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영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장소와 시간을 회화로 다룬다. 작가는 여행, 타인의 기록, 사진, 엽서, 디지털 이미지, 인터뷰, 인터넷 리서치 등을 통해 자신이 가본 적 없거나 이제는 경험할 수 없는 장소를 수집하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상과 오해, 그리움과 거리감을 회화로 옮긴다.
초기 개인전 《FOUND_쉽게 찾은 풍경》(갤러리도스, 2017)에서 그는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마주한 풍경과 자신의 내면적 이상향을 결합했다. 〈달과 폭포〉(2017), 〈we welcome you〉(2017), 〈밤바다-섬〉(2017) 등에서 자연은 실제 장소의 기록이 아니라, 산수화적 전통과 개인적 환상이 겹쳐진 이상적 풍경으로 나타난다.
이후 《세르비아의 산, 채석장, Венчац》(공간 형, 2020)에서 작가는 ‘가보지 않은 장소를 그리는 일’ 자체를 작업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세르비아인 작가 M이 보내온 사진과 인터넷 자료를 바탕으로 벤차스 산을 그리던 중, 그 풍경이 순수한 자연이 아니라 채석장의 흔적을 품은 장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작업은 전환된다.
〈세르비아의 산 - Marija Curk로부터(A Serbian Mountain-from Marija Curk)〉(2020), 〈산, 채석장 - Marija Curk로부터(A Mountain, a Quarry-from Marija Curk)〉(2020), 〈Венчац의 하얀 대리석-Vukasin Stancevic로부터(White Marbles in Venčac-from Vukasin Stancevic)〉(2020)는 모두 사진으로 전달된 풍경과 실제 장소의 변화, 그리고 작가의 상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다룬다. 이때 풍경은 더 이상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정보와 상상, 오해와 발견이 겹쳐진 장소가 된다.
《Survival in Fantasy》(금호미술관, 2022)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연출된 환상’과 그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했던 사람과 사물의 문제로 확장된다. 작가는 해외 중고거래 웹사이트에서 우연히 수집한 한 장의 엽서에서 출발해, 1984년 부곡하와이에서 영국으로 보내진 기록을 따라간다.
〈아흔 아홉 조각의 부곡하와이-1984년 J로부터(99 Pieces of Bugok Hawaii-From J in 1984)〉(2022)와 Curtain Call(2022) 등은 작가가 태어나기 이전의 시간, 지금은 폐업해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 그리고 그곳에서 ‘한국의 하와이’라는 판타지를 만들기 위해 노동했던 외국인 댄서와 열대 식물의 존재를 소환한다. 이 작업에서 환상은 현실과 분리된 도피처가 아니라, 누군가의 노동과 생존을 통해 유지된 무대이자 삶의 조건으로 나타난다.
2023년의 《후르츠 Furutsu》(갤러리조선, 2023)와 《후르츠 푸딩 Furutsu Jelly》(오시선, 2023)에 이르면 최가영은 열대 식물과 과일을 통해 이국적 환상이 일상에서 어떻게 가공되고 소비되는지를 탐구한다. 〈Selenicereus Costaricensis〉(2023), 〈A Hawaiian Summer Dream 5〉(2023) 등에서 열대 과일과 식물은 신선한 자연물이라기보다, ‘후르츠 칵테일’이나 ‘후르츠 믹스’처럼 과일의 풍미를 흉내 내는 가공품의 감각과 연결된다.
작가는 달콤하고 화려한 이미지 뒤에 놓인 공허함과 생존의 방식을 함께 바라본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이상향을 향한 낭만에서 출발해, 가보지 못한 장소의 사생, 사라진 장소의 기록, 연출된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