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centric Abttis - K-ARTIST

Eccentric Abttis

2023
조각에 착색 석고
(top) 53 x 100 x 62 cm (center) 58 x 86 x 223 cm (bottom) 123 x 67 x 15 cm (right) 86 x 56 x 17 cm

About The Work

이병호는 인체조각이라는 고전 양식을 대상으로  ‘시간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조각’ 을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작가는 동시대적 감각을 견지하며, 동시에 실험적인 조각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작가는 실리콘을 주재료로 인체의 외피 안에 공기를 주입하거나 배출해 표면을 팽창·수축시키고, 캐스팅과 조립, 3D 스캐닝 등 다양한 방식을 실험해 오며 조각을 고정된 형상에서 벗어나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로 다루어 왔다.

이병호의 작업에서 인체는 오랫동안 출발점으로 기능해 왔지만, 작업이 전개될수록 구체적인 신체의 형상에서 벗어나 파편과 덩어리, 실루엣과 좌표 등으로 확장되어 왔다. 매체와 외형은 달라져도 조각을 끊임없이 분해하고 증식시키며 새로운 상태로 이행시키려는 태도는 작업 전반을 관통한다. 

이처럼 이병호에게 조각은 하나의 형태로 완결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시간과 매체를 가로지르며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생성되는 존재다. 이러한 변형의 과정 자체가 그의 작업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핵심적인 정체성을 이룬다.

개인전 (요약)

이병호는 2011년 갤러리현대 16번지, 2016년 기체, 2020년과 2025년 스페이스 소, 2023년 페리지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이병호는 2009년 일본 모리미술관, 2010년 부산비엔날레, 2012년과 2016년 소마미술관,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 2020년 창원조각비엔날레, 2021년 서울대학교미술관, 2025년 우민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병호는 2007년 제29회 중앙미술대전 참여작가로 선정되었다.

레지던시 (선정) 

이병호는 2011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3년 경기창작센터, 2015년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이병호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우민아트센터, 페리지갤러리(KH바텍), 하슬라아트월드, 벽산엔지니어링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지속적으로 유동하고 변화하는 상태로서의 조각

주제와 개념

이병호의 작업은 인체를 통해 조각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변화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실리콘 조각에서는 인체의 외피 안에 공기를 주입하고 배출하며 표면을 팽창·수축시켰다. 고정된 형상이 움직이고 무너지다가 다시 회복되는 과정은 조각에 시간의 흐름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표면 뒤에 자리한 비어 있는 공간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존재를 드러낸다. 이 시기부터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조각적으로 감각하게 하는 방법과 완결된 형태에 머물지 않는 조각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질문해 왔다.

이러한 관심은 이후 인체를 복제하고 분절한 뒤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이병호에게 인체는 특정 인물을 재현하기 위한 대상에 그치지 않고, 복제·분리·결합을 반복할 수 있는 조형적 원형으로 기능한다. 라이브 캐스팅으로 얻은 몸은 여러 개의 모듈로 복제되고, 머리와 팔다리, 몸통 등의 구분은 절단과 재조합을 거치면서 점차 흐려진다. 〈Eccentric Abattis〉에서 잘려 나온 신체의 부분은 결손된 파편으로 남지 않고 새로운 결합을 기다리는 독립적인 형태로 다뤄진다. 이 과정에서 인체는 익숙한 지시성을 잃고 추상적인 덩어리와 구조로 변해간다.

복제와 재조합은 이병호가 조각의 ‘완성’을 다루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이미 제작하거나 전시했던 조각을 다시 해체해 다른 작품의 일부로 편입하고, 동일한 원형을 반복해서 변형한다. 작품의 현재 모습은 장기간 이어지는 변형 과정에서 잠시 정착한 상태이며, 이후 다시 분리되거나 전혀 다른 조합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품는다. 과거의 작품과 미술사 속 인체 형상 역시 이러한 과정에 포함된다. 서로 다른 시점에 존재했던 형태들이 현재의 작품 안에서 만나면서 선형적인 시간은 뒤섞이고, 조각에는 제작과 전시, 해체와 재구성의 시간이 계속 축적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와 같은 질문이 디지털 공간으로 이어진다. 분절된 인체의 아바티를 3D 스캔해 데이터로 보존하고, 이를 좌표 공간에서 다시 조합하면서 물질적 조각에서 시작한 증식과 변형의 논리를 확장한다. 'Silhouette Coordinates'에서 조각은 X·Y·Z 좌표와 빛, 색, 실루엣의 관계로 나타나며, 평면의 화면과 입체 데이터 사이를 오간다. 신체를 복제하고 해체했던 이전 작업의 방식이 데이터에서도 지속되는 셈이다. 이처럼 이병호에게 조각은 특정 형태로 확정되는 결과물보다 시간과 매체를 가로지르며 계속 변화하고 발생하는 존재로 이해되며, 이러한 지속적인 변형의 태도가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정체성을 이룬다.

형식과 내용

이병호의 초기 조각에서 형태의 변화는 실리콘과 기계 장치의 결합을 통해 직접적인 움직임으로 구현된다. 얇은 실리콘 외피 안에 FRP로 만든 골격이나 근육 형태의 내피를 두고, 에어 컴프레서와 모터·센서로 공기를 주입하거나 배출한다. 표면은 부풀고 꺼지며 내부 구조에 밀착했다가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인체는 호흡하거나 노화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Vanitas Bust’와 〈Deep Breathing〉에서는 이러한 운동이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이라는 시간의 변화를 짧은 주기로 압축한다. 조각의 표면은 형태를 감싸는 외피이면서 동시에 시간이 가시화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이후 작업에서는 실리콘 대신 폴리우레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라이브 캐스팅으로 얻은 인체를 반복 복제한 뒤 절단하고 다시 조립하는 제작 방식이 중심을 이룬다. 팔과 다리, 머리, 몸통은 서로 교환 가능한 조형 요소처럼 다뤄지며, 완성된 조각 역시 다음 작업을 위한 재료가 될 수 있다. 조각은 공중에 매달리거나 벽에 부착되고, 철제 구조물에 기대거나 여러 파편이 위태롭게 결합한 모습으로 설치된다. 절단면과 접합부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벌어진 틈에 폴리우레탄을 주입하거나 석고를 불균일하게 입혀 매끈함과 거친 질감을 한 표면 안에 공존시킨다. 이러한 제작 흔적은 신체의 재현보다 분리와 연결, 무게와 균형,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Eccentric Abattis〉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의 독립성과 결합 가능성이 더욱 강조된다. 인체에서 분리된 형태들은 특정 신체 부위의 명칭이나 기능에서 멀어지고, 서로 이어지거나 떨어진 채 배치되면서 추상적인 조형 요소로 읽힌다. 연결을 위한 철물과 접합 흔적을 그대로 노출하거나 불안정하게 쌓아 올리는 구성은 작품에 긴장감을 더한다. 거즈로 새로운 표면을 만들고 석고에 안료를 섞어 색을 입히는 방식도 사용하며, 작가는 붓질을 긁고 깎고 덧붙이는 조소의 과정처럼 다룬다. 색은 형태를 장식하는 요소에 머물지 않고 표면의 요철과 질감, 조각의 부피를 다르게 인식하게 만드는 조형적 수단으로 확장된다.

최근에는 물질적 제작 과정과 디지털 작업이 연결된다. 분절된 인체의 아바티를 3D 스캔해 데이터로 보존하고, 컴퓨터 안에서 좌표와 볼륨을 조정하며 새로운 덩어리를 구축한다. 'Silhouette Coordinates'에서는 X·Y·Z 좌표 위에 색을 직접 적용해 발생하는 늘어남과 왜곡을 의도적으로 활용한다. 화면 속 입체는 물성이나 두께를 잃은 데이터로 존재하면서도 실루엣, 명암, 색의 변형을 통해 다시 질량감을 획득한다. 이에 따라 조각의 형식은 캐스팅과 조립, 표면 처리에서 3D 스캔과 좌표, 디지털 색채로 이어지고, 물질적 조각과 이미지 사이를 오가는 제작 과정 자체가 작품의 중요한 내용으로 자리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병호의 작업은 2006년경 시작한 실리콘 조각에서 현재의 데이터 기반 작업까지, 조각을 고정된 형상에서 벗어나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로 다루어 온 흐름으로 이어진다. 초기에는 실리콘 외피와 공기의 수축·팽창을 이용해 인체의 표면을 실제로 움직였으며, 그 과정에서 비어 있는 내부와 보이지 않는 공기, 시간의 흐름을 조각 안으로 끌어들였다. 2016년 《Le Vide 空의 영역》에서는 관심이 ‘과정으로서의 조각’으로 구체화된다. 복제된 형태를 변형하고 완성을 유보함으로써 조각이 이후에도 다른 모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이는 이후 작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한 ‘인체측정’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기계적 움직임에서 조각의 구조 자체로 옮겨간다. 동일한 인체 원형을 복제한 뒤 절단하고 재결합하면서 표면과 윤곽을 해체하고,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부분들을 다시 연결한다. 2020년 《Three Shades》에서는 로댕의 〈Adam〉과 〈The Three Shades〉를 참조하여 복제와 반복, 재배치의 문제를 조각사와 연결했다. 특히 〈Following Adam's Pose〉에는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여러 모습으로 전시되었던 부분과 2019년, 2020년의 ‘인체측정’이 함께 결합되어 있다. 작품의 시간은 제작 연도에 고정되지 않고 이전 작업의 물질과 형태가 다음 작업으로 이동하면서 계속 누적된다.

2023년 《P I E C E》와 〈Eccentric Abattis〉에서는 부분과 전체의 관계가 작업의 중심으로 더욱 선명해진다. 작가는 잘려 나온 신체 부위를 폐기되거나 결손된 조각으로 취급하지 않고,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독립적인 조형 요소로 바라본다. 이전 작품에서 만들어진 형태 역시 다시 복제되고 다른 맥락에 배치되며, 일부는 컴퓨터 이미지로 변환되어 새로운 조합을 위한 자료로 축적된다. 원본과 복제, 부분과 전체의 관계가 반복해서 뒤바뀌는 과정 속에서 해체와 결합, 재사용은 이병호의 작업을 지속시키는 실질적인 방법이 된다.

최근 《환상의 빛》에서는 이 흐름이 3D 스캔과 데이터, 좌표 공간으로 이어진다. 물리적으로 소실될 수 있는 아바티는 데이터로 보존되고, 좌표 안에서 다시 조합되어 새로운 입체 이미지로 나타난다. ‘Silhouette Coordinates’는 물질로 만들어진 조각에서 축적해 온 분절과 결합, 변형의 원리를 디지털 환경에서도 지속하면서 조각의 범위를 이미지와 데이터까지 넓힌다. 이병호의 작업에서 인체는 오랜 기간 출발점으로 남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구체적인 신체 형상에서 멀어져 파편과 덩어리, 실루엣과 좌표로 확장되어 왔다. 매체와 외형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조각을 계속 분해하고 증식시키며 다음 상태로 이행시키려는 태도는 작업 전반을 일관되게 연결한다.

Works of Art

지속적으로 유동하고 변화하는 상태로서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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