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세인 박의 초기 작업을 대표하는 ‘Image-Unknown’ 연작은 정보 전달에 사용되는 케이블을 평면 이미지의 재료로 전환한다. 작가는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한 케이블의 피복을 그라인더로 깎아 명암과 윤곽을 만들고, 수배 전단이나 미아 찾기 전단에서 수집한 익명의 얼굴을 재현했다. 케이블은 색채와 질감을 구성하는 조형 재료인 동시에 이미지와 정보를 유통하는 미디어 환경을 상징한다.
화면은 정면에서 회화처럼 보이지만, 표면을 절삭하여 형상을 구축한다는 점에서는 부조와 조각의 성격도 지닌다. 이처럼 재료의 본래 기능과 재현된 이미지의 내용이 맞물리며, 매체가 인간의 얼굴과 정체성을 정보로 변환하는 과정을 물질적으로 드러낸다.
네온, 벽돌, 간판과 같은 사물로 확장된 텍스트 작업에서도 비물질적 정보가 구체적인 공간과 물성으로 옮겨진다. 글자의 일부를 점멸시키거나 삭제하고, 비슷한 발음과 철자를 교환하는 언어유희는 익숙한 문장을 낯선 명령이나 조롱으로 전환한다. 〈방화벽〉에서는 인터넷상의 접근 제한 문구를 붉은 벽돌에 새겨 디지털 권한 체계를 실제 장벽의 형태로 구현한다.
네온의 강한 빛, 간판을 연상시키는 서체, 반복되는 경고문은 관람객이 일상에서 무심코 따르는 지시 체계를 전시장 안으로 불러들인다. 인세인 박에게 텍스트는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는 문구가 아니라, 공간을 점유하고 관람자의 행동과 인식을 조절하는 시각적 장치다.
이후 작업에서는 사진, 영상, 회화, 사운드와 설치를 오가며 디지털 이미지의 편집 방식을 전시의 형식으로 확장한다. 작가는 웹에서 수집한 사진과 영상, 밈, 영화의 장면을 자르고 복제하며, 모니터를 재촬영하거나 샘플링한 이미지와 음향을 서로 충돌시킨다. 구형 브라운관 텔레비전과 컴퓨터 모니터, 픽셀과 커서, 재생 버튼 같은 오래된 인터페이스는 이미지가 소비되던 시대의 감각까지 함께 불러온다.
《그림을 그립시다》에서는 밥 로스의 방송 형식과 회화 기법을 모방해 대중문화의 친숙함, 작가성, 미술시장의 가치 판단을 한 화면 안에 겹쳐 놓았다. 서로 다른 매체를 병치하는 구성은 매끄러운 서사를 제시하기보다 인터넷을 탐색하듯 산만하게 보고 듣게 하며, 동시대 이미지의 파편적 유통 방식 자체를 관람 경험으로 만든다.
최근 작업은 편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허구적 연출을 적극적인 제작 원리로 사용한다. ‘Error’ 연작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의 내용-인식 채우기 기능이 사용자의 의도를 벗어나 생성한 형상을 회화와 벽화로 옮기고, 오래된 운영체제의 오류 팝업을 픽셀화해 정상적인 작동에서 이탈한 이미지를 증식시킨다. ‘Post Vandalism’ 연작에서는 그래피티로 훼손된 미술관, 불타는 전시장, SNS 라이브 방송과 가상의 다큐멘터리를 디지털로 제작하고, 마스크와 스프레이가 담긴 키트를 실제 상품처럼 설치한다.
화면 속 사건과 전시장에 놓인 물체가 서로를 현실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조작의 흔적을 감추지 않기 때문에, 관람자는 실제 행위와 연출된 이미지 사이를 계속 오가게 된다. 디지털 합성, 회화, 오브제, 공간 개입을 연결하는 이러한 형식은 이미지가 현실을 기록하는 동시에 새로운 현실을 제작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