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룩스의 거울 - K-ARTIST

폴룩스의 거울

2026
2채널 영상, 컬러, 2.1채널 사운드
16분 41초

About The Work

장서영은 삶과 죽음의 순환 속에서 유한하게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사유를 영상과 설치 작업으로 풀어내 왔다. 그의 작업은 비물질과 물질, 몸의 안과 밖, 삶과 죽음 사이의 모호한 영역을 넘나들며 실존의 조건과 우리 ‘몸’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장서영의 신체에 대한 관심은 의학적으로 진단되지 않는 이상 증상을 직접 경험한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날 때 존재의 의미가 축소되거나 지워지는 몸에 주목하며, 온전한 존재로 인정받기 어려운 신체가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지 탐구한다. 또한 사회의 제도와 권력이 만들어 온 배제와 소외의 구조 속에서 타자의 신체를 발견하고 조명한다.

나아가 작가는 열화와 변형을 겪는 육체를 물질적이면서도 시간적인 존재로 바라보며, 신체가 경험하는 시공간의 변화를 탐구한다. 매일 수리와 교체, 보완을 거듭해야 하는 몸의 조건을 통해 기술 중심 사회에서도 물질적 실존으로서의 ‘나’를 감각하는 방식을 살핀다. 이러한 장서영의 작업은 기술의 작동 원리와 신체 사이의 마찰, 그 사이를 매개하는 인터페이스를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며, 신체와 기술, 시간의 관계를 재고하게 한다.

개인전 (요약)

장서영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올 노 그립》(스페이스 애프터, 서울, 2025), 《F.O.R.D. 매일 고치고 수리하세요》(우민아트센터, 청주, 2025), 《스키드》(신도문화공간, 서울, 2022), 《눈부신 미래》(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장서영은 2026 타이틀매치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북서울미술관, 서울, 2026), 《빅브라더 블록체인》(백남준아트센터, 용인, 2024), 《윈도우 리컨스트럭션》(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3), 《우연을 기대》(d/p, 서울, 2022), 《SF 2021 : 판타지 오디세이》(북서울미술관, 서울, 2021), 《젊은 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장서영은 2024년 제23회 우민미술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장서영은 두산레지던시 뉴욕(2019), 인천아트플랫폼(2017),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레지던시(2016)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장서영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두산연강재단 등 다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삶과 죽음의 순환 안에서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에 대하여

주제와 개념

장서영은 사회 안에서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는 사람과 사물, 그리고 존재와 부재 사이의 불확실한 상태에 주목해 왔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사회적 인정과 가시성에 따라 개인의 존재감이 달라지는 현상을 탐구했다. 〈걸음마〉(2008)에서는 구속복을 입은 무용수가 제한된 움직임을 반복하며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는 존재의 상황을 드러낸다. 〈상자〉(2011)와 〈상자 안에서〉(2011)는 추위를 피해 간이 구조물에 머물다 사망한 노숙자의 이야기를 다루며, 사회에서 잊힌 개인이 죽음을 통해서야 비로소 주목받는 역설을 보여준다.

〈영원히 반복해서 익사하는 곰 이야기〉(2013)는 빙하가 녹아 반복적으로 익사하는 북극곰의 비극을 블랙 유머로 풀어내고, 〈이걸 들을 때 쯤 나는 없을 거예요〉(2014)는 죽음 이후에 남겨진 언어와 흔적을 통해 부재하는 존재를 환기한다. 이 시기의 작업은 존재와 부재, 기억과 망각,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회가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지우는지 질문한다.
 
이러한 관심은 작가가 의학적으로 진단되지 않는 신체 증상을 직접 경험하면서 사회적 존재에서 신체적 존재에 대한 탐구로 구체화되었다. 장서영에게 몸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결코 동일한 조건으로 경험하지 않는 것이며, 시간과 질병, 노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한한 존재의 형식이다. 〈아주 중요한 내장을 위한 기념비〉(2014)는 통증이 있지만 병을 진단받지 못한 환자의 이야기를 통해 신체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뒤집고, 〈이름 없는 병〉(2016)은 까치발로 같은 자리를 맴도는 인물을 통해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불안과 무력감을 보여준다.

개인전 《블랙홀바디》(씨알콜렉티브, 서울, 2017)에서 작가는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몸 안의 힘에 의해 계속 제자리로 돌아오는 상태를 '블랙홀바디'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Circle〉(2017), 〈Until Your Name Is Called〉(2017), 〈Keep Calm and Wait〉(2017)에서는 끝없이 반복되는 움직임과 대기 상태를 통해 정상적인 신체와 생산적인 시간이라는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난 존재를 조명한다. 이어 〈크림〉(2018)은 인간의 피부와 죽은 동물의 가죽, 노화를 방지하는 화장품과 가죽 관리용 크림을 연결하며 생명과 죽음의 구분마저 불확실하게 만든다.
 
2019년 이후 장서영의 관심은 신체가 경험하는 시간과 이를 둘러싼 기술적 환경의 관계로 확장된다. 〈슬립스트림〉(2019)은 자동차의 이동과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통해 인간의 삶을 시작과 끝이 있는 하나의 시간적 경로로 바라본다. 개인전 《눈부신 미래》(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1)에서는 신체의 노화와 미래 사회에 대한 낙관적 상상 사이의 간극을 다루었다. 〈백내장〉(2021)은 시간이 흐르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신체의 변화를, 〈메리-고-라운드〉(2021)는 반복적으로 원점에 돌아오는 시간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스키드》(신도문화공간, 서울, 2022)에서 기술의 가속과 신체 감각의 지연이라는 문제로 이어졌다. 이후 《F.O.R.D. 매일 고치고 수리하세요》(우민아트센터, 청주, 2025)에서는 끊임없이 수리하고 갱신해야 하는 신체를 기술적 시스템에 비유하며, 효율적으로 설계된 사회 안에서도 인간이 길을 잃는 이유를 묻는다.

2026년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북서울미술관, 서울, 2026)에서는 '실리콘 바니타스(Silicon Vanitas)'라는 개념을 통해 완전성을 추구하는 기술 문명과 오류와 소진을 피할 수 없는 인간 신체를 대비한다. 〈폴룩스의 거울〉(2026), 〈이 기억〉(2026) 등은 인공지능과 비인간 존재, 인간이 사라진 이후의 세계까지 탐구의 범위를 넓히며,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에게 남는 고유한 조건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형식과 내용

조소를 전공한 장서영은 영상, 텍스트, 퍼포먼스, 조각, 설치를 결합하면서 시간 기반 매체인 영상을 공간적이고 물질적인 대상으로 다뤄왔다. 초기부터 두드러지는 형식은 반복과 지연, 그리고 완결되지 않는 움직임이다. 〈상자〉에서는 화면에 글자가 입력되고 지워지는 과정이 반복되고, 〈상자 안에서〉에서는 퍼포머가 뒤섞인 문장을 기계적으로 낭독한 뒤 편집을 통해 문장이 재구성된다. 〈완전한 인간〉(2014)에서는 한 퍼포머가 작가와 배우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분열된 자아를 보여주고, 〈Lea는 누구인가?〉(2015)는 사진과 텍스트, 영상 속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 한 사람의 정체성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묻는다.

〈나를 잊지 마세요〉(2013)에서는 보도사진에 손전등을 비춰 인물의 얼굴을 지우고, 〈납작한 세계의 구체〉(2016)에서는 덕수궁 출입제한구역의 로드뷰 이미지와 흰색 풍선을 결합해 영상의 평면성을 입체적 경험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작업에서 영상은 현실을 기록하는 화면에 머물지 않고, 이미지의 안과 밖, 실제와 가상의 관계를 다시 구성하는 조각적 매체가 된다.
 
작가는 신체가 경험하는 감각을 영상의 기술적 속성과 연결하는 방법도 발전시켜 왔다. 〈이름 없는 병〉에서는 2채널 영상과 루프를 활용해 끝나지 않는 신체적 구속을 보여주고, 〈Circle〉에서는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는 인물과 대칭적인 화면 구성을 통해 반복되는 움직임을 신체 내부의 순환과 연결한다. 〈Until Your Name Is Called〉에서는 발레리나의 움직임과 영상 로딩을 연상시키는 회전 이미지를 병치하고, 〈Keep Calm and Wait〉에서는 명령형 문장의 반복으로 기다림과 통제의 상황을 만든다.

이러한 버퍼링, 반복 재생, 정지와 지연은 단순한 영상 효과가 아니라 신체의 불완전한 작동을 관객이 감각하도록 하는 장치다. 이후 〈크림〉의 피부와 가죽, 〈유어 딜리버리〉(2019)의 배송 과정, 〈슬립스트림〉의 자동차와 내비게이션처럼 일상적인 소재가 등장하면서 신체와 시간을 다루는 방식도 넓어진다. 작가는 이러한 소재들을 통해 인간의 몸이 사물이나 기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관리되고 이동하며 소모되는 상황을 구성한다.
 
《눈부신 미래》에서는 원형과 구체, 안구, 렌즈, 돔 등의 형태가 서로 연결되면서 시각과 시간에 대한 탐구가 전시장 전체로 확장되었다. 〈백내장〉과 〈렌즈탑〉(2019)은 이미지의 선명도가 점차 떨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AIR〉(2021)는 호흡과 신체 움직임을 유도하는 명상 영상의 형식을 통해 죽음에 가까워지는 시간을 체험하게 한다. 〈구, 돔, 파이프〉(2021)는 텍스트를 이미지와 공간을 연결하는 요소로 활용하며, 〈광선드릴〉(2021)은 빛과 시각의 관계를 긴 영상의 시간으로 확장한다.

《스키드》에서는 〈햄버거〉(2019), 〈스키드〉(2022), 〈드링크미드링크〉(2022), 〈파이프〉(2022), 〈무제〉(2022) 등이 자동차의 속도, 정보의 이동, 신체 내부의 액체 흐름을 매개로 연결된다. 특히 길게 뻗은 전시장과 파이프 구조물, 연속된 이미지들은 관객이 이동하면서 작품 사이의 관계를 직접 발견하도록 만든다. 영상과 입체, 드로잉은 각각 독립된 작품인 동시에 하나의 감각적 경로를 구성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최근 작업에서 이러한 공간 구성은 더욱 복합적인 전시 형식으로 발전했다. 《F.O.R.D. 매일 고치고 수리하세요》의 중심 작품인 〈Fix Or Repair Daily〉(2025)는 자동화된 이동 경로를 따라가는 신체를 통해 기술적 시스템 안에서 재조립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A의 실타래〉(2025)는 카세트테이프와 기록 매체의 변화, 가족 여행의 기억을 연결하며 데이터와 신체가 공유하는 소멸과 갱신의 시간을 다룬다. 또한 과거 작품인 〈탈피〉(2021)를 신작과 함께 배치해 작품의 의미가 전시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은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에서 더욱 확장된다. 〈올 노 그립〉(2025)과 조각 〈평활근〉(2025)은 자동화된 시스템에서 약화되는 인간의 통제 감각을 다루고, 〈Exhausted〉(2026)는 자동차 배기장치를 연상시키는 조각으로 신체와 기계의 소진을 연결한다. 〈파이프 ver.2〉(2026)는 신체의 순환 구조를 과도하게 연장된 배관으로 구현하며, 〈안녕, 클라우드에서 만나요〉(2026)와 〈이 기억〉은 신체가 사라지거나 기억만 남은 이후의 상황을 영상으로 상상한다. 이처럼 작가는 영상의 반복과 편집에서 출발해 조각과 전시 동선, 관객의 신체적 경험까지 연결하면서 작품 사이의 관계 자체를 하나의 표현 형식으로 발전시켜 왔다.

지형도와 지속성

장서영은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관심을 신체의 유한성과 기술적 환경의 문제로 일관되게 확장해 왔다. 초기에는 사회가 개인의 존재를 인정하거나 지우는 방식에 주목했다면, 이후에는 의학적 진단이나 사회적 생산성의 기준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체의 감각을 탐구했다. 이러한 시선은 다시 기술의 속도와 신체의 시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일치로 이어진다.

작가에게 신체는 단순히 사회적 억압을 받는 대상이나 생물학적 실체가 아니라, 외부 환경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시간과 공간을 다르게 인식하는 존재다. 특히 반복되는 움직임, 끝나지 않는 기다림, 기술적 오류와 같은 현상을 신체가 살아가는 조건과 연결하는 방식은 장서영의 작업을 구별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영원히 반복해서 익사하는 곰 이야기〉에서 〈Circle〉, 〈슬립스트림〉, 〈Fix Or Repair Daily〉에 이르는 흐름은 작가가 오랫동안 다뤄온 반복과 순환의 문제가 사회적 소외에서 질병과 노화, 나아가 기술 문명 속 인간의 위치를 묻는 문제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매체의 측면에서도 장서영은 영상을 단순한 기록이나 서사 전달의 수단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영상의 재생과 중단, 화면의 평면성과 설치물의 부피, 관객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간과 전시장을 이동하는 시간을 함께 다룬다. 이러한 접근은 영상의 시간성을 강조하는 미디어아트나 신체의 물질성을 다루는 조각의 특성을 함께 지니면서도, 두 매체 사이의 관계를 유연하게 구성한다. 특히 하나의 작품에서 등장한 이미지나 소재가 다른 작품에서 변형된 형태로 다시 나타나고, 전시의 배치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얻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블랙홀바디》에서 신체의 내부와 외부를 뒤집던 시도는 《눈부신 미래》에서 시각과 세계의 관계로, 《스키드》에서 이동과 속도의 문제로, 《F.O.R.D. 매일 고치고 수리하세요》와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에서는 신체와 기술의 작동 구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연속성은 장서영의 작업이 특정한 매체나 소재보다 신체가 세계를 경험하는 조건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장서영은 2024년 제23회 우민미술상을 수상했으며, 2026년 북서울미술관의 타이틀매치에서 대규모 작업을 선보였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두산연강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신체의 취약성과 기술의 발전이 맞물리는 문제는 특정 지역이나 문화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이 다양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최근 인공지능과 비인간 존재, 기억의 소멸로 관심이 확장된 흐름은 앞으로도 장서영이 인간의 몸을 통해 기술 문명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다시 질문하는 작업을 이어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Works of Art

삶과 죽음의 순환 안에서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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