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연한 잠 - K-ARTIST

희연한 잠

2017
FHD 싱글채널 영상
9분 5초

About The Work

신이피는 주로 영상을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을 전개해 왔다. 특히 작가는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미시적으로 시각화하려는 과정으로서의 ‘실험실’을 표방하며, 검열과 규칙 안의 구성원으로서의 셀을 표지하는 개인의 내러티브를 영상화한다. 

신이피의 작업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을 인식하고, 그러한 개개인의 이야기를 관찰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사회 안에서 보이지 않는 관계들에 관심을 갖고, 무한한 관계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행위를 미시적으로 분석하여 영상 기반의 작업 형태로 표현해 왔다. 이러한 작업에서 작가는 인간의 행위를 단순히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일상적으로 친숙한 현상들을 반복, 패턴화해 이를 새롭게 바라본다.

이처럼 신이피는 거대한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이 맺는 관계와 인간과 비인간 개체 사이의 관계를 관찰하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질문들을 작업으로 제시한다. 그의 작업은 이러한 관계를 미시적인 관점에서 살피고 예술의 언어로 시각화하는 과정으로, 작가 자신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계 맺기의 실천은 관객으로 하여금 지금-여기에 축적된 역사와 기억, 존재의 흔적을 바탕으로 개별적 존재로서의 ‘나’와 주변의 수많은 개별자 사이에 형성된 관계를 새롭게 사유하도록 이끈다.

개인전 (요약)

신이피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싱글 정뜨르 피머》(김포아트홀, 김포, 2024), 《싱글 정뜨르 피머》(엘리펀트 스페이스, 서울, 2022), 《죽은 산의 냉철한 새》(온수공간, 서울, 2020), 《다리의 감정》(SeMA창고, 서울,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신이피는 《서로를 모르지만 같은 밤을 지난다》(영등포아트스퀘어, 서울, 2026), 《송은 x 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송은, 서울, 2026), 《2025 부산현대미술관 시네미디어_영화 이후》(부산현대미술관, 2025-2026), 《지나친 몸짓들: 메아리를 깨워 울려 퍼지게 하느냐》(Hall 1, 서울, 2022), 《제20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0)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신이피는 2021년 제20회 송은미술대상의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레지던시 (선정) 

신이피는 세마 난지 레지던시(2020), 서울 아트스페이스 금천(2019), 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시(2018)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신이피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송은문화재단,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미시적 관점을 통해 사유하는 사회 시스템 속의 관계들

주제와 개념

신이피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과 관계를 관찰한다. 초기 작업 〈붉은 리본〉(2008)은 분단국가라는 현실 속에서 쉽게 체감되지 않는 긴장을 두 퍼포머의 제한된 신체 움직임을 통해 드러냈고, 〈배추〉(2008)는 이민과 인종적 편견의 문제를 일상적인 식재료를 매개로 다뤘다. 이후 〈Talk〉(2011), 〈Flag〉(2011), 〈관계의 숨〉(2014)에서는 대화, 거리, 호흡처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요소에 주목하며 관계 속 갈등과 소외, 긴장을 살폈다.

이 시기 신이피에게 사회는 하나의 거대한 추상적 구조라기보다 서로를 관찰하고 반응하는 개별 주체들이 끊임없이 긴장을 주고받는 장에 가깝다. 작가는 그 안에서 정답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한 개인이 집단 속에서 어떻게 규정되고 밀려나며 다시 관계를 맺는지 꾸준히 바라본다.
 
이러한 관심은 점차 신체와 감정, 생명에 대한 미시적 관찰로 이동한다. 〈Cell culture dish〉(2014)와 〈XY-SA 0900〉(2015)에서는 무용수의 움직임을 세포나 실험 대상처럼 다루면서 사회적 규율과 관계 속에 놓인 인간의 몸을 하나의 관찰 대상으로 바꾼다. 〈보이지 않는 차원〉(2017)은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 개인의 신체가 경험하는 갈등과 혼란을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희연한 잠》(송은아트큐브, 서울, 2018)에서는 고립과 우울, 죽음의 문제를 도시 문명 속 개인의 조건과 연결한다.

여기에서 ‘실험실’은 단순한 시각적 장치가 아니라 작가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가 된다. 집단이나 통계로 묶인 사람을 다시 하나의 개별 존재로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불안을 확대해 관찰하는 방식이다.
 
《다리의 감정》(SeMA창고, 서울, 2019)을 전후로 이러한 미시적 관찰은 인간관계를 넘어 인간이 생명과 죽음을 분류하고 보존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다리의 감정〉(2018)은 자연사박물관의 벌과 박제된 생물, 나치 수용소와 같은 서로 다른 장소와 이미지를 연결하며 ‘보존한다’는 인간의 행위가 생명을 기억하는 방식인 동시에 죽은 대상을 분류하고 대상화하는 방식일 수 있음을 묻는다.

〈반향정위〉(2018)는 도시 환경에 적응하면서 감각 기능이 변화한 박쥐와 화재로 사라진 뉴델리 자연사박물관을 병치하며 진화와 퇴보, 상실과 적응 사이의 경계를 흔든다. 이 시기부터 신이피의 관심은 인간 사회의 관계에서 인간과 비인간 존재, 자연사와 정치적 역사 사이의 관계로 넓어진다.
 
이후 ‘죽은 산의 냉철한 새’(2019–2020) 연작과 〈휘앙 새〉(2020), 그리고 《싱글 정뜨르 피머》(엘리펀트 스페이스, 서울, 2022)에 이르면 죽음과 보존의 문제는 학살과 유해 발굴, 역사적 기록으로 연결된다. 〈죽은 산의 냉철한 새 #01〉(2019)은 신도시와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간 새를, 〈죽은 산의 냉철한 새 #02〉(2020)와 〈죽은 산의 냉철한 새 #03〉(2020)은 가축 살처분과 매몰의 문제를 다룬다.

이어 ‘싱글 정뜨르 피머’ 연작에서는 제주 4·3과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 현재까지 이어지는 유해 발굴의 시간을 다룬다. 여기에서 뼈는 익명의 ‘유골’이 아니라 한 사람이 존재했다는 최소한의 증거가 된다. 관계 속의 한 개인을 바라보던 초기의 시선이, 시간이 지나며 기록과 역사 속에서 지워진 하나의 생명과 이름을 다시 개별자로 바라보는 문제로 깊어진 것이다.

형식과 내용

신이피는 영상, 퍼포먼스, 설치를 중심으로 작업하면서 촬영과 편집 자체를 일종의 실험 과정처럼 사용해왔다. 초기에는 무용수와 배우의 신체 움직임을 촬영하고 스케일과 각도를 조절해 몸을 세포나 생물 표본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을 자주 사용했다.

〈원내의일점과원외의일점을결부한직선〉(2018)처럼 건축과 문학적 텍스트를 결합하는 작업에서도 실제 장소를 그대로 기록하기보다 이미지와 언어를 서로 어긋나게 배치해 새로운 감각을 만든다. 신이피에게 영상은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기록하는 매체라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를 잘라내고 다시 연결해 현실의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편집 장치에 가깝다.
 
특히 작가의 영상에서 텍스트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자막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희연한 잠〉이나 〈죽은 산의 냉철한 새 #02〉에서 나타나는 문장은 구체적인 사건을 해설하기보다 이미지와 조금씩 어긋나며 시적인 간격을 만든다.

작가는 먼저 텍스트를 쓰고 그 일부를 영상 이미지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그 결과 이미지와 문장은 하나의 선형적 이야기를 완성하기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의미를 밀어낸다. ‘휘앙 새’, ‘죽은 산’, ‘싱글 정뜨르 피머’처럼 기존 언어나 외국어의 소리를 다른 말로 옮기는 제목 역시 이러한 태도와 연결된다. 언어의 정확한 번역보다 소리와 이미지 사이에서 새롭게 생기는 의미를 활용하는 것이다.
 
2018년 이후에는 영상 속 대상과 실제 오브제를 함께 배치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자연사박물관의 박제와 곤충 표본을 촬영하던 시선은 실제 표본, 뼈, 보존물로 이어지고, 〈죽은 산의 냉철한 새 #03〉에서는 살처분된 돼지를 직접 액침표본으로 제작해 영상과 나란히 놓는다. 이때 영상 화면 속 죽은 생명과 전시장에 존재하는 물질은 서로 다른 시간성을 가진 채 충돌한다.

화면 속 이미지를 보는 것과 실제 사물의 표면을 바라보는 경험이 겹치면서, 기록된 죽음은 추상적인 사건에서 구체적인 물질의 문제로 전환된다. 이러한 방식은 신이피의 영상이 단순히 시각적 서사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촉각적이고 공간적인 경험으로 확장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싱글 정뜨르 피머’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유해 발굴과 기록의 형식까지 확장된다. 〈싱글 정뜨르 피머 vol.1〉(2022)은 제주 4·3과 관련된 장소와 대전의 유해 발굴 현장을 오가고, 〈싱글 정뜨르 피머 vol.2〉(2022)는 죽은 자와 살아남은 사회의 시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각을 시적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한다. 〈싱글 정뜨르 피머 vol.3〉(2022)은 유해 발굴 조사단과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웹 아카이브로 제시한다.

전시장에는 실제 발굴 현장에서 나온 유해가루와 뼈, 제작된 뼈가 함께 놓인다. 영상, 기록, 인터뷰, 실제 물질을 하나의 공간에서 겹쳐놓는 이러한 구성은 역사를 하나의 완결된 설명으로 정리하기보다, 서로 다른 증언과 물질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로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신이피의 작업을 길게 보면 가장 일관되게 남는 것은 ‘개별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초기에는 사회라는 집단 안에서 밀려나거나 규율되는 한 개인을 관찰했고, 이후에는 자연사박물관의 수많은 표본 가운데 하나의 동물과 곤충, 살처분된 수많은 가축 중 한 생명, 그리고 대규모 학살의 숫자로 기록된 희생자 가운데 한 사람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대상은 사람에서 동물과 표본, 뼈로 변했지만, 집단과 분류의 체계가 개별적인 존재를 어떻게 익명화하는지 묻는 태도는 이어진다. ‘싱글’이라는 단어가 최근 작업의 중심에 놓인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하나의 뼈가 최소 한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듯, 신이피의 작업은 계속해서 ‘더미’ 안에서 하나를 다시 찾아내는 데 관심을 둔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영상 작업과 비교했을 때 신이피의 특징은 사건을 직접 설명하거나 하나의 서사로 정리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제주 4·3, 민간인 학살, 가축 살처분처럼 구체적인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이미지와 시적 텍스트, 박제와 뼈, 자연과 인간의 신체를 서로 다른 층위에서 충돌시킨다. 그래서 그의 영상에서 과거는 설명이 끝난 역사로 머물지 않는다.

땅에서 갑자기 드러난 뼈처럼 현재로 솟아오르고, 한 사건의 이미지는 다른 시대와 장소의 죽음과 만나 다시 읽힌다. 자연사박물관의 분류 체계와 역사적 유해 발굴을 같은 시선 안에 놓는 방식도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생물학적 분류와 역사적 기록이 모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제외할지 결정하는 행위라는 점을 연결해 바라본다.
 
또 하나의 특징은 리서치와 감각적 영상 언어를 동시에 유지한다는 점이다. 실험실과 자연사박물관, 박제사, 도시 생태, 학살지와 유해 발굴 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하지만, 결과물은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다큐멘터리로 귀결되지 않는다. 흐릿한 화면과 극단적인 클로즈업, 서로 다른 크기의 이미지, 느리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문장, 낯선 단어와 실제 오브제를 통해 관객에게 판단 이전의 불편함과 감각을 먼저 경험하게 한다. 연구와 기록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완전히 닫힌 해석으로 만들지 않는 점이 신이피 작업의 긴장을 만든다.
 
신이피는 2021년 제20회 송은미술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관계와 사회를 관찰하던 ‘실험실’에서 출발해 자연사와 죽음, 발굴과 역사 기록으로 이동해온 과정은 작업의 관심이 바뀌었다기보다 ‘하나의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점점 더 넓은 시간과 정치적 맥락을 얻어온 과정에 가깝다. 앞으로의 작업 역시 영상과 실제 물질, 기록과 증언 사이를 오가며 쉽게 하나의 이름이나 숫자로 환원되는 존재들을 다시 개별적인 시간과 감각 속에 놓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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