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기억 - K-ARTIST

근육 기억

2017
단채널 영상, 흑백, 무성
6분 10초
About The Work

갈라 포라스-김은 과거 문명에서 기원한 유물들이 오늘날 제도적 체계 안에서 어떻게 의미화되는지를 비판적으로 탐색해왔다. 작가는 고인돌, 석관, 신전 유물 등 생명과 죽음을 경외하는 고대의 오브제들이 현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기능을 상실한 채 ‘작품’ 또는 ‘국보’로 재정의되는 구조에 주목한다. 특히 죽음을 경외하거나 제의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제작된 고대 유물들이 출토 이후 현대의 제도적 환경 속에서 의미와 기능을 새롭게 부여받는 과정을 면밀히 추적해왔다.
 
작가는 본래의 맥락에서 이탈한 사물들이 관람 체계와 보존 정책 안에서 재구성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며, 고고학, 종교사, 법학 등 학제 간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 소장기관과 협업하여 제도적 규범을 재고하고 수정하는 실천적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유물의 재료, 기능, 장소에 주목하여 현실과 제의, 신화와 과학이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이러한 교차적 감수성을 통해 오늘날 문화와 역사를 재구성하고자 한다.

개인전 (요약)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서울), 리움미술관(서울), MUAC(멕시코시티), Kadist(파리), 아만트 재단(뉴욕), Gastworks(런던)과 CAMSTL(세인트루이스) 등 국제 유수의 기관에서 약 22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그룹전 (요약)

작가는 스프루트 마거스(2024, 베를린), 쿤스트할 트론트하임(2024, 노르웨이), 브루클린 미술관(2020, 뉴욕), 해머미술관(2019, LA), 시카고현대미술관(2019, 시카고), 서울시립미술관(2017, 서울)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휘트니 비엔날레(2019)와 우랄 산업 비엔날레(2019), 광주 비엔날레(2021), 상 파울로 비엔날레(2021), 제주 비엔날레(2022-2023), 리버풀 비엔날레(2022-2023) 등 국제적인 비엔날레에 다수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갈라 포라스-킴은 아트 매터스 파운데이션(2019, 뉴욕), 토머스 실먼 밴가드 어워드(2019, 빈센트 프라이스 미술관, 미국), 조안 미첼 재단 (2016, 뉴욕) 등에서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작가는 2019년 하버드 대학교 래드 클리프 연구소의 펠로우를 하였으며, 게티 리서치 센터(2022-2022)의 아트 레지던시에 참여하였다. 또한, 예일 미술대학 조각 학과의 시니어 크리틱으로 재직하고 있다.

작품소장 (선정)

갈라 포라스-킴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해머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디폴 아트 뮤지엄, 댈러스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프랑스 페이 드 라 루아르 지역 현대미술기금(FRAC Pays de la Loire), 영국 테이트 모던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제도적 공간 안에서의 유물의 삶

주제와 개념

갈라 포라스-김은 과거 문명에서 기원한 유물들이 오늘날 제도적 체계 안에서 어떻게 의미화되는지를 비판적으로 탐색해왔다. 작가는 고인돌, 석관, 신전 유물 등 생명과 죽음을 경외하는 고대의 오브제들이 현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기능을 상실한 채 ‘작품’ 또는 ‘국보’로 재정의되는 구조에 주목한다.

리움미술관 개인전 《갈라 포라스-김: 국보》(2023)에서 선보인 〈국보 530점〉(2023)은 분단 이후 남북한이 각각 지정한 국보들을 하나의 화면에 재구성하여, 문화유산을 규정하는 제도의 정치성과 분할의 역사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과거 유물의 현재적 지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건조한 풍경을 위한 강수〉(2021–) 연작에서는 유물이 본래 놓여 있었던 환경—예컨대 마야의 세노테 동굴—과 단절된 박물관적 맥락을 비판하며, 영적 생명과 제의적 의미를 되살리는 방법을 모색한다.

작가는 이렇게 수장고의 먼지를 수지와 혼합해 새로운 오브제를 제작하거나, 〈테오티우와칸 태양의 피라미드의 제의 요소들의 재구성을 위한 제안〉(2019)에서처럼 박물관의 관장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제도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확장해간다.

또한 그는 언어와 기록, 번역되지 않거나 소실된 정보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초기작 〈휘파람과 언어의 변형〉(2012)은 멸종 위기의 사포텍어를 휘파람 소리로 번역하여 레코드판으로 제작한 사운드 작업으로, 식민주의와 언어의 소멸, 구술문화의 저항성을 상기시킨다.

〈우리를 구속하는 장소로부터의 영원한 도피〉(2020–)에서는 미확인 유해의 영혼과 접촉하며 유물이 놓이길 바라는 장소를 제시하는 등, 물리적 기록이 불가능한 존재와 소통하려는 상상적 시도를 통해 인류학적 사유를 예술로 전환시킨다.

작가는 언어를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닌 존재론적 매개체로 확장시킨다. 이러한 작업은 박물관이 부여한 언어적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유물이 스스로를 설명하는 방식을 되묻는 비판적 제안을 내포한다.

형식과 내용

갈라 포라스-김은 드로잉, 설치, 문서, 퍼포먼스 등을 매개로 박물관적 언어 시스템과 유물의 내러티브를 가시화한다. 특히 연필, 흑연, 종이 등의 소박한 재료로 구성한 드로잉은 고고학적 사유를 시각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2023)는 고인돌이라는 유물을 ‘사람의 시선’, ‘유산의 관점’, ‘이끼의 시점’으로 세분화하여 드로잉의 구성 속에 시간의 층위를 중첩시킨다.

그의 설치 작업은 박물관이라는 공간 안에서의 제도와 물질의 충돌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테오티우와칸 태양의 피라미드의 제의 요소들의 재구성을 위한 제안〉(2019)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놓였던 유물을 복제해 박물관의 소장 방식과 원래의 제의적 기능 사이의 간극을 질문한다. 이와 병치되는 〈두 개의 별〉(2019)은 피라미드 내부에서 바라본 어두운 하늘을 흑연으로 정성스레 그려 고대인들의 우주적 세계관을 은유적으로 소환한다.

더불어 포라스-김은 유물 주변의 먼지, 박테리아, 곰팡이 같은 비인간 개체들을 재료로 활용하여, 제도적 보존방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에서 선보인 〈만기의 순간 나타난 영원한 흔적〉(2022)은 박물관 수장고에서 수집한 곰팡이 포자가 시간이 흐르며 천 안에서 번식하는 과정을 담아, 유물의 보존과 부패가 공존하는 조건을 조형화한 사례다.

그의 작품은 재료, 시간, 제도, 믿음을 매개로 박물관 내부의 언어와 질서를 재구성하는 물질적 시뮬레이션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갈라 포라스-김은 유물을 단순히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수집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을 살아온 존재로 인식한다. 특히 죽음을 경외하거나 제의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제작된 고대 유물들이 출토 이후 현대의 제도적 환경 속에서 의미와 기능을 새롭게 부여받는 과정을 면밀히 추적해왔다.

작가는 이처럼 본래의 맥락에서 이탈한 사물들이 관람 체계와 보존 정책 안에서 재구성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며, 고고학, 종교사, 법학 등 학제 간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 소장기관과 협업하여 제도적 규범을 재고하고 수정하는 실천적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구조 속에서 유물의 삶을 추적하는 갈라 포라스-김의 작업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왔다. 초기에는 사라져가는 언어, 비가시적 기억, 소멸하는 정보를 되살리는 데 집중했으며, 점차 제도와 법, 종교적 믿음, 자연 현상을 결합한 다층적 프로젝트로 나아갔다.

그는 특히 유물의 재료, 기능, 장소에 주목하여 현실과 제의, 신화와 과학이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이러한 교차적 감수성을 통해 오늘날 문화와 역사를 재구성하고자 한다.

〈건조한 풍경을 위한 강수〉나 〈우리를 구속하는 장소로부터의 영원한 도피〉 등은 단순히 설치로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문서 교환과 기관 협업, 제의 행위의 수행 등 ‘확장된 조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국보 530점〉에서는 분단과 식민지 유산의 구조적 기원을 시각화함으로써 동아시아 현대미술과 제도 비평의 교차점을 넓혀 간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미술관, 타데우스 로팍(서울), 포울러 뮤지엄(UCLA), 휘트니 비엔날레(2019), 리버풀·제주·상파울루 비엔날레(2021–2023)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활약해온 그는, 제도와의 비판적 협업을 통해 유물의 시간과 권력의 구조를 해체하며,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동시대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향후에도 그는 학제 간 상상력과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 지구적 유산과 제도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작업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제도적 공간 안에서의 유물의 삶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