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 K-ARTIST

비하인드

2023
싱글채널
2분 44초

About The Work

송세진은 개인과 사회의 경계에 주목하며, 시각문화에 기록된 젠더와 인종, 정보의 오류를 수집하고 광학기기를 비롯한 기술에 내재한 기준과 차별의 문제를 탐구해 왔다. 특히 집단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미디어의 기술적 특성과 시간이 수행하는 역할에 관심을 둔다. 미디어가 공간과 정치, 역사적 사건뿐 아니라 소문과 같은 개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확산하고 연결하며 반복하는지 살피고, 이를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통해 근미래적 시각으로 재구성한다.

유리 작업에서 출발한 송세진의 작업은 개인과 집단의 충돌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영상과 퍼포먼스로 확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관심은 개인과 집단의 직접적인 충돌을 넘어, 그 경계에 놓인 존재가 어떻게 인식되고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오늘날의 기술이 역사적으로 축적된 젠더와 인종, 신체에 대한 편견을 데이터와 분류 체계 안에 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결국 어떤 정보가 기록되고 누가 이를 분류하며, 무엇이 정상과 비정상으로 규정되는가라는 사회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즉 송세진은 기술을 개인과 집단의 기억 및 경험이 반영되는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장치로 바라본다. 특히 기술이 개인의 기억과 시간, 정체성을 어떻게 선택하고 삭제하며 굴절시키는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기술과 사회의 거시적인 관계를 조명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지닌 개인들이 충돌하는 지점을 포착하며 사회를 구성하는 다층적이고 미시적인 관계망을 드러낸다.

개인전 (요약)

송세진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노화된 기술》(금천예술공장, 서울, 2024), 《Behind》(스페이스 애프터, 서울, 2023), 《상리공생》(엘리펀트 스페이스, 서울, 2022)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송세진은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아트선재센터, 서울, 2026), 《세계의 저편》(주일(도쿄)한국문화원, 도쿄; 주홍콩한국문화원, 홍콩; 주오사카한국문화원, 오사카; 2024),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일민미술관, 서울, 2024), 《당신에게 말을 거는 이유》(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고양, 2023), 《장소, 곳, 공간》(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파주, 2022), 《개인들의 사회》(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송세진은 금천예술공장(2024),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23),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2),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스튜디오(2020-2021)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송세진의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등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기술의 기준과 분류 체계에서 배제된 존재들에 대하여

주제와 개념

송세진의 작업은 개인과 집단이 만나는 경계에서 시작한다. 초기에는 유리를 다루는 제작 방식 자체에서 이 문제를 발견했다. 유리 블로잉은 일정한 형태와 완성도를 요구하고 여러 사람이 협업해야 하는 공예적 규율을 지니는데, 송세진은 이를 개인이 규격화되고 사회화되는 과정과 연결해 바라보았다.

‘Inhale’(2017–2019) 연작에서는 일반적으로 협업을 전제로 하는 블로잉을 혼자 수행하고, 완성된 기물을 다시 쌓고 녹여 변형시키면서 정해진 형태와 규범을 의도적으로 흔든다. 서로 다른 유리가 수축하고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균열은 단순한 물질적 실패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가 충돌하고 다시 관계를 맺는 흔적으로 읽힌다. 이 시기부터 작가에게 ‘차이’는 제거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러한 관심은 유리에서 영상과 퍼포먼스로 확장되며 젠더, 인종, 정치, 시선과 권력의 문제로 이어진다. 〈립싱크 포 유어 라이프〉(2016)는 대통령 탄핵 집회라는 집단적 정치 공간 안에서 작가가 드랙 퍼포먼스를 수행하며 국가, 집단, 개인 사이의 연대와 충돌을 동시에 드러낸다. 마틴 루터 킹의 연설과 도널드 트럼프의 이미지, 드랙 문화가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하면서 젠더와 인종, 정치적 이념이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복수의 기준임을 보여준다.

이후 〈겁이 많은 항해사 게이 헤드는 어느날 우표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그의 딸 마서에게 말했다〉(2019)에서는 인간의 언어를 잃은 인물을 통해 언어와 비언어, 인간과 비인간,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다룬다. 이때 작가의 관심은 집단과 개인의 직접적인 충돌에서, 경계 사이에 위치한 존재가 어떻게 인식되고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넓어진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10년 프로젝트)〉(2021)는 이러한 문제를 카메라와 시선의 권력으로 확장한다. 파우스트의 서사를 바탕으로 장기간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에서 카메라 앞에서 대본을 읽지 못하는 배우,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 감독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퍼포머가 등장한다. 송세진은 촬영 장면뿐 아니라 제작 과정의 앞과 뒤를 함께 드러내며 ‘보는 사람’과 ‘보이는 사람’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위계를 살핀다.

개인전 《상리공생》(엘리펀트 스페이스, 서울, 2022)에서는 관심이 다시 기억과 정보의 문제로 확장된다. 개인의 경험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억, 온라인 정보, 거짓뉴스와 뒤섞이며 끊임없이 수정되고 굴절된다. 〈버섯과 명상〉(2022)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촉발한 유언비어와 균근망의 확산, 인터넷, 검버섯, 신체에 남은 기억을 연결하면서 정보와 기억이 퍼져나가는 구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바라본다.
 
2023년 이후에는 기억과 정보에 관한 관심이 신체의 노화와 AI 기술의 문제와 직접 결합한다. 〈노화된 기술〉(2023)은 작가가 경험한 이명을 출발점으로, 신체의 오작동과 데이터 학습 시스템에 내재한 오래된 분류 기준을 병치한다. 작가는 AI가 중립적인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역사적으로 축적된 젠더·인종·신체에 대한 편견을 데이터와 분류 체계 안에 반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같은 해 제작한 〈Work〉(2023)는 이 문제를 2065년의 시간여행자라는 SF적 설정과 이별 이후의 이명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풀어낸다. 이후 《노화된 기술》(금천예술공장, 서울, 2024)과 〈노화된 기술: 부정과 불능〉(2024)에서는 공식 기록에서 누락된 이태원의 구역을 미래의 AI가 복원하지 못한다는 설정을 통해, 기록되지 않은 존재는 미래의 기술에서도 다시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송세진에게 기술의 문제는 결국 어떤 정보가 기록되고, 누가 분류하며, 무엇이 정상과 비정상으로 남는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형식과 내용

송세진은 유리, 영상, 퍼포먼스, 설치, 텍스트를 유연하게 선택한다. 초기의 유리는 단순한 조형 재료가 아니라 신체와 사회를 동시에 설명하는 매체였다. 유리는 호흡을 통해 팽창하고 온도에 따라 수축하며, 힘의 차이에 따라 깨지거나 결합한다.

〈swell/Mushroom〉(2022)은 숨을 불어넣어 내부를 형성하는 유리와 버섯의 팽창, 몸에 저장된 기억을 연결하고, 〈shrink/Breath〉(2022)는 반대로 내부의 공기를 빼내며 무너지는 형태를 통해 혼자 있는 순간 내뱉는 숨과 감정의 분출을 다룬다. 물질 자체가 팽창과 수축, 결합과 균열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유리는 개인과 집단, 기억과 신체의 관계를 구체적인 형태로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영상에서는 실제 기록과 픽션을 결합해 서로 다른 시간과 정보를 연결한다. 〈겁이 많은 항해사 게이 헤드는 어느날 우표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그의 딸 마서에게 말했다〉는 마서스 비니어드라는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허구적 인물과 사건을 구성하고, 수화와 텍스트를 주요한 소통 수단으로 사용한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10년 프로젝트)〉 역시 카메라 앞과 뒤를 동시에 보여주며 영화 제작 과정 자체를 이야기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이처럼 송세진의 영상은 특정 사건을 재현하거나 설명하는 데 집중하지 않고, 서로 다른 이미지와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지 보여준다. 하나의 서사 안에서도 시점과 정보가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관객은 무엇이 중심이고 무엇이 주변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상리공생》 이후에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역사적 사건과 자연현상, 개인의 감각을 비교와 은유로 연결하는 방식이 더욱 두드러진다. 〈버섯과 명상〉에서 거짓 정보의 확산과 균근망은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지만 ‘퍼져나가는 것’이라는 공통된 구조를 통해 연결된다.

개인전 《Behind》(SPACE ÆFTER, 서울, 2023)에서 선보인 〈Work〉에서는 이명이 이러한 연결의 중심에 놓인다. 실제 소리와 존재하지 않는 소리, 현재와 기억, 개인의 이별과 데이터 분류의 정치성이 하나의 SF 서사 안에서 겹쳐진다. 송세진은 리서치에서 발견한 이미지, 사진, 언어, 소리를 의도적으로 낯설게 조합하면서 기억 자체가 정확한 기록이 아니라 계속 수정되는 불완전한 데이터라는 점을 형식으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관객의 신체와 선택이 작품 구조 안으로 직접 들어온다. 〈노화된 기술: 부정과 불능〉에서 두 명의 관객은 각각 한 명의 퍼포머와 연결되어 무대 위 이태원 지도를 이동하고,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공공 데이터와 구술 기록을 듣는다.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가 접하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장소에 대한 기억 역시 서로 다르게 형성된다.

또한 ‘Practice of the way to seeing’ 연작과 〈Zoom in - Practice of the way to seeing 2〉(2024)는 볼록 렌즈와 같은 광학 장치를 사용해 ‘본다’는 행위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라 기술적 조건과 사회적 기준을 통과하며 왜곡되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송세진의 작업에서 매체는 내용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보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방식 자체를 시험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유리에 생긴 균열, 인간의 기억이 만들어내는 왜곡, 이명이라는 신체적 신호, AI의 잘못된 분류, 공식 기록에서 누락된 자료는 모두 정확성과 완전성을 벗어난 상태다. 그러나 작가는 오히려 이러한 틈에서 사회가 무엇을 정상으로 규정하고 무엇을 배제하는지 찾아낸다. 초기 유리 작업에서 발견한 규격화의 문제는 젠더와 인종, 정치적 시선의 문제로 이동했고, 다시 기억과 정보, AI와 데이터의 분류 체계로 확장되었다. 매체와 대상은 계속 바뀌었지만 ‘기준은 누가 만들며, 그 기준에서 벗어난 존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은 작업 전반에 지속되고 있다.
 
또 하나의 독특한 지점은 거시적인 사회 문제를 개인의 몸과 감각에서 출발해 풀어낸다는 점이다. 관동대지진과 식민주의, AI의 편향, 집단기억 같은 큰 주제를 다루면서도 송세진은 이를 이명, 호흡, 피부의 검버섯, 이별의 기억 같은 매우 사적인 경험과 연결한다. 《세계의 저편》(주일한국문화원·주홍콩한국문화원·주오사카한국문화원, 2024)에서 소개된 〈Work〉 역시 거대한 시간과 기술의 문제를 한 개인이 듣는 소리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방식은 기술사회나 데이터 정치학을 직접적으로 분석하는 작업과 달리, 시스템의 문제가 한 개인의 신체와 감정에 어떻게 도착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SF적 설정이나 근미래적 서사는 현실에서 멀어지기 위한 상상이 아니라 현재의 구조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작업의 변화는 ‘개인과 집단의 충돌’에서 ‘기억과 정보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기술이 과거의 편견을 미래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Inhale’ 연작에서 개인이 기존의 제작 규범을 거스르는 행위가 중요했다면, 〈립싱크 포 유어 라이프〉에서는 개인의 저항이 정치적 집단과 만난다. 이후 《상리공생》에서는 개인과 사회가 서로의 기억을 침투시키는 관계로 바뀌고, 〈노화된 기술〉과 〈노화된 기술: 부정과 불능〉에서는 사회가 축적한 과거의 데이터가 기술을 통해 미래의 판단 기준이 되는 문제까지 나아간다.

최근의 작업에서 시간은 과거·현재·미래로 분리되지 않는다. 과거의 기록은 현재의 기술 안에서 다시 작동하고, 현재의 선택은 미래에 무엇이 기억될지를 결정한다. 송세진의 작업은 이 순환 속에서 삭제되고 왜곡되는 존재를 계속 찾아내고 다시 연결한다. 유리의 물성에서 출발한 ‘굴절’이라는 감각이 시선과 기억, 데이터와 AI의 문제까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송세진의 작업은 기술이 더욱 정교해질수록 오히려 그 안에 남아 있는 오래된 기준과 누락된 목소리를 추적하는 방향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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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기준과 분류 체계에서 배제된 존재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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