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번은 치워야 할 것 - K-ARTIST

1년에 한번은 치워야 할 것

2007
시멘트, 모조식물
250 x 250 x 230 cm / 65 x 67 x 192 cm
About The Work

1990년대 한국 현대 조각의 동시대성을 확립하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한 조각가 정서영은 급격히 변화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 속에 드러나는 비현실적인 간극을 조각의 요소로 끌어들이며 조각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다뤄왔다.
 
특히 작가는 산업화된 사회 속에서 발견되는 스티로폼, 플라스틱, 합판, 스펀지와 같은 여러 일상적인 공산품들을 재조합하여 조각적 상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해오며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현실의 비현실성, 산업화된 사회에 내재된 불균형과 간극을 ‘조각적 요소’로 끌어들이며, 조각의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이때 ‘조각적 순간’은 단순한 조형 완결이 아닌, 사물과 언어, 상황 사이의 관계가 불현듯 형성되는 찰나로 정의된다.
 
현재까지 정서영은 조각뿐 아니라 드로잉,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와 영역에서 유연하게 조각의 문제를 다루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전 (요약)

정서영은 서울시립미술관, 바라캇 컨템포러리, 프랑크푸르트 포르티쿠스, 아트선재센터, 아뜰리에 에르메스, 일민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최근(2025)에는 미국 뉴욕의 티나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룹전 (요약)

정서영은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 제4회 및 7회 광주 비엔날레, 플라토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디어 시티 비엔날레, 도쿄 시세이도 갤러리,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홍콩 아트센터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정서영은 2003년 김세중 청년조각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정서영은 2002년 창동 국립 미술 창작 스튜디오, 1998년 쌈지스페이스 스튜디오 프로그램에 선정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정서영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등 국내 유수의 국·공립 미술관과 기관에 소장되었다.

Works of Art

오브제로부터의 ‘조각적 순간’

주제와 개념

정서영의 작업은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동시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예리하게 반영하는 사유의 조각으로 출발했다. 특히 〈-어〉(1996)와 같은 초기작에서 볼 수 있듯, 그는 현실의 비현실성, 산업화된 사회에 내재된 불균형과 간극을 ‘조각적 요소’로 끌어들이며, 조각의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이때 ‘조각적 순간’은 단순한 조형 완결이 아닌, 사물과 언어, 상황 사이의 관계가 불현듯 형성되는 찰나로 정의된다.

〈유령, 파도, 불〉(1996, 1998)은 정서영의 언어 비판적 태도를 보여준다. 이 작업은 하나의 추상 조형을 매개로 언어적 지시의 다중성과 불확정성을 드러낸다. 관람자의 인식에 따라 조각은 파도, 불, 유령 등으로 끊임없이 의미 변환을 일으키며, 이는 언어와 현실 사이의 불안정한 관계를 조각적으로 가시화하는 사례다. 이러한 시도는 그의 작업 전반에 흐르는 비결정성, 불안정성에 대한 일관된 철학을 함의한다.

이후 〈전망대〉(1999)나 〈스포츠식 꽃꽂이〉(1999)에서 나타나는 ‘관계의 재구성’은 일상적 사물을 통해 현실과 상상, 신체와 사물 사이의 거리감을 해체한다. 특히 〈전망대〉는 손톱 크기의 이미지를 실제 조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상적 차원’과 ‘물질적 차원’의 경계를 사유하게 만든다. 이로써 조각은 사물에 대한 단순한 재현을 넘어, 세계를 해석하고 재배치하는 언어적·심리적 장치로 기능한다.

제 50회 베니스 비엔날레(2003)에서 선보인 〈새로운 삶〉(2003)과 〈Mr. Kim과 Mr. Lee의 모험〉(2010)에서는 조각의 공간성과 수행성 개념이 더욱 심화된다. 특히 〈새로운 삶〉은 물리적 공간을 해체·변형하며, 환경 자체를 ‘조각화’하는 확장된 조각 개념을 선보인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사회구조 속 비가시적 요소들—경계, 통로, 숨겨진 출입구—를 조각의 핵심 주제로 전환한다.

형식과 내용

정서영의 형식적 실험은 비-조각적 재료를 ‘조각 상태’로 변환하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어〉는 비닐민속장판을 캔버스로 전환하고, 거기에 언어의 공백을 상징하는 음성어를 삽입함으로써 사물의 본래 기능과 조형적 상태를 교란한다. 이는 비기능적·비결정적 상황을 조각적 언어로 확장하는 초기 작업의 전형이다.

〈유령, 파도, 불〉이나 〈스포츠식 꽃꽂이〉에서는 함석, 스펀지, 플라스틱, 합판 등 산업재를 차용하되, 가공을 최소화한 채 사물 고유의 물성을 드러낸다. 이때 재료는 단순한 조형 수단을 넘어, 사회적 증거로서 현실의 변화를 내재한다. 특히 〈스포츠식 꽃꽂이〉는 권투 글러브와 꽃이라는 비유사적 조합을 통해 사물의 새로운 의미 층위를 창출한다.

〈새로운 삶〉에서는 조각적 상태가 공간적 개입으로 확장된다. 숨겨진 출입구를 드러내고, 기둥을 위장하는 〈새로운 기둥〉(2003)을 통해 작가는 공간 구조 자체를 조형의 일부로 전환한다. 이는 물리적 변형을 넘어 사회적, 심리적 지각의 변환을 촉발하는 ‘공간적 조각’의 시도로 읽힌다.

2010년대 들어, 정서영의 작업은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로 확대된다. 〈Mr. Kim과 Mr. Lee의 모험〉(2010)은 퍼포머와 관객의 관계를 변형하는 방식으로, 조각의 시간성과 상황성을 실험한다. 또한 개인전 《공기를 두드려서》(바라캇 컨템포러리, 2020)에서는 세라믹, 알루미늄, 제스모나이트 등 새로운 재료와 텍스트 드로잉, 영상 설치를 통합하며, 조각의 매체적 한계를 탈피한다. 이번 전시는 ‘공기를 두드린다’는 비가시적, 비물질적 행위를 매개로 현실을 재구성하는 확장된 조각의 또 다른 국면을 제시했다.

지형도와 지속성

정서영은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이 ‘동시대 미술’로 이행하는 결정적 시기에 등장해, 조각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초기에는 〈-어〉와 〈유령, 파도, 불〉을 통해 언어의 불완전성과 사물의 비규정성을 조각적 언어로 전환했으며, 〈전망대〉와 〈스포츠식 꽃꽂이〉에서는 비유사적 사물의 조합을 통해 인식의 틈을 시각화하는 실험을 지속했다.

2000년대 초 〈새로운 삶〉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조각을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공간과 상황, 구조 전체로 확장시켰고, 2010년대 〈Mr. Kim과 Mr. Lee의 모험〉을 통해 조각의 시간성과 수행성을 탐구하는 새로운 지점을 열었다. 이후 최근 개인전 《공기를 두드려서》에서는 비물질적 요소인 ‘공기’까지 조각의 범주에 포함시키며 매체의 경계를 허물었다.

정서영은 동시대 한국미술의 조각 개념을 근본적으로 확장해온 독자적 실험을 통해 현재 국내뿐 아니라 국제 미술계에서도 동시대 조각의 중요한 위치를 점유한다. 뉴욕 티나킴 갤러리 개인전, 프리즈 런던, 베니스 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 플랫폼에서 활동을 확장해온 그는, 비가시적 차원, 비정형적 언어, 비결정적 상황을 지속적으로 조각의 문제로 다루며 세계 동시대 미술의 조각 담론을 선도해갈 전망이다. 앞으로도 정서영의 작업은 사물·언어·상황의 관계를 새롭게 교란하는 방식으로 조각의 정의를 끊임없이 재규정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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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제로부터의 ‘조각적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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