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규의 작업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경험한 이질감과 감각의 변화에서 출발해, 그것을 건축적 조형 언어로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유년 시절 중동으로의 이동 경험은 그에게 익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작동하는 감각을 남겼고, 이는 이후 작업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지는 핵심 조건이 된다. 초기
작업 〈Permeate module 1〉(2015)과 〈Permeate structure Ⅰ〉에서 드러나듯, 그는 서로 다른
문화적 시각 요소를 결합해 단일한 기원으로 환원되지 않는 혼성적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때 조각은 형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축적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담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건축’을 하나의 사유 체계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건축을 시대의 이념과 사고가 반영된 결과물로 이해하며, 이를
통해 개인의 감정과 기억을 구조화한다. 〈Permeate
structure〉와 같은 작업에서 모스크의 문양과 한옥의 기와가 결합되는 방식은 단순한 시각적 혼합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적 경험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공존하는 상태를 드러낸다. 이처럼
최민규의 작업은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건축적 조형으로 전환하며 시간과 공간, 문화의 층위를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2017년
개인전 《그리드의 표류》(신한갤러리, 서울, 2017)는 이러한 흐름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Drift
Grid’ 연작은 완결된 건축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의 구조와 상태를 제시하며, 정체성이
고정되지 않은 상태를 강조한다. 〈Drift grid-scene
867〉에서 서로 다른 기능과 성격을 가진 구조들이 충돌하듯 병치되는 방식은, 하나의 공간이
단일한 의미로 수렴되지 않고 끊임없이 해석되는 상태를 보여준다. 이 시기 작업에서 조각은 안정된 구조가
아니라, 감각과 인식이 흔들리는 상태를 드러내는 장으로 기능한다.
이후 《Blank-Hide and Seek》(갤러리조선, 서울, 2018)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관객의 참여를 통해 더욱
확장된다. ‘Blank’ 구조와 ‘Hide’와 ‘Seek’의 과정은 완결된 작품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이 단서를 바탕으로
공간을 재구성하도록 유도한다. 신작 〈무한의 방과 누군가의 궤도〉(2025)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되며, 정보의 생성과 소멸, 순환의
구조를 다루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해, 점차 관계, 구조, 정보
환경에 대한 인식으로 확장되며 그 층위를 넓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