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물들을 다시 세우고, 기대게 하고, 끼워 넣고, 서로의 무게를 나누게 한다. 작가는 동전, 머리띠, 화장 퍼프, 영수증, 담배꽁초, 민트캔디, 유아
장난감, 진주 목걸이, 시장가방처럼 쉽게 지나치거나 낮은
곳으로 밀려나는 사물들에 주목한다. 이 사물들은 작가의 손을 거치며 본래의 기능을 잃고, 조각의 일부이자 감정의 단서, 개인적 기억의 매개가 된다.
전장연에게 조각은 단단한 형태를 만드는 일이기보다, 혼자서는 온전히
서기 어려운 것들이 서로 기대고 버티는 상태를 드러내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 ‘불안정함’은 결핍이나 실패가 아니라, 일상을 구성하는 실제적인 조건이자 관계의 형식이다.
2010년대
초반의 작업에서 이러한 태도는 사물의 기능을 바꾸고 낯선 조합을 만드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나무 사이로〉(2011), 〈멈춰 선 것들〉(2011/2014), 〈광장〉(2011/2014) 등에서 작가는 원래 서 있을 수 없던 작은 사물들을 갈아 세우거나, 사각의 구조 안에 배치하며 사물의 지위와 관계를 바꾸었다.
《거짓말하는
사물들》(갤러리 도스, 서울, 2014)에서는 테이블, 영수증,
커피콩, 알약, 아몬드, 유리판 같은 일상적 사물들이 본래의 쓰임에서 벗어나 서로 기대고 끼어들며 초현실적인 조각적 풍경을 만들었다. 이때 사물은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비유하는 도구이면서도, 동시에
스스로 예술의 주체가 되는 존재로 다뤄진다. 〈2인용 테이블〉(2014)처럼 서로의 무게를 불안정하게 지탱하는 구조는, 관계와 감정이
매일 조금씩 흔들리며 유지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주워온 우주》(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9)는
작가의 사적인 경험, 특히 출산과 육아 이후의 삶을 사물의 조합으로 확장한 전시다. 〈주워온 밤〉(2019), 〈숨바꼭질〉(2019), 〈숨어든 귀〉(2019)는 아이의 장난감과 작가의 상상적
드로잉을 스캔 이미지로 결합하며, 작은 사물들을 밤하늘과 우주적 풍경으로 전환한다.
〈7개의 행성〉(2019)은
북두칠성의 구조를 빌려 ‘토끼 발의 행운’, ‘가느다란 시간’, ‘손이 네개’, ‘유모차 엘베’,
‘유목 육아’, ‘우주적 조합’, ‘슈퍼 맘’이라는 일곱 개의 상징적 오브제로 구성된다. 남성 양복 재킷에 자수로
육아의 이미지를 새기거나, 진주 목걸이와 유아 장난감, 젖꼭지, 인형을 같은 층위에 놓는 방식은 작가, 여성, 엄마, 소비자라는 여러 정체성이 한 몸 안에서 어떻게 충돌하고 공존하는지를
드러낸다.
2020년대
이후 전장연의 관심은 사물의 낯선 조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균형과 정지, 힘의 분배, 조각의 몸에 대한 문제로 확장된다. 개인전 《발끝으로 선 낮》(SeMA 창고, 서울, 2022)은 ‘낯빛’(2021) 연작, 〈숨 고르고 정지〉(2022), 〈휴게〉(2022), 〈낮은 무지개〉(2022) 등을 통해 평온한 일상 아래 반복되는 긴장과 버팀의 감각을 다룬다.
화장 퍼프는 감정을 가리는 장치이자 구조를 지탱하는 불안정한 받침이 되고, 운동기구의 스프링과
파이프는 방금 전까지 움직였을 몸의 흔적을 상상하게 한다.
최근 개인전 《무거운 난》(아트스페이스 보안, 서울,
2024)에서는 얇은 철판과 일상 사물이 결합하며, 작가는 사군자의 ‘난치기’를 오늘의 도시와 일상으로 옮겨온다. 〈어제와 오늘〉(2024), 〈난치는 사과〉(2024), 〈시장가방〉(2024), 〈손에든 무게〉(2024), 〈두부한모〉(2024), 〈곡선 연습_1-6〉(2023) 등은 수평적인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두께, 무게, 흔들림, 관계의
층위를 조각적으로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