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진의 작업은 개인과
집단이 만나는 경계에서 시작한다. 초기에는 유리를 다루는 제작 방식 자체에서 이 문제를 발견했다. 유리 블로잉은 일정한 형태와 완성도를 요구하고 여러 사람이 협업해야 하는 공예적 규율을 지니는데, 송세진은 이를 개인이 규격화되고 사회화되는 과정과 연결해 바라보았다.
‘Inhale’(2017–2019) 연작에서는 일반적으로 협업을 전제로 하는 블로잉을 혼자 수행하고,
완성된 기물을 다시 쌓고 녹여 변형시키면서 정해진 형태와 규범을 의도적으로 흔든다. 서로
다른 유리가 수축하고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균열은 단순한 물질적 실패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가
충돌하고 다시 관계를 맺는 흔적으로 읽힌다. 이 시기부터 작가에게 ‘차이’는 제거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러한 관심은 유리에서
영상과 퍼포먼스로 확장되며 젠더, 인종, 정치, 시선과 권력의 문제로 이어진다. 〈립싱크 포 유어 라이프〉(2016)는 대통령 탄핵 집회라는 집단적 정치 공간 안에서 작가가 드랙 퍼포먼스를 수행하며 국가, 집단, 개인 사이의 연대와 충돌을 동시에 드러낸다. 마틴 루터 킹의 연설과 도널드 트럼프의 이미지, 드랙 문화가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하면서 젠더와 인종, 정치적 이념이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복수의
기준임을 보여준다.
이후 〈겁이 많은 항해사 게이 헤드는 어느날 우표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그의
딸 마서에게 말했다〉(2019)에서는 인간의 언어를 잃은 인물을 통해 언어와 비언어, 인간과 비인간,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다룬다. 이때 작가의 관심은 집단과 개인의 직접적인 충돌에서, 경계 사이에
위치한 존재가 어떻게 인식되고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넓어진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10년 프로젝트)〉(2021)는
이러한 문제를 카메라와 시선의 권력으로 확장한다. 파우스트의 서사를 바탕으로 장기간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에서
카메라 앞에서 대본을 읽지 못하는 배우,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 감독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퍼포머가 등장한다. 송세진은 촬영 장면뿐
아니라 제작 과정의 앞과 뒤를 함께 드러내며 ‘보는 사람’과 ‘보이는 사람’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위계를 살핀다.
개인전 《상리공생》(엘리펀트 스페이스, 서울, 2022)에서는 관심이 다시 기억과 정보의 문제로 확장된다. 개인의 경험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억, 온라인
정보, 거짓뉴스와 뒤섞이며 끊임없이 수정되고 굴절된다. 〈버섯과
명상〉(2022)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촉발한 유언비어와 균근망의 확산, 인터넷, 검버섯, 신체에
남은 기억을 연결하면서 정보와 기억이 퍼져나가는 구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바라본다.
2023년
이후에는 기억과 정보에 관한 관심이 신체의 노화와 AI 기술의 문제와 직접 결합한다. 〈노화된 기술〉(2023)은 작가가 경험한 이명을 출발점으로, 신체의 오작동과 데이터 학습 시스템에 내재한 오래된 분류 기준을 병치한다. 작가는 AI가 중립적인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역사적으로 축적된 젠더·인종·신체에 대한 편견을 데이터와 분류 체계 안에 반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같은 해 제작한 〈Work〉(2023)는 이
문제를 2065년의 시간여행자라는 SF적 설정과 이별 이후의
이명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풀어낸다. 이후 《노화된 기술》(금천예술공장, 서울, 2024)과 〈노화된 기술:
부정과 불능〉(2024)에서는 공식 기록에서 누락된 이태원의 구역을 미래의 AI가 복원하지 못한다는 설정을 통해, 기록되지 않은 존재는 미래의
기술에서도 다시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송세진에게 기술의 문제는 결국 어떤 정보가 기록되고, 누가 분류하며, 무엇이 정상과 비정상으로 남는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