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보람의 작업은 리서치, 아카이브, 참여형 프로젝트,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드로잉, 콜라주, 미생물 배양을 결합한다.
초기 선미촌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장소의 건축적 구조와 관객의 이동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눈동자
넓이의 구멍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인조 속눈썹의 형태를 확대해 관객이 통과하는 긴 통로로 만들었고, 〈가면대여소〉는
작가가 직접 호스트로 상주하며 관객에게 동물 가면을 빌려주고 셀피를 찍어오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이때
작품은 오브제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특정 장소에서 관객의 신체와 시선,
불편한 사회적 상황이 만나며 발생하는 경험으로 구성된다.
《그 vs 그것》은 이러한 장소 특정성과 감각적 연출을 동물의 죽음으로 옮겨간 사례다. 2017년 전시에서 손전등은 로드킬의 기록을 비추는 빛이자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은유하는 장치가 되었고, 어두운 복도와 방에 설치된 비문은 죽은 동물의 존재를 관객이 더듬어 읽게 했다. 2024년 전시에서는 형식이 더 복합적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신문 자료를 조사하며 동물 기사와 광고 이미지가 같은 지면에 병치되는 방식을 찾아냈고, 다른 정보들을 흰 공백으로 지워 폭력의 구조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여기에 ‘우리’, ‘약’, ‘피로’, ‘비상’, ‘전시’, ‘게임’ 같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겹쳐, 하나의 단어와 이미지가 여러 의미의
층위를 만들도록 했다.
미생물 작업에서 소보람은
전시장 자체를 실험실, 농장, 상점, 아카이브가 겹친 공간으로 만든다. 〈다공성 물질 전환: C-Flex 인큐베이터〉는 수조와 안락의자, 녹음 장치, 현미경, 스크린을 통해 미생물의 생애주기를 관찰하게 한다. 수조는 의료용 인큐베이터에서 착안한 장치이자 산소, 이산화탄소, 메탄, 온도, 습도의
변화를 기록하는 작은 지구 모델이다.
〈스마트 스킨 팜〉은 식물 발효 가공 물질과 혼합매체를 통해 가상의
피부 공장이자 상점의 형태를 취한다. 관객의 개인정보, 차와
당, 미생물의 생장, 맞춤형 가죽의 제작이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되면서, 작품은 생명공학적 상상과 자본주의적 교환 구조를 동시에 드러낸다.
2024년
이후의 드로잉과 콜라주 작업은 지식 체계를 재편하는 형식을 보여준다. 〈기억극장: 미생물편 & 그리스로마신화편〉(2024)은 종이 위 연필 드로잉과 이미지 콜라주로 구성되며, 신화적
인물과 미생물의 학명, 생태적 특성, 상징을 병렬 배치한다. 〈균류식물혼합동물사전 I〉(2024),
〈균류식물혼합동물사전 II〉(2024), 〈균류식물혼합동물목록〉(2024)은 미생물이 먹은 차와 배양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색과 무늬를 동물,
식물, 광물과 연결하는 메타 사전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식물성 미생물 배양 가죽, 나무 구조물, 합판, LED 라이트패널, 인공지능 기반 모션그래픽을 결합해 언어, 자연, 알고리즘, 생명의
표면을 하나의 감각적 장으로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