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의 작업은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들을 향한 오래된 관심에서 출발한다. 〈용오름〉(2014)에서부터
작가는 화면 가득 상징과 기호를 채워 넣으며, 세월호 참사처럼 동시대를 관통한 사건의 흔적을 아주 작은
리본 하나로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 시기 작가에게 회화는 크고 작은 사건을 기록하는 매체였고, 특히 인위적으로 멸종된 한반도 호랑이는 〈라이거와 타이곤의 초상〉(2017),
〈정호기征虎記〉(2019) 등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상실된 존재를 향한 작가 자신의 자기
투영으로 자리잡았다.
2017년
무렵 시작된 극장 연작은 이러한 관심을 장소성으로 확장시킨 계기였다. 1930년대 무대미술가 원우전의
금강산 스케치에서 출발해, 폐관한 서울 청계천의 바다극장과 인천 미림극장을 무대 삼은 《동시상영》(바다극장/미림극장, 2018)에서
작가는 극장을 현실과 이상 세계 사이를 오가는 장소로 재해석했다. 이때 작가에게 과거는 도피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되비추는 모델이었고, 이러한 태도는 이후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원칙이 된다.
2019년
이후 나오미의 관심은 개별 장소에서 해항 도시라는 지역 단위로 확장된다. 인천에서 중국 단둥항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바탕으로 한 전시 《상상의 정원에 진짜 두꺼비들을》(송은아트큐브, 2020)과 '연안해방'(2019-)
프로젝트는 해안선의 매립과 소멸이라는 공통된 현상을 한국과 중국의 접경 지역에서 비교하며 추적한다.
이 무렵부터 작가는 조선족 설화나 북한 설화집처럼 공식 역사에서 배제된 소수자의 서사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River of shadows》(탈영역우정국, 2021)와 같은 작업은 이러한 관심이 국경을 넘는 소수민족 정체성의 문제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2022년
개인전 《파시波市_Lost village on the sea》(아트스페이스
보안3, 2022)를 기점으로 작가의 주제의식은 바다의 신들과 여성/여신
서사로 뚜렷하게 옮겨간다. 맥아더 장군을 바다의 신으로 모시는 무신도와 단군신화 속 웅녀가 중국에 거대한
석상으로 세워진 사연을 함께 엮은 〈바다의 신, 바다를 건너간 신〉(2022)에서, 작가는 신격화라는 현상 자체가 시대의 결핍과 욕망을 비추는 거울임을 포착했다.
이후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TINC, 2023), 《바다의 가장자리로부터》(스페이스 빔, 2024; 인천아트플랫폼/부연,
2025)에 이르러서는 마조, 심청, 영등, 맹강녀처럼 바다를 매개로 전승되어 온 여성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며, 이는
최근 중국에서 참여한 단체전 《As She Descends》(아란야아트센터, 2025)에서 확인되듯 아시아 여성의 서사라는 보다 넓은 지평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