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 - K-ARTIST

선녀

2017
린넨에 유채
227 x 182 cm 
About The Work

최수련은 소위 ‘동양풍’ 이미지의 양상과 그것이 소비되는 방식을 지켜보며 그림을 그린다. 이를 위해 작가는 한국과 중국의 고전 극영화에서 수집한 동북아시아가 공유하는 전통적인 클리셰 이미지를 바탕으로 비애, 여성, 현실과의 괴리, 내면의 오리엔탈리즘, 의심, 무지와 부조리 등을 드러내는 회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업은 얼핏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즉 ‘과거’의 것을 다루는 듯하지만, 작가는 이를 둘러싼 현실의 맥락을 살피며 오늘날 그의 세대 그리고 우리 사회에 내재한 비애, 의심, 부조리와 무지 등을 그려내고 있다.

개인전 (요약)

최수련의 최근 주요 개인전으로는 《그림 회에 그림 화》(갤러리조선, 서울, 2023), 《무중필사》(산수문화, 서울, 2020), 《태평선전》(인천아트플랫폼 윈도우갤러리, 인천, 2020), 《망한 나라의 음악》(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19) 등이 있다. 작가는 지난해 2인전 《구슬과 난초》(챔버, 서울, 2024)에 참여한 바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최수련은 갤러리조선, 경기도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뮤지엄헤드, 디스위켄드룸, 서울시립미술관, 하이트 컬렉션, 인사미술공간, 아트스페이스 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수상 (선정)

참여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는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천안, 2022-24), 인천아트플랫폼(인천, 2020-2021), 팔복예술공장(전주, 2019),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청주, 2018) 등이 있다. 또한 2020년 종근당 예술지상을 수상했다.

작품소장 (선정)

작품은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동양' 클리셰의 재맥락화

주제와 개념

최수련의 작품세계는 동양 전통 이미지의 재현과 소비 방식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한국과 중국의 고전 극영화에서 수집한 전통적 클리셰를 바탕으로 비애, 여성성, 현실과의 괴리, 내면적 오리엔탈리즘, 의심과 무지 등의 개념을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초기작업인 〈팔선녀〉(2013)는 동양 전통의 시각적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신화 속 여성 모티프가 동시대 한국 사회에서 소비되는 방식을 재맥락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작품에는 전통이 단순한 유산이 아니라, 동시대 문화 속에서 왜곡되고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일종의 관습적 시스템임을 탐구하는 시선이 담겨 있다.

〈팔선녀〉의 연장선상에 있는 ‘선녀’(2017-) 연작은 작가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지역 행사에서 전통 복장을 한 채 무료하고 피로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실제 여성들을 포착해, 전형적이고 이상화된 동양 여성 이미지의 허구성을 해체한다.

이후 ‘태평녀’(2019-) 연작에서는 1980~90년대 중국 고전 영화 속 비탄에 잠긴 여성들의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하며, 동아시아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여성 서사의 전형성을 탐구하였다. 그의 관심은 특정한 시대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이 내부적으로도 어떻게 고착화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장되었다.

최근에는 문자와 텍스트를 활용한 필사 연작을 통해 회화적 서사성을 확장하고 있다. 〈한글세대를 위한 필사(귀신의 이치)〉(2022)에서는 고전 영화나 괴담 속 귀신의 대사를 수집하고, 이를 직접 한글로 필사하는 방식을 통해 전통적 언어 체계와 현대적 감각이 충돌하는 지점을 부각했다. 〈장금아의 불행한 환생과 조신의 변발〉(2024)에서는 이슬람 삽화의 형식을 빌려 고전 설화 텍스트와 이미지를 병렬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서로 유사하게 황망한 이야기들을 모아 이해 불가능한 비극의 한 면모 자체를 드러낸다.

형식과 내용

최수련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회화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속에서 서사적 요소와 물질적 실험의 발전이 지속된다. 초기에 작가는 사진이나 영상에서 캡처한 저해상도 이미지를 회화로 변환하는 방식을 활용해왔다. 〈치성봉행〉(2014)은 한국의 신흥종교 의례 장면을 재현하면서, 실제 사건을 담은 다큐멘터리적 이미지와 회화적 모호성이 결합된 시각적 효과를 보여준다. 작가의 회화는 반투명한 붓질과 굵은 올이 드러나는 리넨이나 황마의 텍스처를 강조하며, 구체적인 형태보다는 이미지의 환영성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의 작업 방식은 회화적 전통과 현대적 접근법을 결합하는 특징을 지닌다. 전통 초상화와 유사한 구성을 차용하면서도, 유화의 투명도를 활용해 이미지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다. 그는 린넨이나 황마에 아교칠을 하여 지면을 만들고, 미디엄을 다량 섞어 투명도를 높인 유채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후 오일을 바르면서 표면을 닦아내는 과정을 통해 이미지의 일부가 희끗희끗하게 지워진 듯한 효과를 연출하는데, 이는 역사적 서사나 기억의 불완전성을 암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필사를 활용한 작업들에서는 회화가 단순한 이미지 재현이 아니라, 언어적 층위에서도 의미를 구성할 수 있는 매체임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형식적 확장의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최수련의 작업은 민속적인 ‘동양풍’ 클리셰 이미지에 대한 회화적 접근과 전통 서사 이면의 구조에 대한 비판적 재맥락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팔선녀〉에서 〈선녀〉, 〈태평녀〉로 이어지는 작업들은 전통 서사 속 여성들이 소비되는 이미지와 현실 속 여성들 간의 괴리를 조명하며, 동시에 회화의 물질성을 실험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었다.

그의 작업은 전통과 동시대성, 회화와 서사, 실재와 환영을 교차시키는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한글세대를 위한 필사(귀신의 이치)〉와 〈장금아의 불행한 환생과 조신의 변발〉처럼 텍스트와 이미지를 병렬적으로 배치하는 실험적 시도는, 그의 작업이 점점 더 다층적인 내러티브 구조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수련의 작업들은 동시대 한국 미술에서 전통적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Works of Art

'동양' 클리셰의 재맥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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