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주의 초기 작업은 일상과 노동 현장에서 수집한 사물의 물성과 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설치에서 출발한다. 폐자재, 공구, 천막, 로프, 펌프처럼 본래 미술 재료로 제작되지 않은 것들을 쌓고 묶고 덮으며 구조를 만들고, 때로는 물을 순환시켜 작품의 상태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도록 한다.
‘폭포’ 연작에서는 서로 다른 사물들이 아슬아슬하게 지탱되는 구조와 흘러내리는 물이 결합하며, 설치가 진행되는 동안 물이 탁해지고 물이끼가 생기는 변화까지 작품에 포함된다. 사물에 남은 사용의 흔적과 임시적인 결합 방식은 조형적 특징인 동시에 노동 현장과 도시 생활에서 관찰한 불안정성, 생존의 감각을 전달한다.
2018년 《캐스팅》을 전후로 권용주는 발견된 사물을 그대로 노출하던 설치에서 캐스팅을 통해 형태를 재구성하는 조각으로 이동한다. 여러 사물과 구조체를 천막으로 감싼 뒤 석고로 떠내면서 내부의 오브제는 직접 보이지 않게 되고, 대신 부피와 무게, 굴곡, 표면의 흔적으로 남는다.
서로 다른 색과 재질을 지닌 사물들이 흰 석고 안에서 통일되면서 이전 설치의 복잡한 정보는 압축되고, 사물을 쌓고 결합하며 만들어졌던 질서가 덩어리와 표면의 조형으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오브제는 작품의 외형을 결정하는 재료인 동시에 캐스팅 내부에 감춰진 구조적 원인이 된다.
《포털》(2022) 이후에는 현실의 장면을 재현하는 방식과 형태를 적극적으로 변형하는 방식이 병행된다. 파라솔, 슬링벨트, 노끈, 고무장갑처럼 일상에서 발견한 대상의 윤곽을 유지하면서 재료를 치환하는 작업이 있는가 하면, 스틸파이프로 뼈대를 만들고 석고와 안료를 여러 차례 바르고 붓고 뿌리면서 원형을 흐트러뜨리는 작업도 나타난다.
이러한 실험은 《안료 조각》(2024)에서 한층 응축된다. 산화철과 구리 계열 안료를 석고와 반복적으로 축적하고 혼합하면서 색은 표면을 장식하는 요소에 머무르지 않고 양감과 질감, 형태를 생성하는 물질로 작동한다. 권용주는 안료를 입체성을 지닌 미세한 물질로 이해하며, 재료의 축적과 혼합 자체에서 조각이 발생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최근 작업은 야외 설치와 FRP, 브론즈 주조로 제작 범위를 넓히면서 재료와 공정에서 발생하는 오차까지 조형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슬링벨트 외〉(2024)는 H형강과 강판 구조 위에 FRP를 성형해 기존 슬링벨트 연작의 형태를 대형 야외 조각으로 확장했고, 사물의 더미 아래 사람의 다리를 결합해 그동안 간접적으로 암시해온 노동자의 신체를 가시화했다.
《Sprue》(2026)에서는 브론즈 주조 과정에서 생기는 몰드의 마모, 쇳물의 팽창, 잘려 나가는 주입구까지 작품을 구성하는 조건으로 다룬다. 완성된 형상을 향해 재료를 통제하기보다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변형을 관찰하고 수용하면서, 권용주의 조각은 결과와 과정, 형상과 잔여물 사이의 관계를 함께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