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민의 작업은 기술
발전과 인류세 이후의 세계를 둘러싼 조건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재사유하는 데서 출발한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그는 트랜스휴머니즘, 다종 간 관계, 비인간 존재와의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인간 중심적 인식 체계를 넘어서는 시각을 제시한다. 특히 〈Believe me / Life Attitude〉(2017)에서부터 드러나듯, 다양한 산업 재료와 일상 오브제를 병치하며
인간과 물질, 생명과 비생명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문제의식을 구축한다.
이러한 관심은 〈IF YOU ARE LUCKY YOU WILL SEE IT〉(2018)에서
보다 명확하게 전개된다. 이 작업은 자연과 기술,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공존하는 상태를 전제로, 인간이 인식하는 시간과 공간의 선형적 구조를 교란한다. 특히 고대 그리스의 시간성과 현대적 감각이 교차하는 경험을 통해, 작가는
현재라는 시점이 다양한 시간의 층위가 중첩된 결과임을 드러낸다.
이후 ‘How to Sense the Invisible’(2019) 연작의 일부인 〈Dune〉(2019), 〈Metamorphosis〉(2019)에서는 개별 존재들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변이하고 공생하는 상태에 주목한다. 여기서 세계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고 재조합되는 관계망으로 이해되며, 인간 역시 그 일부로 위치한다. 작가는 미시적·거시적 스케일을 동시에 다루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층위에서 작동하는
연결성을 가시화한다.
작가의 첫번째 개인전
《Swelled Sun: How To Sense The Invisible》(CYLINDER ONE, Seoul, 2023)과 〈Survivor (on
the horizon)〉(2023), 〈The Sun
(a system of friction)〉(2023) 등에서는 이러한 탐구가 보다 통합적인
구조로 제시된다. 지구 표면, 심해, 우주를 가로지르는 관계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얽힌 복합적
생태계를 제시하며, 기술과 자본, 환경 변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세계의 조건을 사유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