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해바라기 - K-ARTIST

새와 해바라기

2020
종이에 잉크와 연필
30 x 30 cm
About The Work

이안리의 작업은 식물, 씨앗, 새, 비누, 사전이나 고전 소설 속 사건들처럼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정서적 감응을 바탕으로, 물성과 몸짓, 시간성과 내러티브를 결합한 독자적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초기 드로잉 시리즈에서 보이던 정밀한 관찰과 묘사는 점차 반복, 누적, 긁기, 붙이기, 엮기 등의 물리적 행위를 통해 보다 감각적이고 시적인 회화와 설치로 확장되었다.

그는 단일한 스타일이나 기법에 머물지 않고, 일상적인 재료를 통해 조형 언어를 끊임없이 변형시키며, 자신만의 ‘식물적 우주’를 형성해왔다.

개인전 (요약)

개인전으로는 《퍼크와 밤의 그림들》(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2024); 《이안리의 살구 바》(드로잉 스페이스 살구, 서울, 2018); 《네. 다섯 개의 거울》(드로잉 스페이스 살구, 서울, 2016)이 있고, 2인전으로는 《오렌지 잠》(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2023)을 개최하였다.

그룹전 (요약)

참여한 주요 국내외 단체전으로는 《언박싱 프로젝트 3: 마케트》 (뉴스프링프로젝트, 서울, 2024); 《잘 지내나요?》 (경기도미술관, 경기, 2023); 프리즈 No.9 Cork Street, 런던 (2023); 《어떤 사물, 그리고 몸짓들》 (우민아트센터, 청주, 2022); 《2022 Sea & Museum 바다와 미술관 : 바다를 위한 예술과 예술가》(이강하 미술관, 광주, 2022); 《몸짓의 구조》(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2022); 《지역네트워크교류전 2018: 이상동몽》 (제주현대미술관, 제주, 2018); 《살랑대는 예술군도》(성북예술창작터, 서울, 2017) 등이 있다.

Works of Art

작고 사소한 존재들의 순간

주제와 개념

이안리의 작업은 일상 속 자연물과 비인간 존재들을 내밀하게 관찰하고, 그것들과의 관계 안에서 형성되는 감정, 변화, 시간의 흔적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는 데에 집중해왔다. 〈뿌리와 가지〉(2009), 〈Depart I〉(2011) 같은 초기 드로잉 작업은 씨앗, 뿌리, 꽃, 가지 등 식물의 생애주기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보여주며, 단순한 묘사를 넘어 생명성 자체에 대한 인식과 감정의 층위를 탐색한다. 작가에게 있어 자연물은 단순한 형상이 아닌, 감각과 기억을 유도하는 살아있는 '사건'으로 기능하며, 작품은 그러한 순간들을 구조화한 시적 산물이다.

작가는 비인간 존재에 대한 정서적 반응과 내면의 흔들림을 더욱 직관적이고 유희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주제의식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조영주 작가와의 2인전 《오렌지 잠》(2023, 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비누를 모티프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우리 주변 사물이 가지는 속성과 쓰임을 촉각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하고자 했다.

원앤제이 갤러리 개인전 《퍼크와 밤의 그림들》(2024)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착안한 퍼크(Puck)라는 존재를 자신에 투영하고, 인간관계에서 비롯한 모순된 감정의 층위를 ‘밤’이라는 은유 아래 회화적 몸짓으로 펼쳐낸다. 이렇듯 작가는 우리 주변의 작고 사소한 존재들이나 삶의 특정한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보편적인 감각 경험을 유도하는 감응의 예술을 구축해오고 있다.

형식과 내용

이안리는 회화, 드로잉, 콜라주,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자신의 감각을 구체화해왔다. 그의 작업은 대상을 완성된 이미지로 고정시키기보다는, ‘관찰-조응-변형’의 과정을 통해 감각의 기록으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세계 가정적 필기체 사무소’(2020) 연작은 인류 문명사 속 사물 이미지와 드로잉을 콜라주하여, 사물의 존재성과 감각을 동시에 호출하는 작업이다. 드로잉 연작 ‘스물셋 우연의 일치’(2020)와 같은 작업은 작가가 식물을 돌보면서 일기를 쓰듯 축적한 감각의 기록으로, 작은 사건들의 반복과 퇴적을 통해 내면의 내러티브를 시각화한다.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종이, 연필, 잉크, 모래 등의 재료는 손의 반복적 몸짓을 통해 시간성과 촉각성을 축적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오렌지 잠〉(2022)에서는 사용됨에 따라 점점 마모되어, 깨끗하면서도 더러워지는 비누의 촉각성을 캔버스의 거칠고 훼손된듯한 표면으로 형상화하였다.

이후 이어진 신작 〈키스〉(2024), 〈카니발 색종이〉(2024), 〈올리브 트립〉(2024) 또한 작가의 조각적 감각과 촉각적 회화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모래, 안료, 아크릴을 혼합하여 캔버스에 쌓고, 긁어내고, 다시 칠하는 반복적 제스처는 자연물의 성장과 마모를 닮아 있으며, 텍스처가 화면의 정서적 밀도를 좌우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안리의 작업은 식물, 씨앗, 새, 비누, 사전이나 고전 소설 속 사건들처럼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정서적 감응을 바탕으로, 물성과 몸짓, 시간성과 내러티브를 결합한 독자적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초기 드로잉 시리즈에서 보이던 정밀한 관찰과 묘사는 점차 반복, 누적, 긁기, 붙이기, 엮기 등의 물리적 행위를 통해 보다 감각적이고 시적인 회화와 설치로 확장되었다. 그는 단일한 스타일이나 기법에 머물지 않고, 일상적인 재료를 통해 조형 언어를 끊임없이 변형시키며, 자신만의 ‘식물적 우주’를 형성해왔다.

작가는 주변의 동식물과 사물 등 비인간 존재들과 관계 맺는 과정을 예술로 변환하는 데 집중하며, 앞으로도 비정형적이고 유기적인 조형 감각으로 독창적인 세계를 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작고 사소한 존재들의 순간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