면서 연구와 기록, 글쓰기, 책, 사운드, 설치와 퍼포먼스를 유연하게 오간다는 점에서도 독자적인 위치를 갖는다. 조각을 전공한 이력은 사물의 표면과 부피, 신체의 구조와 힘을 바라보는 방식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으며, 사진은 고정된 결과물인 동시에 작가가 낯선 세계에 접근하기 위한 도구로 기능해왔다.
윤원화는 그의 작업에서 사진을 명시적인 목표나 유일한 수단이라기보다 작가의 이동과 경험이 축적되는 “기억 장치 또는 지도”에 가깝게 설명한다. 이 때문에 전명은의 작업은 인물과 사회를 관찰하는 기록사진의 성격, 지각과 이미지의 조건을 탐구하는 개념적 접근, 공간과 사물을 조직하는 설치적 감각을 함께 품는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작가의 시선은 주변의 계절과 빛, 동식물, 개인적인 기억과 가까운 사물로 이동하지만 이전의 문제의식은 단절되지 않는다. 《북쪽창문으로》에서는 2012년경부터 이어온 시각장애인과의 작업이 다시 등장하고, 희미한 빛과 불완전한 시각 경험을 사진의 조건과 나란히 놓으며 ‘어떻게 보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이어간다.
타인의 세계를 관찰하던 시선이 자신의 일상과 기억 가까이 이동하면서 작업의 범위는 넓어졌고, 보이지 않는 것에 다가가려는 태도, 멈춘 이미지 속에서 시간을 감지하는 방식, 대상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오래 바라보는 자세는 그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