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영은 설치 작품과 그것이 놓이는 공간 전체를 확장된 화면처럼 다룬다. 작품의 크기와 구조, 관람자의 동선, 빛이 머무는 위치와 강도까지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받아들이며, 사유가 실제 장소 안에서 어떻게 감각될 수 있는지를 탐색해왔다.
초기 작업에서부터 집과 방, 계단, 터널처럼 인간의 몸이 통과하거나 머무는 공간적 형상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관심과 연결된다. 관람자는 작품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물 주변을 걷거나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경험하면서, 불안정함과 긴장, 보호와 고립 같은 감각을 신체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작가의 설치에는 텐트와 비닐하우스, 골조처럼 임시적이고 가변적인 건축 구조가 자주 활용된다. 특히 ‘집을 읽다’ 연작에서 집은 견고하게 닫힌 건축물로 제시되지 않고, 쉽게 흔들리거나 무너질 듯한 얇은 구조로 구현된다. 이러한 형태는 집이 지닌 보호의 이미지와 그 내부에 잠재한 불안을 동시에 드러낸다.
완전하게 고정되지 않은 구조, 비어 있는 내부, 반복되는 프레임은 유년기의 기억에서 비롯된 정서적 불안정을 시각화하면서도 특정 개인의 경험을 직접 재현하지 않는다. 그 결과 작품 안에는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겹쳐볼 수 있는 여지가 남는다.
재료의 선택 역시 작업의 개념과 밀접하게 맞물린다. 시멘트와 아크릴, 레진, 패브릭, 모터, LED를 비롯해 영상과 평면 작업까지 서로 다른 매체를 폭넓게 사용해왔으며, 특정 재료 자체를 일관된 조형 언어로 고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시멘트의 무게와 거친 물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 현실이나 억압된 기억을 환기하고, 빛은 그 내부를 드러내거나 어둠 속에서 미세한 방향을 제시하는 감각으로 작동한다. 단단한 재료와 비물질적인 빛, 불안정한 구조와 기계적 움직임처럼 상반된 성질이 한 작품 안에서 결합되면서 인간이 지닌 연약함과 긴장이 물질적인 상태로 변환된다.
민진영에게 매체의 변화는 작업의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작가는 시간과 경험에 따라 사고가 변화한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각 시기의 질문을 가장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 형식을 선택해왔다.
개인의 기억과 집을 다루던 작업에서 어린이의 상처를 기록한 영상, 인간의 연약함과 존엄을 다루는 최근 설치에 이르기까지 형식은 지속적으로 이동했지만, 감정을 과도하게 설명하거나 서사를 직접 제시하지 않는 태도는 이어진다. 작품 속 상징과 공간, 재료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남겨둠으로써 작가 자신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해석을 관람자에게 열어두는 방식이 민진영의 조형적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