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와 개념

윤미류는 회화라는 매체 안에서 찰나의 감각, 시선의 리듬, 피부에 스치듯 남는 인상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작가는 인물화를 기반으로 하되, 재현된 인물이 감정이나 내면의 서사를 드러내기보다, 감각의 매개체로 기능하도록 구성한다.

그는 자신과 접점을 가진 주변 인물들을 허구적 연출 안에 배치하고, 그 인물들이 수행하는 일상의 단편적인 행위를 통해 익숙하지만 도달하기 어려운 감정의 지층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윤미류는 단순한 초상을 넘어, 회화 안에서만 가능한 감각의 층위를 드러내는 독자적인 언어를 구축해 나간다.

형식과 내용

윤미류의 회화는 디지털 이미지, 퍼포먼스, 회화라는 세 장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동한다. 그는 라이브 포토나 아이폰 스냅샷 등 연출된 디지털 이미지를 회화로 전환하면서, 실제와 허구, 연극성과 즉흥성이 교차하는 특유의 ‘중간자적 이미지’를 만든다.

화면에는 푸르스름한 색면, 비현실적인 시선, 순간을 붙잡은 듯한 붓질의 리듬이 펼쳐지며, 정적인 평면에서 시간의 물성을 불러낸다. 최근에는 북유럽 신화 속 인물이나 신화적 서사를 인물의 행위로 연결하며, 초현실적 감각을 밀도 높은 시각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윤미류의 작업은 회화적 감각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 진화의 지형도를 가진다. 초기에는 주변 인물의 순간을 기록하는 관찰자의 시점이었다면, 점차 퍼포먼스적 연출과 조형적 구성이 강조되며 주체적 개입자로 전환되었다.

공간, 빛, 온도, 정서 등 ‘감각의 조건’들을 회화에 담아내기 위한 방식은 점점 더 구체적이고 연극적인 구조로 변화하고 있으며, 인물-행위-장면의 배치를 통해 회화 바깥의 서사 구조와의 접점을 넓혀간다. 윤미류는 이 과정을 통해 일상의 순간들을 비물질적인 추상적 감각으로 번역하는 동시에, 회화가 감각의 연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