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 Moon - K-ARTIST

Blood Moon

2023
단채널 영상
33분 31초

About The Work

황민규는 애니메이션적 편집 기법과 형식을 활용해 사회의 불완전성과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낸다. 기존 이미지와 영상을 차용하고 재구성해 동시대의 사건과 사회적 현상을 비추는 한편,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큐멘터리(mockumentary) 형식으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한다. 특히 1980~90년대 서브컬처를 바탕으로 세기말적 세계관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동시대 사회의 불안정한 단면을 포착해 왔다.

작가는 작업의 소재를 수집하기 위해 가족과 지인의 브이로그부터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서브컬처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상과 이미지를 직접 촬영하거나 수집한다. 이렇게 모은 자료는 SF적 요소와 허구적 설정을 더한 모큐멘터리 형식으로 재구성되며,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새로운 서사와 세계를 만들어 낸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장면들은 이내 현실과 맞닿은 지점을 드러내며 관객을 지금 이 순간의 현실과 마주하게 한다.

황민규의 작업은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 미시적인 생활사와 허황될 정도로 거대한 극적 세계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현실의 불안정한 이면을 드러내고 다른 출구를 모색한다. 작품 속 허구적 설정은 현실의 단면을 비추는 장치로 작동하며, 거듭되는 위기 앞에서 나약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포착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개인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가 현재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질문한다.

개인전 (요약)

황민규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Out of the Blue》(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2023), 《After Blue》(고양예술창작센터 해움, 일산, 2023), 《기적을 노래하다》(더레퍼런스, 서울,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황민규는 《SAD BOOK》(아르코 예술가의 집, 서울, 2026), 《분해되지 않는 밤》(챔버, 서울, 2026), 《Poetic Forensic》(상업화랑, 서울, 2025),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일민미술관, 서울, 2024), 《이주》(예술공간 의식주, 서울, 2023), 《개인사회》(우민아트센터, 청주, 2020), 《코끼리 그림자 바람》(경기도미술관, 안산,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황민규는 2017년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에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황민규는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5-2026),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2022-2023),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7)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가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로부터 포착하는 현실의 이면

주제와 개념

황민규의 작업은 현실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 불안과 위기를, 어린 시절 익숙했던 애니메이션과 SF의 세계관을 빌려 다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어린 시절 동경했던 로봇과 영웅의 이미지가 현실의 재난 앞에서는 아무 힘도 발휘할 수 없는 ‘플라스틱 덩어리’처럼 느껴졌던 경험은 작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2015 odyssey〉(2015)에서 그는 프라모델을 실제로 녹인 뒤 영상 속에서 다시 부활시키며 현실과 가상의 간극을 드러냈고, 〈나는 너를 지킨다〉(2015)와 〈나를 지켜줘〉(2017)에서는 세계를 구할 영웅을 기다리는 익숙한 서사를 가져오면서도 끝내 그 영웅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개인전 《これは愛ですか。 이것은 사랑인가요?》(out_sight, 서울, 2018)에서 영웅은 목소리로만 남고, 재난은 계속되며, 세계를 구원할 것처럼 보였던 존재의 자리에 작고 가벼운 플라스틱 덩어리가 남는다. 황민규에게 영웅은 구원의 상징이라기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구원에 대한 인간의 기대와 의존을 드러내는 장치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점차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계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야생 속으로〉(2020)는 영웅의 부재를 인정한 뒤 스스로 삶을 개척하려는 개인을 내세우지만, 팬데믹이 가져온 통제와 고립 속에서 그 의지마저 흔들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같은 해 제작한 〈터전의 끝〉(2020)은 정부 지원 전세자금의 서류 문제로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 친구의 실제 사건과 힙합 오디션이라는 대중문화적 설정을 결합한다.

개인전 《기적을 노래하다》(더레퍼런스, 서울, 2020)에서 드러나듯, 이 시기의 황민규는 주거 불안, 경제적 격차, 사회 시스템의 모순처럼 개인이 쉽게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을 세기말 애니메이션의 정서와 겹쳐 놓는다. 거대한 위기가 멀리 있는 재난이 아니라 주거, 생계, 노동과 같은 일상적인 조건 속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작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는다.
 
팬데믹 이후에는 과거 SF와 디스토피아가 예견했던 장면들이 실제 현실과 겹쳐지면서 작업의 세계관도 달라진다. 〈정월〉(2023)은 코로나19로 고향 부산에 머물게 된 작가가 어머니와 배우자의 일상을 기록하면서, 해운대의 고층 아파트와 텅 빈 도시 풍경, 해수면 상승, 후쿠시마 오염수 등 환경적 위기를 교차시킨다. 《Out of the Blue》(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2023)에서 황민규는 이전까지 강하게 드러났던 1990년대 일본 서브컬처의 색채를 조금 걷어내고 SF 문학과 인문학, 환경 문제로 레퍼런스를 확장한다.

그러나 핵심적인 질문은 이어진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인간은 무엇에 의지할 수 있으며,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위기 속에서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가. 〈나를 지켜줘〉, 〈야생 속으로〉, 〈정월〉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은 〈After Blue〉(2023)는 영웅을 찾고, 영웅의 부재를 확인하고, 다시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시간을 하나의 연속된 이야기로 바라본다.
 
최근에는 이러한 질문이 사회적 재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가족과 사랑, 질병, 삶과 죽음이라는 보다 가까운 관계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황민규는 작업 속 인물을 단순한 서사의 등장인물이 아니라 자신과 삶을 공유하는 구체적인 존재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PULSE〉(2025)는 병환을 겪는 어머니를 기록하며 삶과 죽음, 슬픔과 사랑을 다룬다.

이전 작업에서 어머니와 배우자가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들과 맺는 관계 자체가 작업의 중심적인 내용이 된다.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한 순간을 담는 역사물”로 설명했듯, 황민규의 디스토피아는 점차 세상의 멸망을 상상하는 데서 벗어나 불안정한 세계에서도 결국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방향으로 깊어지고 있다.

형식과 내용

황민규의 대표적인 형식은 다큐멘터리와 허구적 설정을 뒤섞는 모큐멘터리다. 그는 가족과 친구의 브이로그, 여행과 산책 중 촬영한 영상,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장면과 대사 등 서로 다른 출처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다시 편집한다. 초기에는 1980~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편집 방식과 대사, OST, 영웅 서사의 문법이 주요한 레퍼런스였다.

《뒤틀린 Sekai》(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17)에서는 일본 여행 중 실제로 촬영한 사건과 풍경을 가상의 시나리오와 결합하며,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만들어진 이야기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세계를 구성했다. 일상의 기록 자체는 실제이지만, 그것을 둘러싼 내레이션과 편집, 기존 이미지의 차용이 허구적인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이 어긋남이 황민규 영상의 기본적인 긴장을 형성한다.
 
작가가 사용하는 파운드 푸티지는 단순한 인용이나 콜라주를 넘어 과거의 이미지가 현재를 어떻게 설명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장치다. 〈터전의 끝〉에서는 주인공의 실제 목소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사를 기존 서브컬처에서 가져오고, 이를 실제 주거 문제와 힙합 오디션의 서사에 결합한다.

과거 애니메이션의 세기말적 우울과 현재 청년 세대의 생계 불안이 같은 화면 안에서 겹치면서, 오래된 허구의 언어가 현재의 현실을 설명하는 듯한 효과가 발생한다. 반대로 황민규는 뉴스와 실제 사건의 영상 역시 허구적 서사 안에 배치한다. 그 결과 관객은 뉴스가 사실이고 애니메이션이 허구라는 단순한 구분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Poetic Forensic》(상업화랑, 서울, 2025)이 기록과 데이터, 진실과 허구 사이의 불완전한 경계를 다룬 맥락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형식은 〈정월〉을 거치며 보다 건조하고 관찰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 작가는 부산의 가족과 도시를 특별한 연출 없이 촬영하지만, 실제 해운대의 풍경 자체가 이전 SF 영화에서 보았던 미래도시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정월대보름을 준비하고, 반려동물과 산책하고, 병원을 방문하거나 며느리와 술을 마시는 평범한 장면 사이로 팬데믹과 환경재난에 관한 정보가 스며든다.

《After Blue》(고양예술창작센터 해움, 고양, 2023)에서는 〈나를 지켜줘〉, 〈야생 속으로〉, 〈정월〉을 연대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개별 작품에서 반복되던 불안과 구원의 서사를 하나의 긴 시간으로 재구성했다. 초기의 적극적인 애니메이션 차용에서 점차 실제 인물과 장소를 오래 바라보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셈이다.
 
이 변화에서 특히 중요해진 것은 ‘가까운 사람을 촬영하는 시선’이다. 황민규는 배우나 낯선 대상을 연출하기보다 어머니, 배우자, 친구처럼 자신과 긴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을 기록한다. 이들의 행동과 대화는 대부분 연출되지 않은 실제 상황이며, 작가는 촬영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표정과 말, 관계의 변화를 이후 파일을 다시 보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찾아낸다.

〈PULSE〉에서는 이러한 태도가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사회적 위기를 설명하기 위해 가족을 등장시키던 방식에서, 이제 가족 자체를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기록으로 이동한 것이다. 때문에 황민규의 모큐멘터리는 허구를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장르라기보다, 현실을 너무 익숙해서 보지 못했던 상태에서 다시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편집 방식으로 기능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황민규의 작업에서 가장 뚜렷한 특징은 거대한 디스토피아 서사와 지극히 사적인 생활사를 한 화면 안에 자연스럽게 겹쳐 놓는 방식이다. 재난과 사회문제를 다루는 영상 작업이 사건의 원인이나 구조를 직접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면, 황민규는 신혼여행, 친구의 주거 문제, 어머니와의 산책처럼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서 출발한다.

그 위에 애니메이션의 영웅, 세계 멸망, SF 소설의 예언, 뉴스 속 사건을 얹으면서 개인이 실제로 체감하는 시대의 불안을 보여준다. 그래서 작품 속 재난은 언제나 크지만,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은 매우 작고 구체적이다.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인물들은 산책하고, 밥을 먹고, 일하고, 집 문제를 걱정한다. 이러한 규모의 충돌이 황민규 작업의 독특한 정서를 만든다.
 
또 하나의 특징은 노스탤지어를 단순한 회상의 감정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황민규에게 1990년대 애니메이션과 SF는 어린 시절의 취향이면서 동시에 현재를 읽는 도구다. 〈Time to Live〉(2018)를 비롯한 초기 이미지와 영상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세기말적 감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 문학, 환경재난과 기술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다.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일민미술관, 서울, 2024)가 다룬 과거 이미지의 반복과 지속이라는 문제처럼, 그의 작업에서도 과거의 대중문화는 사라진 유행이 아니라 현재 현실을 설명하는 언어로 되돌아온다. 중요한 점은 그가 그 이미지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에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허구가 실제 현실과 닮아갈수록, 작가는 오히려 카메라를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 쪽으로 더 가까이 가져간다.
 
작업의 흐름을 따라가면 ‘영웅을 기다리는 개인’에서 ‘스스로 살아가려는 개인’, 다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개인’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나를 지켜줘〉에서는 세계를 구할 영웅의 부재가 드러나고, 〈야생 속으로〉에서는 그 부재를 인정한 개인이 스스로 버텨보려 한다. 그러나 〈정월〉에 이르면 완전히 자립적인 삶이 가능한지에 대한 회의와 함께 어머니와 배우자라는 관계가 중요해진다.

〈PULSE〉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분명해져, 작가의 관심은 재난을 예견하는 세계관에서 삶과 죽음 앞에서 한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사랑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초기부터 유지되어 온 불안과 위기의 감각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견디는 방법을 외부의 영웅이 아니라 가까운 관계 속에서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작업의 새로운 방향이 읽힌다.
 
황민규의 작업에서 SF와 모큐멘터리는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현실을 보다 선명하게 보기 위한 우회로에 가깝다. 최근 가족과 사랑, 상실의 문제까지 카메라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황민규의 세계는 거대한 미래의 재난과 아주 개인적인 삶의 순간을 오가며 현실을 기록하는 하나의 긴 ‘개인사’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Works of Art

가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로부터 포착하는 현실의 이면

Articles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