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근 (b.1963) - K-ARTIST
오형근 (b.1963)
오형근 (b.1963)

오형근은 브룩스 사진 대학을 졸업하고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개인전 (요약)

오형근은 1999년 한국에서 개인전 “아줌마”(아트선재센터, 서울)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그 이후로 “少女演技”(일민 미술관, 서울, 2003), “소녀들의 화장법”(국제 갤러리, 서울, 2008), “중간인”(아트선재센터, 서울, 2012) 등을 비롯하여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수차례의 개인전을 이어 왔다.

그룹전 (요약)

오현근은 서울시립미술관, 워커힐미술관, 아트선재센터, 포스코 갤러리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으며, 국내 이외에도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대만, 노르웨이, 영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전시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오현근은 2011년 동강국제사진전에서 올해의 사진작가로 선정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오현근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일민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덴하그사진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한국 사회에 내재한 불안의 초상

주제와 개념

오형근의 작업은 초기부터 사회적 풍경 속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되었다. '미국인 그들' 연작과 '이태원 이야기' 연작은 작가가 한국과 미국의 거리에서 마주한 소외된 인물들을 기록하며 사회의 이면을 조망한다. 특히 이태원이라는 혼종적 장소에 주목한 시선은, 단일하지 않은 정체성과 공간성에 대한 민감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광주 이야기, 두 명의 경찰관, 1995년 9월 30일〉(1995)와 같은 작업은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핵심 사건을 재연함으로써, 집단적 기억의 심리적 구성과 역사적 허구화의 과정을 탐색한다. 이는 단지 과거를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의 재현 방식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담고 있다.

〈진주 목걸이를 한 아줌마, 1997년 3월 25일〉(1997)을 포함한 사진 20점으로 구성된 '아줌마' 연작에서는, 가족 중심적 역할에 종속되어 있던 중년 여성의 초상을 사회적으로 가시화하며 한국 사회의 젠더 위계를 드러낸다. 작가는 ‘아줌마’라는 일상적이면서도 폄하적인 호칭에 내포된 위계와 정동을 분석하고, 일상에서는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배제된 중년 여성들의 상을 유형학적으로 시각화한다. 개인전 《아줌마》(아트선재센터, 1999)에 등장한 이들의 불안정한 정체성과 고립감은 이후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정조로 이어진다.

이러한 관심은 ‘소녀연기’ 연작과 '소녀들의 화장법' 연작을 통해 10대 여성으로 확장된다. 사회가 기대하는 ‘소녀’라는 상징적 정체성이 어떻게 구성되고 반복되는지를 추적하며, 실존 인물이 아닌 사회적 관념이 투사된 이미지로서의 인물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새로운 사회적 얼굴을 조형해낸다.

이러한 흐름은 '중간인' 연작으로 이어지며, 특정 세대나 성별을 넘어 오늘날의 사회적 불안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감정의 표정을 조명하는 '불안초상' 연작으로 확장된다. 오형근의 작업은 단순히 특정 계층의 재현을 넘어, ‘부재하는 존재의 시각화’라는 역설적 과제를 수행한다. 그의 시선은 타인의 얼굴을 통해 공동체 전체의 불안을 진단하는 심리적 지표로 작동한다.

형식과 내용

오형근은 다큐멘터리적 방식을 차용하면서도 연출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초기 흑백사진의 경우 거리에서 직접 촬영된 인물들이 주를 이루지만, ‘광주 이야기’ 연작처럼 영화 세트장에서 배우와 시민을 혼합한 연출적 구성은 그의 다큐멘터리에 허구성과 연극성을 부여한다. 이는 ‘기록’과 ‘연기’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새로운 사실성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아줌마' 연작은 그의 대표적인 연출형 인물사진이다. 피사체는 마치 증명사진처럼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지만, 강한 플래시 광은 얼굴을 도드라지게 부각시키고, 주변 배경과 하체는 의도적으로 암전되어 평면적이고 고립된 구도를 형성한다. 이처럼 인물은 일상의 맥락에서 분리되어 낯설고도 익숙한 심리적 거리 속에서 제시된다.

작가는 단지 아줌마를 찍는 것이 아니라, 화장법, 장신구, 의복의 질감, 피부의 질감 등 이들을 구성하는 시각적 기호를 수집하고 분류한다. 이는 초상사진의 외형을 빌리면서도, 사회가 특정 세대와 젠더에 투사한 정체성의 코드들을 분석하는 관상학적 시도로 이어진다.

'소녀연기' 연작에서는 연기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사회가 기대하는 전형적 소녀 이미지를 연기하게 함으로써, 실재가 아닌 표피적 이미지로서의 소녀상을 시각화한다. 사진은 현실의 복제가 아닌, 상징 조작의 공간이 된다. '소녀들의 화장법' 연작은 대형 사진 프린트를 통해 피사체의 솜털과 모공까지 드러나는 극사실적 접근을 택하며, 인물의 불안감과 사회적 욕망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한다. '중간인' 연작에서는 군대라는 극도로 제도화된 공간에서의 인물들을 통해, 개인 정체성과 집단 의무 사이의 긴장과 균열을 정면으로 포착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오형근은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경계에 놓인 인물군을 일관되게 주목해온 작가로, 인물 사진을 통해 특정한 사회 구조와 정서적 코드들을 가시화하는 데 탁월한 성취를 보여주었다. '아줌마' 연작에서 중년 여성의 불안, '소녀연기' 연작에서 청소년 여성 이미지의 구성, '중간인' 연작에서 남성 집단 내부의 불안까지, 그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구조화된 감정의 상징화 작업으로 확장되었다.

작가의 연출 방식은 점점 더 정교해졌으며, 형식적으로는 다큐멘터리와 허구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형학적 초상 다큐멘터리’라는 독자적 장르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개인전 《소녀들의 화장법》(국제갤러리, 2008), 《중간인》(아트선재센터, 2012) 등에서 그는 기존 다큐멘터리 사진이 요구해온 감정적 동의(affect)를 해체하며, 그 틈에서 사회적 리얼리즘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시대의 심리적 균열을 추적해왔다.

〈왼쪽 얼굴〉 연작을 선보인 개인전 《왼쪽 얼굴》(아트선재센터, 2022)은 더 이상 특정 집단이 아닌, 정체불명의 젊은 얼굴들을 통해 동시대 한국 사회의 정의되지 않는 정동적 증후를 드러낸다. 이는 과거의 유형학적 접근을 넘어, 사회적 분류가 불가능한 감정적 불안을 가시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앞으로도 오형근은 ‘불안’이라는 감정적 단서를 통해 한국 사회의 표면 아래 감춰진 감각적, 구조적 징후들을 더욱 깊이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사진은 사회 내부의 감정적 균열과 탈정체성적 세대감, 비가시적 감정을 기록하는 미학적 실천으로 자리매김하며, 동시대 사진예술이 실재를 어떻게 형상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로 지속될 것이다.

Works of Art

한국 사회에 내재한 불안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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