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 K-ARTIST

Untitled

2025
태운 나무에 페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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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작가 정현은 반구상적인 실존적 인간상을 조각하거나 조각의 범주에서 통용되지 않던 재료들을 조각화하여 재료의 물질성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한국 현대 조각사에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 왔다.
 
정현의 작업은 인간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인간이 남기고 지나간 시간과 물질의 상태를 통해 존재를 사유한다. 작가는 침목, 폐목, 폐철근, 콜타르, 자연석 등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재료들을 조각의 중심에 놓으며, 이들이 겪어온 사용, 마모, 소진의 시간을 작품의 주요한 의미 층위로 끌어들인다. 여기서 조각은 형상을 재현하는 행위라기보다, 존재의 상태에 대한 탐색에 가까우며 이미 축적된 시간과 흔적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작가는 프랑스 유학을 계기로 1980년대부터 사실적으로 ‘잘 만들어진’ 조각의 제작이 아닌 조각을 만들며 작가 자신의 감성이 함께 맞물려지는 ‘심리적인 조각’을 만듦으로써 ‘인간의 정신성과 실존의 에너지’를 담아내려 노력해 왔다.
 
정현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하찮은 것들의 하찮지 않음’을 향하는 꾸준한 관찰자로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이미 다 소진된 폐기물에서 산업화와 도시화의 사회적, 시대적 고난을 버텨내며 묵묵히 사회를 지탱해 온 보통의 삶들을 발견한다. 정현은 그러한 삶들이 겪어 온 시련의 세월과 생명력을 작가의 방식으로 조명하고 제시함으로써, 소모되는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실존적인 모습으로 빗대어 바라보게 한다.

개인전 (요약)

정현은 1992년 원화랑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2023-2024), 성북구립미술관(2022), 금호미술관(2018) 등 국내 유수 기관을 비롯하여 파리, 뉴욕, 도쿄에서 2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대표 작가로서 프랑스 파리 왕궁 정원과 생-클루 국립 공원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정현은 인천아트플랫폼(2025), PKM갤러리(2025),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2021), 김종영미술관(2020), 대한민국역사박물관(2017), 국립현대미술관(2016), 포스코미술관(2015), 소마미술관(2013) 등 국내 주요 미술관과 올림피아 그랜드 홀(런던, 2013), 중앙화과회관(모스크바, 2010),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후쿠오카, 2005), 중국미술관(베이징, 2003) 등에서 다양한 국제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수상 (선정)

정현은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과 2009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 창작부문 대상, 2004년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 등에 선정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정현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경기도미술관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비주체의 소중한 본질

주제와 개념

정현의 작업은 인간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인간이 남기고 지나간 시간과 물질의 상태를 통해 존재를 사유한다. 작가는 침목, 폐목, 폐철근, 콜타르, 자연석 등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재료들을 조각의 중심에 놓으며, 이들이 겪어온 사용, 마모, 소진의 시간을 작품의 주요한 의미 층위로 끌어들인다. 여기서 조각은 형상을 재현하는 행위라기보다, 존재의 상태에 대한 탐색에 가까우며 이미 축적된 시간과 흔적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초기 작업에서 정현은 인체를 주요한 조형 대상으로 삼았지만, 이 인체는 해부학적 재현이나 이상화된 형상과는 거리가 멀다. 균형을 잃은 자세, 거칠게 남겨진 표면, 과장된 덩어리는 인간을 하나의 완결된 이미지로 제시하기보다, 존재가 놓인 조건과 압력의 상태를 드러낸다. 이 시기의 작업은 이후 물질 중심의 조형으로 이행하기 위한 중요한 전단계로 작용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작가는 인체 형상을 점차 배제하고, 재료 자체를 전면에 등장시킨다. 침목이나 파쇄공처럼 오랜 시간 반복적 하중과 충격을 견뎌온 물질들은 더 이상 인간을 닮은 형상을 취하지 않지만, 인간의 노동과 시간, 사회적 조건을 응축한 존재로 기능한다. 정현은 이 물질들을 인간의 은유로 해석하기보다, 그 자체의 물질적 상태와 이력에 집중하고, 형상 자체보다 ‘형상이 만들어지는 조건’을 탐구한다. 2000년대 이후 정현은 침목, 아스팔트, 폐철근, 숯 등 본래의 기능을 다하고 버려진 물질들을 주요 재료로 삼기 시작한다. 이 물질들은 인간을 닮은 형상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시간의 밀도를 내장한 존재로 제시된다.

최근 작업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유지된다. 작가는 여전히 인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지만, 인간과 물질 사이의 관계, 그리고 인간이 세계를 감각하고 점유해온 방식에 주목한다. 정현의 작업에서 인간은 조각의 중심에 놓이지 않지만, 언제나 물질과 시간을 통해 우회적으로 호출되는 존재로 남아 있다.

형식과 내용

정현의 조형은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그는 재료를 정교하게 가공하거나 형태를 통제하기보다, 밀고, 쌓고, 방치하고,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재료의 물성을 전면에 드러낸다. 이러한 형식은 조각의 전통적 문법을 지속적으로 일탈하면서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 태도에서 형성된다. 이를 통해 조각은 작가의 의도를 구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물질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결과물로 위치하게 된다.

초기 석고 작업과 마닐라삼을 활용한 작품들에서는 인체가 해체되고 압축된 덩어리로 등장하며, 이는 이후 브론즈, 목재, 산업 폐기물로 재료가 확장되면서도 유지된다. 이 시기의 〈무제〉(1987, 1989) 작업 등은 인체를 직접 묘사하기보다는, 인체가 남긴 흔적처럼 보이는 덩어리에 가깝다.

2000년대 들어 침목을 사용한 작업은 정현의 조형 언어가 본격적으로 전환되는 계기였다. 〈서 있는 사람〉(2001–2021)에서는 침목 표면에 오랜 시간 축적된 균열과 마모, 그리고 수직과 수평이라는 단순한 구조를 통해, 인체의 구체적 묘사를 최소화한 채 견딤과 지속의 상태를 형상화한다.

작품은 최소한의 형식만을 취하며, 관객은 형태보다 무게, 밀도, 표면의 상태를 통해 작품을 인식하게 된다. 여기서 조각은 시각적 완결성을 갖춘 대상이 아니라, 시간이 응축된 물질적 존재로 제시된다. 이후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을 결합한 변주는 재료 간 대비를 통해, 물질적 상처 속에서도 유지되는 구조적 긴장을 강조하기도 한다. 아스팔트로 제작된 작업에서 인체는 눕혀진 상태로 제시되는데, 이는 재료의 연성과 중력에 대한 반응에서 비롯된 형식적 선택이다.

파쇄공이나 아스팔트, 석탄과 같은 산업 재료를 활용한 작업에서는 이러한 태도가 더욱 분명해진다. 작가는 재료를 재조형하기보다, 이미 물리적 변형을 겪은 상태 그대로 전시장에 배치한다. 이때 조각은 ‘제작된 오브제’라기보다, 발견되고 대면되는 객체에 가깝다. 조각의 형식은 더욱 비인체적이고 비서사적인 방향으로 확장되며, 관객의 해석 이전에, 물질의 크기와 중량, 밀도가 직접적으로 감각에 작용한다.

드로잉 역시 조각과 분리된 독립 장르라기보다, 물질 중심의 조형 태도를 확장하는 매체로 기능한다. 콜타르를 사용한 드로잉, X-ray 필름 위의 작업, 철판의 녹을 활용한 드로잉은 이미지를 묘사하기보다, 재료가 종이 위에 남긴 흔적을 기록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는 조각이 포착하지 못하는 순간적인 정동과 감각의 잔여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조형적 층위로 작동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정현의 작업은 전통적인 조각에서 보이는 상징적 서사나 개념적 장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는 재료를 사회적 메시지의 도구로 환원하지 않으며, 형식적 실험을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는다. 대신 물질이 지닌 시간성과 사용의 이력을 조각의 중심에 두며, 조각을 물질의 상태를 사유하는 장으로 확장한다. 그에게 물질은 대상이 아니라, 작가 자신과 관객의 지각을 호출하는 매개자이자 주체에 가깝다.

이러한 태도는 한국 현대조각의 흐름 속에서도 독자적인 위치를 점한다. 정현의 작업은 산업화 이후 남겨진 물질들을 다루지만, 그것을 정치적 기호나 사회적 상징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물질이 겪어온 시간과 조건을 존중하며, 인간 중심적 해석을 유보한 채 물질 자체의 존재성을 전면화한다. ‘재현된 인간상’과 ‘완전한 추상’ 사이에서 긴장을 유지하는 조각적 입장을 형성하고, 작업의 축적과 반복 자체를 하나의 서사로 대신한다.

최근의 개인전 《덩어리》(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024), 《그의 겹쳐진 순간들》(PKM 갤러리, 2025) 등은 이러한 작업 태도가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조각과 드로잉을 병치하는 방식은 작가의 작업이 특정 시기의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물질과 조형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갱신해왔음을 드러낸다. 이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작업을 하나의 미학적 궤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그의 작업은 인간, 물질, 환경이 맺는 관계를 더욱 넓은 장면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 이미 소진된 것들, 낮은 것들, 버려진 것들을 통해 존재의 존엄을 묻는 정현의 태도는, 빠른 속도와 효율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느린 감각과 물질의 윤리를 제시하는 조각적 실천으로 남을 것이다.

Works of Art

비주체의 소중한 본질

Exhib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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