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of Paris - K-ARTIST

Face of Paris

2007
젤라틴 실버 프린트
27.94 x 35.56 cm
About The Work

이갑철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시작하여 현실과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사진 작업으로 현대 미술계의 중요한 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는 사진을 매개로 마음 깊이 내재된 무의식을 이끌어 내고, 한반도의 지형과 농촌, 민속 문화 등 작가가 밟고 서 있는 땅과 정신 그리고 사람의 정서적 근원을 드러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갑철의 사진은 우리 땅의 사람과 자연을 스트레이트 기법으로 담아내는 동시에 어딘가 낯설고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의 사진은 재빠른 스냅 샷, 기울어진 프레임, 빗나간 초점 등을 장치로 삼아 감춰져 있던 개인의 기억과 무의식을 불러낸다. 즉, 이갑철은 무언가를 찍는 것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공간을 사진에 남긴다. 작가의 사진 속 여흑이라는 공간은 눈으로 인지하는 의식의 영역을 넘어 우리의 심리와 정신의 세계, 즉 무의식의 영역으로 침투한다. 
 
그에게 사진은 세상에 대한 작가 자신의 심상이자 자신의 뿌리인 한국인의 정신적 근원에 대한 탐구이다. 이러한 이갑철의 사진은 어떠한 ‘기록’이라기 보다는 한국의 정체성을 개인의 영역으로 끌어와 ‘이야기’하는 일종의 장(場)이다.

개인전 (요약)

이갑철은 《거리의 양키들》(한마당화랑, 서울, 1984), 《도시의 이미지》(한마당화랑, 서울, 1986), 《타인의 땅》(경인미술관, 서울, 1988), 《충돌과 반동》(금호미술관, 서울, 2002), 《에너지, 기(Energy, 氣)》(한미사진미술관, 서울, 2007, 2008)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룹전 (요약)

이갑철은 《다큐멘터리 스타일》(고은사진미술관, 부산, 2012), 《Chaotic Harmony: Korean Contemporary Photography》(휴스턴미술관, 텍사스, 미국, 2009), 《2009 오디세이》(예술의 전당, 서울, 2009). 《한국현대사진 60년: 1948~2008》(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8), 《Paris Photo》(루브르박물관, 파리, 2005)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수상 (선정)

이갑철은 제2회 한국저축은행 제비꽃 서민사진작가상(2008), 제2회 동강사진상(2003), 일본 사가미하라 아시아 사진가상(2003)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이갑철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동강사진박물관, 산타바바라미술관(캘리포니아)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공간

주제와 개념

이갑철의 작업은 한국 사회와 개인의 삶을 둘러싼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되, 그것을 단순한 기록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내면과 무의식, 그리고 한국적 정신의 근원으로 확장해 온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1980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초기 작업 ‘거리의 양키들’(1984), ‘Images of the City’(1986), ‘타인의 땅’(1988) 연작에서는 급격한 산업화와 정치적 억압 속에서 낯설어져 가는 일상, 사회적 소외와 불안이 중심 주제로 등장한다. 이 시기 그는 서울과 전국을 누비며, 익숙하지만 더 이상 ‘우리의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풍경을 통해 한국 사회의 균열을 드러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이갑철의 관심은 사회적 현실을 넘어, 한국 사회를 지탱해 온 정신적·형이상학적 층위로 이동한다. ‘충돌과 반동’(1990–2002) 연작은 제례 의식, 샤머니즘, 불교 의식 등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장면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와 인간의 감정, 신명과 애환을 사진으로 끌어올린 작업이다. 이는 현실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에서, 현실 너머의 감각과 무의식을 호출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후 ‘기(氣)’(2004–) 연작에서는 한국적 사유 속에서 모든 만물에 깃든다고 여겨져 온 ‘기’라는 개념을 사진적으로 탐구한다. 느린 셔터와 잔상을 활용한 이 작업은 특정 사건이나 장면을 재현하기보다, 시간의 흐름과 에너지의 흔적 자체를 이미지로 남기는 데 집중한다. 여기서 사진은 더 이상 사회적 증언이 아니라, 감각과 직관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적막강산-도시징후’ 연작은 자연과 도시라는 상반된 공간을 가로지르며, 고요와 적멸, 고독과 적막이라는 감각을 중심 주제로 삼는다. 이 시기 이갑철의 작업은 특정 장소나 사건을 넘어, 동시대 사회 전반에 흐르는 불안과 정서적 징후를 감지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형식과 내용

이갑철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기본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끊임없이 비틀고 확장해 왔다. 빠른 스냅샷, 기울어진 프레임, 의도적으로 빗나간 초점, 거친 흑백 입자는 ‘Images of the City’와 ‘타인의 땅’ 등의 초기작에서 이미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도시와 인간 사이의 긴장과 불안을 시각적으로 증폭시킨다. 이러한 형식은 객관적 재현보다는, 작가의 감각이 개입된 주관적 시선을 전면에 드러낸다.

‘충돌과 반동’ 연작에서는 이러한 형식적 특징이 더욱 극단적으로 활용된다. 제례를 준비하는 사람들, 소 머리를 쓴 무당, 승려의 장례 장면 등은 안정적인 구도나 명확한 초점 대신, 흔들리고 잘린 프레임 속에서 등장한다. 이는 의식을 ‘설명’하기보다, 의식이 발생하는 순간의 에너지와 감각을 관객이 직접 체감하도록 만드는 장치로 기능한다.

‘기(氣)’ 연작에서 작가는 느린 셔터를 통해 시간의 흔적과 잔상을 이미지 안에 남긴다. 풍경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셔터 사이를 흐르는 에너지의 집합체처럼 나타나며, 사진 속에는 실재하지 않지만 분명히 감지되는 어떤 기운이 자리한다. 이는 사진이 가진 시간성에 대한 이갑철 특유의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적막강산-도시징후’에서는 어두운 여백, 즉 작가가 ‘여흑’이라 명명한 공간이 중요한 형식적 요소로 등장한다. 도시의 빛은 대상을 드러내기보다는 어둠을 더 깊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프레임 안의 빈 공간은 곧 관객의 감각과 해석이 개입되는 장이 된다. 이 시기의 사진은 대상보다도, 그 주변에 감도는 분위기와 징후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갑철은 1980년대 이후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이 지녀왔던 ‘객관성’의 규범을 넘어, 주관적 감각과 무의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온 작가로 평가할 수 있다. ‘거리의 양키들’과 ‘타인의 땅’에서 출발한 그의 초기 작업은 사회적 현실에 대한 기록을 기반으로 하되, 이미 프레임의 일탈, 빗나간 시선, 불안정한 구도를 통해 단순한 재현을 벗어나고자 했다. 이러한 태도는 점차 개인의 감각과 한국적 정신성으로 이동하며, 이갑철만의 독자적인 사진 언어를 형성해 나가는 토대가 되었다.

특히’충돌과 반동’ 과 ‘기(氣)’ 연작은 한국 사회와 문화에 내재된 유교·불교·도교적 사유, 그리고 샤머니즘적 세계관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풀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 사진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이 연작들에서 사진은 더 이상 사회 현실을 설명하는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감각, 집단적 무의식을 드러내는 매개로 확장된다. 이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확장이자, 기록과 표현의 경계를 재정의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적막강산-도시징후’에 이르러 이갑철의 시선은 특정 지역이나 민속적 장면을 넘어, 21세기 도시 전반에 흐르는 불안과 고독, 그리고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징후들로 향한다. 자연과 도시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감각의 층위에서 다루는 태도는, 그의 작업이 장소 특정성을 넘어 보다 보편적인 정서와 심리의 영역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도 프레임의 균열, 어두운 여백, 초점의 이탈 등 작가 특유의 사진 문법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갑철은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감각적으로 번역해 온 동시대 작가로 자리해 왔다. 그의 작업은 한국적 정체성과 정신성을 기반으로 하되, 도시와 인간, 감각과 무의식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해 이미 국제적인 맥락 속에서도 꾸준히 소개되고 평가되어 왔다. 프랑스 파리 에이전시 뷔(VU) 소속 작가로 활동하며 유럽 사진계와의 접점을 형성해 왔고, 루브르박물관 기획전, 미국 휴스턴미술관과 산타바바라미술관의 주요 기획전에 참여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그의 작업 세계를 확고히 구축해 왔다. 이갑철의 사진은 특정 지역의 문화적 기록을 넘어, 동시대 인간의 내면과 감각을 다루는 작업으로 이미 자리매김해 있으며, 한국 사진의 중요한 한 축으로 지속적으로 참조되고 있다.

Works of Art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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