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작업은 회화와 드로잉을 출발점으로 설치, 영상, 사운드, 향을 결합하는 다감각적 표현으로 확장되어 왔다. 초기에는 해골, 카메라, 의자 등 일상의 사물을 양모로 감싸 촉각적 특성을 부각하거나 점과 선의 반복을 통해 움직임과 에너지의 흐름을 표현했다. 이후 식물과 동물의 생태적 특성에 관한 관찰을 '바이오 드로잉(Bio-drawing)'으로 발전시키면서 생물학적 정보와 개인적인 상상을 결합하기 시작했다.
〈채집된 순간〉(2013–2014)에서는 식물과 동물에 관한 기록, 추상적인 이미지, 문자가 화면 안에 혼재하며 관찰과 해석의 과정을 드러낸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자연의 형태를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콜라주와 사진 작업으로 이어졌으며, 〈테미 나무〉(2016)에서는 나무의 줄기를 제거하고 잎의 이미지를 중첩해 유기적으로 증식하는 형상을 만들어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과학적 관찰과 기술적 장치를 결합한 인터랙티브 설치작업이 두드러진다. 김지수는 현미경으로 식물의 엽록체 움직임을 촬영하고, 이를 빛과 소리, 향을 발생시키는 장치와 연결해 관객이 식물의 반응을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숨〉(2016)과 〈감각하는 식물들〉(2016)에서는 이끼와 목재, 아두이노, LED, 센서 등의 재료를 활용하며, 관객의 접근이나 목소리에 따라 조명이 켜지고 촬영된 엽록체 영상이 재생되거나 향기가 방출된다. 식물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확대하는 이러한 구성은 인간의 지각 범위와 식물이 반응하는 시간 사이의 간극을 환기한다. 관람객의 참여는 작품에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이며, 전시공간에는 식물의 생리적 특성과 기계적 작동이 결합된 환경이 조성된다.
후각을 중심으로 작업을 발전시키면서 향의 채집과 보존, 시각화 역시 중요한 제작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작가는 식물과 사물의 표면, 특정 장소에 머무는 공기, 사람의 체취 등에서 냄새를 채집하고 이를 유리병이나 캡슐에 보관하며 감각적 기록을 축적해왔다. 《풀 풀 풀-향》(2019)과 〈풀 풀 풀 – C〉(2020)에서는 채집한 향과 오브제를 설치하고, 〈우리는 공기 중에 있다〉(2021)에서는 책과 장난감, 촛대, 이끼 등 개인적인 사물들을 향과 함께 배치해 기억이 담긴 공간을 구성했다.
이러한 작업은 향의 실제 발산과 사물의 물질성, 관객의 연상 작용을 긴밀하게 연결한다. 나아가 《다가온 미래》(2021)에서는 온라인 가상현실 환경에 실재하지 않는 향을 제시하며 언어와 이미지만으로 냄새를 상상하도록 유도하는 등 후각 경험의 표현 가능성을 실험했다.
최근의 회화와 드로잉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냄새의 이동과 확산을 색채와 선의 움직임으로 구체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냄새풍경》(2023)과 《냄새 분자가 되어》(2025)에서 작가는 유기적으로 뻗어나가는 선, 반복되는 붓질, 중첩되거나 흩어지는 색채를 통해 감각의 순간적인 변화와 흐름을 표현한다. 특히 〈나의 시적우주〉(2025)는 캔버스에 아크릴릭과 색연필을 사용해 냄새 분자가 이동하는 궤적과 내면의 에너지를 자유로운 추상적 형상으로 풀어낸다.
이러한 시각적 표현은 영상과 텍스트로 확장되며, 전시공간에 향을 직접 분사하는 체험까지 연결된다. 2025년 개인전에서는 제주자원식물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다섯 가지 나무 향을 선보여 관객이 직접 냄새를 맡고 공간의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했다. 회화와 영상, 향, 관객의 신체적 경험이 어우러지는 구성은 후각적 상상력을 전시공간 전반으로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