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인 (b.1981) - K-ARTIST
이혜인 (b.1981)

고양 출생의 이혜인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후 동대학원 서양화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

개인전 (요약)

이혜인이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마음의 영원한 빛》(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파주, 2025), 《L. Practice》(뮤지엄헤드, 서울, 2022), 《어느 날, 날씨를 밟으며》(기체, 서울,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이혜인은 《구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갤러리현대, 서울, 2026),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4-2025), 《가변하는 소장품》(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4), 《몸짓하는 표면들》(피비갤러리, 서울, 2022), 《UNBOXING PROJECT: Today》(뉴스프링프로젝트, 서울, 2022), 《In Bloom》(하이트컬렉션, 서울, 2021), 《밤이 낮으로 변할 때》(아트선재센터, 서울, 2019-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혜인은 2012년 제1회 종근당 예술지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이혜인은 신도문화재단 신도작가지원프로그램(SINAP, 2017), 대우문화재단 완도레지던시(2017), 두산 뉴욕 레지던시(2015), 금천예술공장(2014), 베를린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2012), 5기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1) 등에 입주작가로 입주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현재 이혜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구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두산갤러리 등의 주요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축적되고 변형되는 감각과 기억이 머무는 회화

주제와 개념

이혜인의 작업은 특정 장소에서의 장기적 체류와 신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 속에서 축적되고 변형되는 감각과 기억을 탐구해 왔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자전적 기억에 근거한 풍경을 회화의 언어로 옮겼는데, 〈목수의 시간〉(2008)과 〈비정한 세계〉(2008) 같은 작품들은 지역개발에 의한 환경의 급진적 변화를 목도한 후 사라져가는 풍경이 어떻게 회화적 밀도로 변환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시기 작가에게 풍경은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불안정성과 개인의 심리적 상태가 얽혀있는 공간이었다.
 
2010년부터 작가는 캔버스를 들고 야외로 나가는 사생(plein air) 작업을 집중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이 고수했던 전통적 방법을 차용하면서도, 작가의 실천은 정확한 묘사보다는 물리적 시공간에서 수집 가능한 경험과 제한적 재료 속 우연성을 자신의 시각과 결합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회화 작품 〈베를린 여름밤 자정〉(2012)과 〈2019. 9. 20. across the railway〉(2019) 같은 작품들은 특정 장소에서 느껴지는 순간적 감각과 동시에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의 잔상을 동시에 담아낸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특정 환경과의 관계 맺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거듭 가늠하고 균형을 찾아갔다.
 
2022년 뮤지엄헤드에서 개최한 개인전 《L. Practice》를 기점으로 작가의 탐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야외로 나가는 행위를 중단한 대신, 야외 환경을 데이터로 변환한 장치를 통해 야외에서의 경험 자체를 일부 자동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개인의 상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리기가 외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몸에 축적된 기억과 감각이 자율적으로 화면 위에 드러나는 과정임을 밝히는 시도였다.
 
최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개최한 개인전 《마음의 영원한 빛》(2025)에서 작가는 다시금 기억의 심층으로 돌아가, 과거에 마주했던 풍경과 사람들을 현재의 감각과 겹쳐 그려낸다. 이러한 일련의 방향 전환들 속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은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화면에 어떻게 물질화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형식과 내용

초기 회화에서 작가는 기억 속 풍경을 화면 위에 끌어내는 드로잉의 방식과 스퀴즈나 나이프를 이용해 여러 색의 물감을 밀고 겹치는 기법을 활용했다. 에드워드 호퍼의 영향 아래에서도 작가는 자신만의 물질적 표현을 구축했다. 〈비정한 세계〉에서 마치 종잇장처럼 얇은 땅 위에 위치한 인물들과 집은 호퍼의 심리적 거리감을 재해석하면서도, 작가 자신의 붓질과 색감의 중층적 운동으로 재구성되었다. 이 시기의 작업에서 물감은 단순한 채색이 아니라 현시대의 불안정한 풍경을 가시화하는 재료였다.
 
야외 사생으로의 전환은 작가의 형식적 접근을 새롭게 정의했다. 작은 화폭에 담긴 작품들은 빠른 붓질과 색감의 즉각성을 특징으로 한다. 작가는 서울 외각지역, 베를린 등 다양한 장소에서 그날의 빛, 온도, 습도를 신체로 감각하며 작업했다. 〈어느 날, 날씨를 밟으며〉(2020) 전시에서 보이듯, 이 시기의 회화는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언어로 한 화면 위에 다양한 층위를 기록한다. 작가에게 그리기는 눈앞의 경치를 그대로 재현하는 일이 아니었다. 의도치 않은 타인과의 관계, 주어진 상황에서 극복해야 할 조건들, 과거 경험이 현재와 만나는 순간들이 모두 이 작은 화폭 위에 축적되었다.
 
2022년 이후의 작업에서 물질성은 더욱 다층화되었다. 《L. Practice》에서 작가는 위도와 경도를 입력하면 특정 지역의 날씨 데이터를 RGB 컬러로 변환하는 LED 조명 장치를 설치했고, 발 딛는 땅의 촉각을 재현하는 진흙 단지와 몸의 움직임을 소리로 전환하는 드럼 세트를 구상했다. 빛, 소리, 촉각 같은 야외 작업의 조건들을 실내공간에서 가상적으로 경험하면서, 그로부터 파생되고 분열되는 보이지 않는 풍경을 전면화하려는 시도였다.

이 장치들은 역설적으로 그리기 자체의 자동성을 드러낸다. 최근 《마음의 영원한 빛》의 작품들은 반복적인 덧칠과 지워냄, 긁어내기를 통해 시간과 감각의 다층적 퇴적을 시각화한다. 여기서 형식은 더 이상 외부적 조건에 종속되지 않으며, 기억 자체의 불완전성과 일시성이 화면의 구조가 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혜인의 회화적 실천은 동시대 여성 추상 회화의 흐름 속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최근 참여한 단체전 《구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갤러리현대, 2026)에서 박정혜, 안현정과 함께 "여성 추상, 감각의 언어" 섹션에 참여했을 때, 작가의 작업은 순수 추상과 달리 기억과 신체, 장소의 실질적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밤이 낮으로 변할 때》(아트선재센터, 2019-2020)에서 식물, 사진, 영상,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여성 작가들과 함께 전시되었을 때도, 작가는 '시간의 기록'이라는 공통의 주제 속에서 회화의 특수성, 즉 붓질이라는 신체적 행위가 만드는 현재성을 고수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이혜인의 회화는 기억을 추상화하기보다 기억의 물질적 흔적을 남기는 행위에 더 가깝다.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일관된 특징은 시간과 공간, 신체 사이의 관계 맺음을 통해 축적된 감각의 이미지를 담는다는 점이다. 초기의 자전적 기억에서 출발해 야외 현장성으로 확장되었고, 다시 기억의 심층으로 회귀하는 이 궤적 속에서 작가는 회화를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자, 과거와 현재를 이어내는 매개로 이해했다. 호흡하듯 이어지는 붓질로 캔버스 위에 시시각각 현재가 되는 미래를 위한 자리를 계속 내어주고 있다.

최근 작업에서 가족을 비롯해 그가 머물렀던 곳에서 만난 사람들, 동물들이 구체적인 형상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관계성의 확장을 보여준다.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져가거나 사회의 경계에 자리한 존재들을 응시하고, 그들의 존재감을 남기는 일을 작업의 원동력으로 삼아온 것이다.
 
이혜인은 2012년 제1회 종근당 예술지상을 수상하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 MMCA 미술은행, 대구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두산갤러리 등 주요 국내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두산갤러리 뉴욕에서의 개인전과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주요 기관의 기획전 참여는 작가의 실천이 동시대 미술의 담론 속에서 어떻게 읽혀왔는지를 보여준다.

작가 자신이 남긴 글귀처럼, "각각의 개인에게 고유한 삶의 방식" 속에서 "본질이라는 확실한 도덕적 입장"을 추구해 온 이혜인의 회화는 시간과 감각, 기억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끊임없는 탐구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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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되고 변형되는 감각과 기억이 머무는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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