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의 작업은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는 이원론적 사고의 구조를 해체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자연을 ‘문명/비문명’으로 나누는
근대적 관념이 어떻게 이상화된 자연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이 다시 인간의 현실 인식을 왜곡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초기작 〈유기농 샐러드〉(2020)는 생태계의 ‘정상적인 순환’이 인간의 산업 시스템과 맞닿는 순간 어떻게 전복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얼마나 취약한 개념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 문제의식은 무인지대(No-man’s land)에 대한 작가의 장기적 관심으로 확장된다. 2022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 석사학위 청구전에서 선보인 〈수상한 자연사 박물관〉, 〈DMZ 생태보고서 누락종〉, 〈DMZ
생태계 디오라마〉 등에서 그는 한국 비무장지대(DMZ)와
CEZ(체르노빌), FEZ(후쿠시마)와 같은
지역을 ‘손 닿지 않은 자연’의 상징으로 바라보는 대중적
관념을 비판하면서, 오히려 그 자연성은 폭력적 인프라가 만들어낸 결과임을 드러낸다. 즉 ‘이상적 자연’은
인간 부재라는 낭만적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전쟁·오염·방사능과 같은 인류의 폭력에 의해 역설적으로 형성된 풍경이다.
동시에 작가는 자연을
고정된 상태나 본래성을 가진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자연을 “생태계의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시간적 흐름”으로 이해하며, 끊임없이
자기 변형을 거듭하는 존재로 파악한다. 개인전 《초거대 녹색지대》(탈영역우정국, 2024)는 녹색의 의미가 평화와 이상이 아니라 ‘위협과 공포’로 뒤집힌 세계를 통해, 자연이라는 개념의 불안정성과 모순을 더욱
극적으로 구체화한다.
최근 전시 《폴리네이터》(금호미술관, 2025)는 작가의 주제를 우주적·공중적 영역으로 확장한다. 프록시마(Proxima)라는
공중 난민촌을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 속에서, 그는 인간이 부재한 하늘 공간을 또 하나의 ‘무인지대 생태계’로 상정하며, 자연의
순환과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대조한다. 이로써 자연은 더 이상 지상·풍경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중심성을 해체하는 총체적 생태 시스템으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