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 (b.1986) - K-ARTIST
최수진 (b.1986)

최수진은 중앙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최수진이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Air Pages》(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서울, 2024), 《Pastry Pillow》(WWNN, 서울, 2023), 《Rainbow Letter》(Artmia Space, 하이난, 중국, 2022), 《Fruity Buttercream》(AIT, 서울,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최수진은 《Faisandage》(지갤러리, 서울, 2026), 《낮에 꾸는 꿈》(우란문화재단, 서울, 2026), 《The Mutable Line》(지갤러리, 서울, 2025), 《이런 다정함만 있다면》(합정지구, 서울, 2024), 《SUN ROOM》(BB&M, 서울, 2023), 《High, Light – 빛, 예술을 만났을 때》(구하우스미술관, 양평, 2022), 《사유의 베일》(일우스페이스,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최수진은 아트미아 레지던시(베이징, 2020), 관두미술관 레지던시(타이베이, 2019),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2015-2016)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최수진의 작품은 아트미아재단, 포도뮤지엄, 경기도미술관, 정부미술은행, 포스코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일상 속 감각과 시간의 흔적을 엮는 회화

주제와 개념

최수진의 작업은 개인의 심리적 경험에서 출발해, 여행과 산책, 일상의 사물과 생명체, 반복되는 시간의 감각으로 점차 확장되어왔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불안, 혼란, 무기력처럼 말로 정리되기 어려운 내면의 상태를 몽환적 풍경과 인물의 모습으로 옮겼다. 〈구름철망〉(2011), 〈불안의 노래〉(2011), 〈먼지부엉이〉(2013) 등에서 구름, 안개, 숲, 먼지처럼 공기 중에 떠다니는 형상들은 선명한 서사보다 불확실한 세계의 감각을 만든다.

어린 시절 어두운 숲을 지나던 기억, 천식으로 인해 숨을 예민하게 의식했던 경험은 작가에게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몸이 세계를 감각하고 견디는 방식과 연결된다. 이 시기의 회화에서 인물과 자연, 형상과 비형상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작가의 심리적 변화와 감각의 잔상을 담는 알레고리적 공간을 이룬다.
 
2012년 이후 최수진의 시선은 점차 개인의 내면에서 외부 세계를 향한 관찰자의 태도로 이동한다. 여행이나 산책 중 마주한 울퉁불퉁한 땅, 우거진 나무, 돌탑, 집 앞의 풍경은 사진으로 기록된 뒤 회화 안에서 다시 구성된다. 《모서리 산책, 무지개 숨》(이유진갤러리, 서울, 2015)은 이러한 변화가 분명하게 드러난 전시다. 이전 작업에서 풍경이 인물의 심리 상태를 감싸는 배경에 가까웠다면, 이 시기부터 풍경은 작가가 관찰하고 해석하는 주된 대상이 된다.

〈서귀포의 돌들〉(2014), 〈으랏챠〉(2015) 등에서 작가는 실제 장소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옮기기보다, 감정과 충동, 기억의 조각이 겹쳐진 회화적 장면으로 바꾼다. 이때 화면은 외부의 풍경과 내면의 감각이 서로 오가는 통로가 된다.
 
《무지개 숨 제작소》(합정지구, 서울, 2017)에 이르면 최수진의 관심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서 ‘어떻게 그림이 만들어지는가’로 이동한다. 전시 속 인물들은 색을 고르고, 채집하고, 말리고, 짜고, 운반하는 제작자들처럼 등장한다. 〈어떤 산책〉(2017), 〈파랑 채집〉(2017), 〈초록을 너는 사람〉(2017)에서 ‘숨’은 감정의 은유를 넘어, 대상이 색과 형상으로 감각되는 순간을 가리키는 조형 언어가 된다.

‘무지개 숨’은 순간적인 인식이 다양한 색을 통해 회화로 옮겨지는 과정이며, ‘제작소’는 그 과정이 실제로 일어나는 작가의 신체이자 상상의 공간이다. 이후 《Fruity Buttercream》(AIT, 서울, 2021)에서 이러한 세계는 더 감각적이고 유희적인 방식으로 확장된다. 〈빨강을 건져올리는 사람〉(2021)을 비롯한 작업들은 색, 덩어리, 문자, 털실 드로잉, 사운드를 통해 회화를 하나의 공감각적 세계로 확장한다.
 
최근 작업에서 최수진은 반복되는 일상과 시간의 축적을 더욱 적극적으로 다룬다. 《Pastry Pillow》(WWNN, 서울, 2023)에서 베개는 잠과 꿈, 기억과 현재가 연결되는 포털처럼 제시되고, 〈Patchwork AM〉(2023)에서는 반복되는 하루의 감각과 사물, 동물, 정물이 패치워크처럼 엮인다. 《Air Pages》(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서울, 2024)는 이러한 시간 감각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전시다.

작가는 커튼, 베개, 테이블, 침대처럼 매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사물과 산책 중 만난 새, 두더지, 매미 등을 화면 안에 배치하며, 하루라는 시간을 보이지 않는 공기의 페이지처럼 펼쳐낸다. 〈Sunset Splash〉(2025)와 최근 작업들에서 시간은 더 이상 순간들의 나열이 아니라, 감각과 기억이 켜켜이 쌓인 덩어리로 다뤄진다. 최수진의 회화는 일상의 파편을 동화적 이미지로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고, 반복되는 삶의 리듬 속에서 기억과 감각이 어떻게 축적되고 다시 이야기가 되는지를 탐구한다.

형식과 내용

최수진의 작업은 대부분 캔버스 유화이며, 사진, 드로잉, 직물, 사운드, 조각적 상상력이 함께 작동한다. 작가는 여행이나 산책 중 포착한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를 회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다시 불러낸다. 초기 작업에서는 숲, 구름, 안개, 먼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형상들이 캔버스 위에 등장하며, 부유하는 공기와 심리적 상태를 시각화했다.

〈불안의 노래〉에서 숲은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불면과 불안의 감각이 펼쳐지는 장소이며, 〈구름철망〉의 구름과 철망은 흩어지는 것과 막히는 것, 가벼움과 제한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만든다. 이처럼 최수진의 화면은 처음부터 단순한 재현보다 감각의 조합에 가까웠고, 구체적인 사물과 추상적인 정서가 한 장면 안에서 뒤섞이는 방식을 보여준다.
 
2015년 전후의 작업에서는 색이 더욱 중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모서리 산책, 무지개 숨》에서 풍경과 인물은 작가가 여행과 산책에서 얻은 감각을 옮기는 장치였다면, 《무지개 숨 제작소》에서는 색 자체가 회화의 주인공으로 부상한다. 화면 속 제작자들은 색을 재료처럼 다루고, 색 덩어리를 옮기고, 실처럼 짜고, 말리고, 숙성시킨다. 이는 화가가 색을 선택하고 화면을 구성하는 과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바꾼 것이다.

검은 무대 같은 배경, 선명한 색 덩어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인물들은 회화 제작의 보이지 않는 과정을 시각적 사건으로 만든다. 이 시기의 작업에서 색은 더 이상 형태를 채우는 요소가 아니라, 스스로 숨 쉬고 움직이며 세계를 조직하는 물질적 존재가 된다.
 
《Fruity Buttercream》에서는 회화의 표면과 물질성이 더욱 풍부해진다. 작가는 유채 회화와 털실 드로잉, 전시를 위해 제작된 사운드를 함께 제시하며, 그림의 세계를 시각을 넘어 촉각과 청각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과일 향 버터크림을 연상시키는 색과 부피감, 건드려보고 싶은 표면, 장난스럽게 떨어지는 문자와 F로 시작되는 단어들은 작가가 회화를 무겁고 엄숙한 사유의 결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가벼움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다. 최수진은 물감, 실, 문자, 소리의 감각을 통해 회화가 어떻게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지 묻는다. 회화는 현실의 사물을 옮겨놓는 평면이 아니라, 색과 질감, 언어와 리듬이 서로 맞물리며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는 장소가 된다.
 
2023년 이후 작업에서는 시간의 구조가 화면의 형식에도 깊게 반영된다. 《Pastry Pillow》에서 작가는 반복되는 일상을 ‘덩어리’로 감각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는 《Air Pages》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빈 캔버스 위에 색면을 직관적으로 배치한 뒤, 하늘과 대지, 천장과 바닥이 뒤섞인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커튼, 베개, 테이블, 침대, 식물, 동물, 곤충, 미술사적 이미지의 일부를 배치한다. 이 과정에서 화면은 하나의 장면이라기보다 여러 시간대와 감각이 겹쳐진 무대가 된다.

완벽하게 정리된 표면보다 조금 흐트러지고 미완으로 남은 부분들은 화면에 느슨한 호흡을 부여한다. 〈밤을 통과하는 레시피〉(2026)에서는 잠, 그리기, 요리처럼 하루를 채우는 행위들이 서로 침투하고 변형되는 흐름으로 나타난다. 최수진의 최근 회화는 일상적 사물의 목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하루와 신체 감각, 산책의 리듬, 기억의 잔상을 한꺼번에 펼쳐 보이는 회화적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최수진은 일상의 경험을 동화적 이미지로 바꾼다. 더 중요한 점은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서사 구조로 만들어왔다는 데 있다. 초기 작업에서 숲과 숨, 구름과 안개는 불안과 생존의 감각을 드러내는 매개였고, 이후 산책과 여행의 풍경은 외부 세계를 관찰하는 시선으로 확장되었다. 《무지개 숨 제작소》 이후에는 색을 선택하고 만드는 과정이 회화의 주제가 되었으며, 《Fruity Buttercream》에서는 색, 문자, 소리, 실이 결합된 공감각적 회화 공간이 만들어졌다.

《Pastry Pillow》와 《Air Pages》에서는 반복되는 하루와 축적된 시간이 회화의 기본 구조가 된다. 이 흐름은 소재가 바뀌는 과정이라기보다, 작가가 세계를 감각하고 그것을 회화로 조직하는 방식이 점차 넓어지고 깊어지는 과정에 가깝다.
 
최수진의 작업은 일상과 기억을 감상적 기록이나 사적 일기로 고정하지 않는다. 그녀의 화면은 실제로 경험한 장소와 사물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은 곧 색의 농장, 숨의 제작소, 베개의 포털, 공기의 페이지 같은 상상의 구조로 변환된다. 작가가 구축하는 세계는 가볍고 장난스럽지만, 그 안에는 불안, 무력감, 반복, 죽음의 감각, 시간의 회복 불가능성 같은 무거운 주제들이 함께 들어 있다.

이 양가성은 최수진 회화의 중요한 힘이다. 밝고 선명한 색, 동화적 장면, 동물과 사물의 이미지는 관객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이지만, 그 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삶을 지속하게 하는 작고 복잡한 감각들이다.
 
작가의 회화는 개인적 감각에서 출발하면서도 제도적·공공적 맥락 안에서 꾸준히 주목받아왔다. 앞으로의 작업에서도 최수진은 회화, 직물, 사운드, 조각적 상상력을 오가며, 일상에서 체화된 시간과 감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속 재구성해갈 가능성이 있다. 그녀의 화면은 거대한 사건을 직접 말하지 않지만, 하루를 여닫는 커튼, 베개에 쌓인 기억, 산책 중 만난 생물, 색을 만드는 상상의 인물들을 통해 삶이 반복되고 지속되는 방식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최수진의 회화는 사적인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되, 관객 각자의 기억과 감각이 들어올 수 있는 넓은 여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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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감각과 시간의 흔적을 엮는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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