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민 (b.1991) - K-ARTIST
정찬민 (b.1991)
정찬민 (b.1991)

정찬민은 중앙대학교에서 공연영상학부 사진학과 순수사진을 전공한 후 동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순수사진 전공 졸업,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융합미디어 전공을 졸업했다.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개인전 (요약)

정찬민이 참여한 개인전으로는 《행동부피》(대안공간 루프, 서울, 2023), 《오토-포이에시스의 삶》(예술청, 서울, 2022), 《우린 결국 닮은 모양》(KT&G 상상마당 춘천, 춘천,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정찬민 작가는 《섬 프로젝트: Linking Island》(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파주, 2025), 《우리는 원래 산만하다》(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4),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세화미술관, 서울, 2024), 《Meta-Breathing》(피어컨템포러리, 서울, 2023), 2022 강원작가트리엔날레 《사공보다 많은 산》(평창, 2022), 《소환술》(d/p, 서울, 2021), 《영부터 네모》(상업화랑, 서울, 2019) 등 다수의 전시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정찬민이 참여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는 춘천예술촌 3기(2025), 강원문화재단 분홍공장 국제 레지던시(2017, 2018)가 있다.

Works of Art

소외되고 누락된 ‘행동’

주제와 개념

정찬민은 일상의 비가시적인 행동과 신체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점차 소외되어 가는 ‘행동’의 가치를 되묻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초기 작업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물리적 제스처나, 이미지 생성 과정에서 촬영자가 경험하는 촉각적 감각에 집중했다. 〈반사된 공간 사이〉(2016)와 같은 작업은 디지털 기술에 포섭되지 않는 아날로그적 감각의 흔적을 추적하며, 인간의 신체를 매개로 한 존재 방식을 회복시키고자 했다.

2021년 이후 정찬민은 디지털 기술의 확장과 비대면 사회의 가속화 속에서 신체가 점점 비물질화되는 현상에 반응하며, 그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인간의 물리적 흔적에 주목한다. 〈우리가 닮아가는 건〉(2021)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택배 노동과 같은 일상적 행동을 추적하며, 보이지 않던 동작들을 드로잉과 3D 프린팅, 키네틱 설치로 가시화했다. 이처럼 작가는 기술 중심 세계에서 무가치하게 여겨졌던 신체의 흔적들을 재발견하고, 그것이 품고 있는 사회적 맥락을 드러낸다.

예술청 전시 《오토-포이에시스의 삶》 (2022)에서는 타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양적 성장의 논리에서 벗어난 존재 방식을 실험한다. ‘D-타디그레이드’라는 가상의 생물을 통해 정찬민은 비효율적이고 순환적인 생존 방식을 상상하고, 경쟁보다 공존과 양육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는 작가가 단순한 신체의 기록을 넘어서, 생존을 둘러싼 조건과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방식으로 개념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최근작 〈행동부피〉(2023), 〈이동부피〉(2024), 〈현상된 움직임 2024 버전〉(2024) 등으로 이어지며, 점점 더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동작들—산책, 다이어리 쓰기, 출퇴근 이동—이 작가의 주제가 된다. 이는 단지 ‘기록’이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주어진 시간의 속도와 방향에서 벗어난 개인의 리듬을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형식과 내용

정찬민은 사진을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초기부터 이미지의 생성과정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면서 촬영 행위의 물리적 측면에 주목해왔다. 〈현상된 움직임〉(2021)은 필름 현상 중 수집한 가속도 데이터를 제너레이티브 프로그램과 3D 프린팅을 통해 물질화한 작업으로, 이미지 생성이 단순한 시각적 결과가 아니라 신체적 경험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러한 형식은 기술의 비가시성을 해체하고, 감각과 시간, 움직임의 물성을 복원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개인전《우린 결국 닮은 모양》(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갤러리, 2021)에서 작가는 스마트폰 사용 손동작을 수집하여 시각화하거나, 택배 노동의 반복 동작을 아두이노와 센서 기술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동시대의 삶을 시각적으로 전환한다. 특히 비대면 사회가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접촉 없는 접촉’ 속에서 작가는 오히려 실재하는 몸의 흔적을 강조한다. 관람자는 이를 통해 지금-여기의 존재 감각을 되새기게 된다.

2023년 대안공간 루프 개인전에서 선보인 〈행동부피〉는 64명의 일상 루틴을 수집해 풍선 설치물로 변환한 대형 조형 작업으로, 시간이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부피라는 물리적 형식으로 환산한다. 같은 전시에서 선보인 〈들은 모양〉(2023)은 발소리를 데이터로 치환하여 3D 오브제로 제작함으로써 청각과 시각, 촉각의 감각을 교차시킨다. 이는 작가가 감각의 확장을 통해 비가시적인 일상을 형상화하려는 태도를 잘 보여준다.

2024년에는 이 흐름이 더욱 정교해진다. 세화미술관 개인전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2024)에서 선보인 설치작품 〈이동부피〉는 GPS와 평균속도 등 개인의 이동 데이터를 공기 조형물로 구현한 작업이며, 〈현상된 움직임 2024 버전〉은 광역버스 탑승 중 측정된 신체 기울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상과 조각을 제작한 작품이다. 영상작품에서는 AI 기술인 ChatGPT의 데이터 시각화를 도입함으로써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보다 복합적으로 탐구하기도 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정찬민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에 의해 간과된 신체의 움직임과 일상의 루틴에 예술적 감각을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비가시적인 것들에 형상을 부여하는 ‘재-감각화’의 실천을 지속해왔다. 이러한 작업은 데이터 시대의 감각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기술 예술과 신체 기반 퍼포먼스의 경계를 확장하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은 초기의 감각 중심 탐구에서 점차 사회구조와 감각, 시간과 노동의 관계로 확장되어 왔다. 〈오토-포이에시스의 삶〉(2022)과 같이 협업 및 가상생명체를 다룬 프로젝트에서는 생존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단순한 시각적 전환을 넘어 신체-시간-기술의 복합적인 구조를 비평하는 데까지 이른다. 이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신체 소외’와 ‘일상의 회복’이라는 개념을 한층 구조화해 보여준다.

최근에는 움직임의 양적 수치화와 시각화에 집중하며, 비가시적인 신체 데이터를 공기 조형물, 3D 오브제, AI 영상 등으로 다각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이는 단순한 조형적 실험이 아니라, ‘느린 움직임’, ‘비효율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사회적 상상을 제안하는 태도로 기능한다. 정찬민의 작업은 이러한 방식으로 현대사회의 속도와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 안에서 벗어나는 대안적 존재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색한다.

정찬민은 앞으로도 빠르게 변하는 세계 속에서 AI, 센서, 제너레이티브 기술 등 다양한 데이터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사라져가는 감각과 행동을 붙잡고, 비가시적인 일상의 반복과 무의식적 움직임을 시각화하고 재구성하는 실험을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소외되고 누락된 ‘행동’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