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b.1979) - K-ARTIST
이제 (b.1979)

이제는 국민대학교 회화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15년부터 동료들과 함께 비영리예술공간 합정지구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일상적 경험과 몽환적 상상을 바탕으로 회화의 매체적 가능성을 탐구하며,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장면을 은유적인 이미지로 풀어낸다.

개인전 (요약)

이제는 2005년 조흥갤러리를 시작으로 대안공간 루프, OCI미술관, 갤러리조선, 갤러리버튼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24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선보였다.

그룹전 (요약)

이제는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성곡미술관, 소마미술관, 세종문화회관, 일민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등에서 열린 주요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프랑스 메막 아트센터(Centre d'art Meymac) 등 국내외 전시를 통해 작업을 선보였다.

수상 (선정)

이제는 2010년 OCI미술관 영 크리에이티브를 시작으로 2014년 63스카이아트 미술관 뉴아티스트, 2019년 종근당예술지상에 선정되며 작업 세계를 인정받았다.

레지던시 (선정)

이제는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와 2025년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이제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OCI미술관, 아트스페이스 풀, 종근당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서로 다른 삶들이 맞닿는 관계망으로서의 회화

주제와 개념

이제의 작업은 상실 이후에도 지속되는 삶을 회화를 통해 탐구해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도시의 재개발로 사라지는 풍경과 이름 없는 노동자,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사회적 재난과 공동체의 기억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은 언제나 사라짐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각과 정서에 머물러 있다.

작가는 특정 사건을 재현하거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사건이 개인과 공동체의 몸에 남긴 흔적과 기억이 어떻게 현재의 감각으로 이어지는지를 회화의 언어로 다루어 왔다. 이러한 태도는 상실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애도를 지속적인 삶의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로 확장된다. 

몸은 이제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개념이다. 여기서 몸은 인체의 형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감정을 기억하는 몸, 노동하는 몸, 돌보는 몸, 타인과 관계를 맺는 몸처럼 사회와 시간을 통과하며 경험을 축적하는 존재로 이해된다.

2017년 이후 몸은 그의 작업에서 주요한 소재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에는 사회적 재난과 집단적 기억을 매개하는 장소로까지 확장된다. 화면 속 신체는 종종 일부만 드러나거나 삭제된 상태로 등장하고, 자동차나 신발, 강과 숲 같은 사물과 풍경 역시 몸의 은유로 기능하면서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감각을 환기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개인적 기억과 공동체의 경험을 분리하지 않는 시선이다. 가족과 친구,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 도시의 익명적인 인물들은 특정 개인의 초상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의 감각을 공유하는 매개가 된다. 그의 작업에서 공동체는 거대한 사회를 지칭하기보다 서로의 경험을 기억하고 이어가는 관계망에 가깝다.

최근 작업에서는 사회적 참사와 공적 애도까지 관심이 확장되지만, 작품은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에 남겨진 감정과 침묵, 그리고 기억의 지속을 바라본다. 개인의 경험은 공동체의 기억으로 연결되고, 공동체의 기억은 다시 개별적인 몸의 감각으로 되돌아오는 순환 구조를 이룬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회화는 단순한 재현의 수단이 아니라 기억과 감각을 현재로 호출하는 행위가 된다. 작가는 완결된 의미를 제시하기보다 지워지고 겹쳐지는 이미지와 모호한 형상을 통해 관람자의 경험이 개입할 여백을 남긴다. 기억은 고정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 속에서 계속 변형되는 과정이며, 회화 역시 그 변화에 참여하는 살아 있는 장으로 기능한다. 결국 이제의 작품은 삶과 죽음, 존재와 부재, 개인과 공동체 사이를 오가는 감각을 통해 오늘의 삶을 다시 사유하도록 이끄는 회화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형식과 내용

이제의 회화는 구상과 추상, 재현과 물질성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공존하는 독특한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풍경과 인물은 분명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거친 붓질과 겹쳐진 색면, 지워진 흔적 속에서 끊임없이 해체되고 다시 나타난다. 화면은 대상을 명확하게 설명하기보다 기억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과정 자체를 드러내며,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회화적 긴장은 관람자로 하여금 이미지를 읽기보다 감각하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 유화를 중심으로 작업해왔지만, 최근에는 회화를 다양한 매체와 연결하며 표현 방식을 확장하고 있다. 리소그래피와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설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각각의 매체를 독립적으로 제시하기보다 회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페인팅 기타 등등》에서는 공간 디자인과 퍼포먼스, 사운드, 영상을 협업 형식으로 결합하여 회화 전시의 관람 방식을 확장했고, 《밤의 유산》에서는 영상과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제작한 이미지를 다시 회화와 리소그래피로 다시 번역하며 매체 간의 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그의 작업에서 그리기는 완성보다 변화의 과정에 가깝다. 물감을 쌓고 덮고 지우는 반복적인 제작 과정은 화면 위에 시간의 층위를 축적하며, 인물과 풍경, 사물은 서로 스며들고 윤곽은 흐려진다. 붓질과 색채는 대상을 묘사하는 기능을 넘어 독립적인 조형 요소로 작동하며, 화면은 완결된 이미지보다 생성과 변형의 과정을 드러낸다. 이처럼 회화는 특정 장면을 재현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감각과 기억이 물질로 변환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제의 작업은 지난 20여 년 동안 도시 풍경에서 몸과 공동체, 사회적 재난과 기억으로 관심의 범위를 확장해왔지만, 현실을 감각을 통해 이해하려는 태도는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초기 작업에서는 재개발 현장과 도시의 주변부, 이름 없는 노동자와 사라져가는 풍경을 응시했고, 이후에는 여성과 친구, 공동체의 관계를 화면으로 옮기며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기억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해왔다.

최근에는 죽음과 애도, 집단적 기억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주제로 관심이 확장되었지만, 특정 사건을 기록하기보다 그것이 남긴 감각과 정서를 회화로 사유하려는 태도는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매체와 표현 방식 역시 지속적인 변화를 거듭해왔다. 초기에는 유화를 중심으로 도시의 풍경과 인물을 그렸다면, 이후에는 회화적 물질성과 추상성이 점차 강화되었고, 최근에는 리소그래피와 영상, 퍼포먼스, 사운드, 설치를 적극적으로 결합하며 회화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회화를 다른 매체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회화가 동시대의 감각을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실험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지속성은 작업이 언제나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가족과 친구, 자신이 살아온 도시와 공동체, 사회적 사건에 대한 경험은 작업의 출발점이 되지만, 화면 안에서는 특정한 개인의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감각으로 확장된다. 현실과 상상, 기억과 현재,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이러한 태도는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축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넓은 관계와 사회적 맥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Works of Art

서로 다른 삶들이 맞닿는 관계망으로서의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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