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재 (b.1993) - K-ARTIST
임희재 (b.1993)
임희재 (b.1993)

임희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사를 마치고 동대학원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임희재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둥지 짓기》(온수공간, 서울, 2023), 《Cabinet of Curiosity》(이유진갤러리, 서울, 2022), 《Inflatable Paradise》(밤부컬렉션, 서울, 2021), 《Noli Me Tangere》(갤러리도스, 서울, 2017)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임희재는 《아마추어》(누크갤러리, 서울, 2025), 《Perigee Winter Show 2024》(페리지갤러리, 서울, 2024), 《The Vanishing Horizon: Episode.02》(WWNN, 서울, 2024), 《경험의 아치》(갤러리인, 서울, 2023), 《부풀어오르는 세계》(드로잉룸, 서울, 2020), 《COCOON 2020》(스페이스K, 과천,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임희재는 ‘종근당 예술지상 2025’ 올해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임희재는 수원문화재단 푸른지대창작샘터(2025) 및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레지던시(2023-2025)에서 입주 작가로 활동하였다.

Works of Art

인간의 소유욕과 재현의 딜레마

주제와 개념

임희재의 작업은 ‘자연이 어떻게 이미지로 가공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초기작 〈HLN004〉(2016)과 〈MNK001〉(2017)에서 드러나듯, 작가는 텔레비전과 다큐멘터리 화면처럼 유리막 너머로 제시되는 자연의 표본화된 상태에 주목한다. 생명체의 동작을 포착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에 의해 선별·편집·연출된 이미지라는 사실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본질적으로 조작된 프레임 안에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임희재는 바로 그 틈에서 자연을 ‘만지고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과 그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재현의 딜레마’를 발견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첫 개인전 《Noli Me Tangere》(갤러리도스, 2017)를 통해 뚜렷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다큐멘터리 속 포식과 생존의 장면들이 실제의 자연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사실은 “현실감을 상실한 연극무대”에 가깝다고 보았다. 즉,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매개를 통과하며 그 안에서 변형되는데, 임희재는 이 매개적 특성을 ‘이미지로서의 자연’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로 삼았다. 그가 다루는 자연은 결코 순수한 자연이 아니라, 항상 가공된 상태로 존재하는 자연이다.

2022년 개인전 《진품실(Cabinet of Curiosity)》(이유진갤러리)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소유의 욕망’으로 확장된다. 박제된 동물 표본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 보존하려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죽음을 전제로 한 소유의 행위이다. 작품 〈Stuffed Antelopes〉(2022)나 〈Stuffed Chamois and Wild Sheep〉(2021~2022)에는 살아 있음과 죽어 있음,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뒤섞인 상태가 존재한다. 작가는 박제된 생명체를 통해 우리가 자연을 구조화하고 재배열하는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적 감정들을 회화적으로 사유하게 한다.

최근작 〈Tree of Stuffed Humming birds〉(2024)에서는 이러한 주제가 ‘관계’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된다. 56마리의 벌새, 7개의 둥지, 뱀의 형상을 띤 가지는 서로 개별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긴밀히 얽힌 관계망을 구축한다. 작가가 말했듯, “가장 잡히지 않고 살아있는 것은 관계”이며, 이러한 관계적 생명성은 더 이상 단일한 표본의 재현을 넘어서 생명·이미지·관계가 함께 살아 움직이는 회화적 생태계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나아간다.

형식과 내용

임희재는 유리막, 조명 반사, 왜곡된 원근, 흐트러진 형체 등을 활용해 자연 이미지의 가공 과정을 화면에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HLN005〉이나 〈MOB003〉에서 작가는 다큐멘터리 속 장면을 의도적으로 흐트러뜨리거나 정체를 모호하게 만들어 관람자의 시선을 특정한 서사에서 해방시킨다. 이러한 방식은 ‘재현’이 아닌 ‘인상’을 남기는 회화적 언어를 구축하며, 관람자가 화면 속 장면을 무한히 상상하게 하는 여지를 제공한다.

《진품실》에서는 작가의 형식적 실험이 한층 심화된다. 박제된 동물 표본을 담은 캐비닛의 유리면에 반사되는 빛, 공간의 압축, 관람자의 이동에 따른 굴절 등은 흐름처럼 캔버스에 번져나간다. 작가는 물감을 바르고 닦아내는 반복적 제스처를 통해 태피스트리를 짜듯 화면을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표본, 배경, 반사 이미지, 유리 프레임이라는 이질적 요소들이 서로 뒤섞이며, 회화는 ‘단일한 대상의 재현’을 넘어선 복합적 시각 경험의 표면으로 재탄생한다.

2023년 개인전 《둥지 짓기》(온수공간)에서는 캐비닛의 ‘틀’을 화면 밖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인다. 특히 설치 작업에서 작가는 회화 속 프레임을 외부 공간으로 끌어내며, 이미지가 물리적 전시장 안에서 다시 ‘보여지는 방식’을 실험한다. 이는 회화라는 매체의 고정된 경계를 흔들며,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보이는 것과 보이게 하는 것’의 구조를 입체적 차원으로 확장한 사례이다.

신작 〈Tree of Stuffed Humming birds〉에서는 형식의 변모가 극대화된다. 이전 작업들이 비교적 큰 흐름으로 이미지를 이끌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벌새·둥지·나뭇가지·배경 사이에 미세한 흐름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회화적 공간을 촘촘하게 채운다. 색채 또한 더욱 환상적으로 사용되며, 픽션적 구성임에도 오히려 자연에 더 가까운 ‘감각적 현실성’을 구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작가가 기존의 재현 방식을 넘어 이미지의 생명성을 재구성하는 회화적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임희재는 ‘자연이 이미지로 변형되는 과정’을 회화적으로 분석하는 작가다. 그는 자연 그 자체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의 욕망·기술·시선에 의해 어떻게 표본화·가공·전시되는지 탐구한다. 이는 〈이층표본〉(2019)에서 박제된 새를 매개로 드러난 생동감의 소실, 〈Faux SC&WS〉(2023)에서 회화-오브제-유리 구조가 만들어내는 관계적 이미지 등에서도 드러난다.

초기에는 다큐멘터리 화면 속 자연이 지닌 가공성을 주로 분석했다면, 2020년대 이후에는 박제된 동물과 표본의 전시 방식,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유리막과 공간적 관계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어 《둥지 짓기》에서는 회화의 틀이 확장되고, 최근 단체전 《The Vanishing Horizon Episode.02》(WWNN, 2024)에서는 픽션적 구성과 관계적 생태계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미지—대상—관계—프레임—관람자라는 요소들이 그의 화면에서는 하나의 생명적 시스템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는 단순한 재현 회화나 자연주의적 회화와는 전혀 다른 궤도이며, 회화를 유기적이고 관계적인 감각의 장(場)으로 재정의하는 시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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