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 - K-ARTIST

연경

2014/201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실크프린트 자카드, 목재, 컬러 실, 금속 볼트 및 브라켓 등  
28분 42초, 290 x 145 cm, 120 x 10 x 3 cm x (8), 180 x 10 x 3 cm x (4)

  

About The Work

권용주는 평범한 재료, 사물, 형태에서 사회·경제적 구조를 엿볼 수 있는 작업을 조각, 설치, 영상으로 풀어왔다.

그의 작업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사물과 풍경에서 사람의 삶과 태도를 읽어내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들이 일하고 생활하며 쌓아두거나 엮어놓은 물건, 버려진 자재와 낡은 도구, 임시로 만들어진 구조에는 그것을 사용한 사람의 몸과 시간이 남아 있다. 

권용주의 작업은 오브제 설치에서 석고 캐스팅, 안료 조각, FRP와 브론즈 조각으로 제작 방식이 꾸준히 변화해왔지만, 일상의 사물과 노동의 흔적을 조형 언어로 옮긴다는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사물을 배열하는 설치에서 재료의 물성과 제작 과정 자체를 탐구하는 조각으로 작업의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에서도, 작가는 주변부의 사물과 노동, 임시적인 구조에서 미적·사회적 의미를 발견하는 시선을 유지한다. 이처럼 지속적인 관찰과 재검토를 통해 권용주는 작업의 외형을 고정하지 않은 채, 조각이 현실을 포착하고 변형하는 다양한 ‘조각적 형태’의 가능성을 탐색해 나간다. 

개인전 (요약)

권용주는 2010년 인사미술공간, 2014년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 2016년 아트 스페이스 풀, 2018년 두산갤러리 서울, 2022년 아마도예술공간, 2024년 봄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권용주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2014), 아트선재센터(2015), 경기도미술관(2015, 2016), 두산갤러리 뉴욕(2016), 백남준아트센터(2017, 2022), 광주비엔날레(2018), 서울시립미술관(2018, 2020), 부산비엔날레(2020), 포도뮤지엄(2021), 타데우스 로팍 서울(2024)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권용주는 2024년 제1회 서울조각상에 입선했다.

레지던시 (선정) 

권용주는 2010년 실험창작공간 꿀풀, 2011년 군산 아트 레지던시, 2013년 군포 국제 아트 레지던시와 금천예술공장, 2016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7년 두산레지던시 뉴욕, 2018년 이응노의 집 창작스튜디오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권용주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일상적 재료를 통한 '포털'로서의 조각

주제와 개념

권용주의 작업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사물과 풍경에서 사람의 삶과 태도를 읽어내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들이 일하고 생활하며 쌓아두거나 엮어놓은 물건, 버려진 자재와 낡은 도구, 임시로 만들어진 구조에는 그것을 사용한 사람의 몸과 시간이 남아 있다.

초기의 〈부표〉와 ‘폭포’ 연작에서 그는 이러한 사물의 배열과 쓰임을 관찰하고 조형적 질서로 옮기며, 불안정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도 각자의 생활 방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감각과 생존 방식을 드러냈다. 사물은 사람을 직접 묘사하지 않고도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과 주변의 사회적 환경을 짐작하게 하는 매개로 기능한다.

이러한 관심은 작가가 생계를 위해 경험해온 노동과도 깊이 맞물려 있다. 전시 제작과 현장에서 습득한 기술은 그의 몸에 축적되어 재료를 선택하고 다루는 방식, 구조를 판단하는 감각, 작품을 사고하는 태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권용주의 작업에서 노동은 특정 직업군을 설명하기 위한 소재에 머무르지 않으며, 삶을 유지하기 위해 반복되는 행동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흔적을 읽어내는 관점으로 이어진다. 2011년 시작한 ‘폭포’ 연작 역시 같은 구조를 반복하면서 도시 풍경에 대한 감상,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사회경제적 구조에 대한 성찰 등 발표되는 맥락에 따라 의미를 확장해왔다.

2016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포털’은 이러한 현실 인식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권용주에게 포털은 현실에서 출발해 익숙한 일상의 표면을 다르게 보게 하는 지각의 순간을 뜻한다. 대충 감아둔 파라솔, 철공소의 슬링벨트, 깡통 위에 굳은 시멘트, 공원 나무에 걸린 훌라후프처럼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장면이 어느 순간 낯선 형상으로 읽히고, 그 뒤에 놓인 사람의 삶이나 사회적 관계를 상상하게 한다.

이후 안료 연구에서는 이 관심이 화학산업과 제국주의, 생산 노동의 역사로 확대되었으며, 동시에 안료 자체를 색을 지닌 입체적 물질이자 조각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 바라보게 되었다. 현실의 사물에서 출발한 연상이 물질과 사회를 함께 탐색하는 방식으로 이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노동과 제작 과정 자체가 더욱 선명한 주제로 나타난다. 〈슬링벨트 외〉(2024)는 철공소에 남겨진 슬링벨트를 통해 자리를 비운 노동자의 몸을 상상하고, 일상을 유지하는 노동이 점차 시야에서 사라지는 현실을 다룬다. 《Sprue》(2026)에서는 완성된 브론즈 조각에서 잘려 나가는 주입구를 ‘유령 노동’에 빗대어, 결과물을 가능하게 했으면서도 최종적으로 제거되는 노동과 공정의 흔적을 다시 드러낸다.

이처럼 권용주는 오랫동안 현실의 주변에서 쉽게 지나치거나 사라지는 사람, 사물, 제작 과정을 포착해왔다. 그의 작업은 이 흔적들을 사회적 메시지로 곧바로 환원하기보다는 사물의 형태와 물질의 변화, 제작 과정에 다시 투입함으로써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고유한 성격을 갖는다.

형식과 내용

권용주의 초기 작업은 일상과 노동 현장에서 수집한 사물의 물성과 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설치에서 출발한다. 폐자재, 공구, 천막, 로프, 펌프처럼 본래 미술 재료로 제작되지 않은 것들을 쌓고 묶고 덮으며 구조를 만들고, 때로는 물을 순환시켜 작품의 상태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도록 한다.

‘폭포’ 연작에서는 서로 다른 사물들이 아슬아슬하게 지탱되는 구조와 흘러내리는 물이 결합하며, 설치가 진행되는 동안 물이 탁해지고 물이끼가 생기는 변화까지 작품에 포함된다. 사물에 남은 사용의 흔적과 임시적인 결합 방식은 조형적 특징인 동시에 노동 현장과 도시 생활에서 관찰한 불안정성, 생존의 감각을 전달한다.

2018년 《캐스팅》을 전후로 권용주는 발견된 사물을 그대로 노출하던 설치에서 캐스팅을 통해 형태를 재구성하는 조각으로 이동한다. 여러 사물과 구조체를 천막으로 감싼 뒤 석고로 떠내면서 내부의 오브제는 직접 보이지 않게 되고, 대신 부피와 무게, 굴곡, 표면의 흔적으로 남는다.

서로 다른 색과 재질을 지닌 사물들이 흰 석고 안에서 통일되면서 이전 설치의 복잡한 정보는 압축되고, 사물을 쌓고 결합하며 만들어졌던 질서가 덩어리와 표면의 조형으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오브제는 작품의 외형을 결정하는 재료인 동시에 캐스팅 내부에 감춰진 구조적 원인이 된다.

《포털》(2022) 이후에는 현실의 장면을 재현하는 방식과 형태를 적극적으로 변형하는 방식이 병행된다. 파라솔, 슬링벨트, 노끈, 고무장갑처럼 일상에서 발견한 대상의 윤곽을 유지하면서 재료를 치환하는 작업이 있는가 하면, 스틸파이프로 뼈대를 만들고 석고와 안료를 여러 차례 바르고 붓고 뿌리면서 원형을 흐트러뜨리는 작업도 나타난다.

이러한 실험은 《안료 조각》(2024)에서 한층 응축된다. 산화철과 구리 계열 안료를 석고와 반복적으로 축적하고 혼합하면서 색은 표면을 장식하는 요소에 머무르지 않고 양감과 질감, 형태를 생성하는 물질로 작동한다. 권용주는 안료를 입체성을 지닌 미세한 물질로 이해하며, 재료의 축적과 혼합 자체에서 조각이 발생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최근 작업은 야외 설치와 FRP, 브론즈 주조로 제작 범위를 넓히면서 재료와 공정에서 발생하는 오차까지 조형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슬링벨트 외〉(2024)는 H형강과 강판 구조 위에 FRP를 성형해 기존 슬링벨트 연작의 형태를 대형 야외 조각으로 확장했고, 사물의 더미 아래 사람의 다리를 결합해 그동안 간접적으로 암시해온 노동자의 신체를 가시화했다.

《Sprue》(2026)에서는 브론즈 주조 과정에서 생기는 몰드의 마모, 쇳물의 팽창, 잘려 나가는 주입구까지 작품을 구성하는 조건으로 다룬다. 완성된 형상을 향해 재료를 통제하기보다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변형을 관찰하고 수용하면서, 권용주의 조각은 결과와 과정, 형상과 잔여물 사이의 관계를 함께 드러낸다.

지형도와 지속성

권용주의 작업은 오브제 설치에서 석고 캐스팅, 안료 조각, FRP와 브론즈 조각으로 제작 방식이 꾸준히 변화해왔지만, 일상의 사물과 노동의 흔적을 조형 언어로 옮긴다는 관심은 초기부터 이어져 왔다. 사람들이 물건을 쌓고 묶고 임시로 고정하는 방식에서 생활의 감각을 발견했던 초기 작업은 《캐스팅》(2018)을 거치며 사물의 흔적을 덩어리와 표면 안에 압축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후 《포털》(2022)에서는 과거 작업의 대상과 제작법을 다시 검토하면서 재현과 추상화, 재료와 색채의 관계를 함께 탐색했다. 이처럼 권용주는 이전 작업을 단절시키기보다 그 안에서 다음 작업의 조건을 찾아내며 조각의 형식과 제작법을 지속적으로 갱신해왔다.

‘폭포’ 연작은 이러한 지속성을 가장 긴 시간에 걸쳐 보여준다. 2011년 시작된 작업은 도심에서 구하거나 수집한 사물을 쌓고 물을 순환시키는 기본 구조를 유지한 채 2024년까지 여러 장소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도시 풍경에 대한 관심,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사회경제적 구조에 대한 성찰처럼 작품이 놓이는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졌고, 물이 흐르면서 오염되고 물이끼가 생기는 물질적 변화도 계속해서 작품에 개입했다. 동일한 형식을 반복 재현하기보다는 핵심적인 구조를 남겨두고 시대적·공간적 조건에 반응하며 변주해온 점에서, ‘폭포’는 권용주의 작업이 현실과 관계 맺는 방식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연작이라 할 수 있다.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작업의 변화와 함께 구체화되었다. 초기에는 남겨진 도구와 자재를 통해 그것을 사용한 사람의 몸과 생활을 간접적으로 짐작했다면, 〈슬링벨트 외〉(2024)에서는 사물 아래 사람의 다리를 결합하며 보이지 않던 노동자의 신체를 직접 형상 안으로 끌어들였다.

《Sprue》(2026)는 완성된 브론즈 조각에서 제거되는 주입구를 플랫폼 경제와 알고리즘 뒤에 가려진 ‘유령 노동’과 연결하고, 결과물에서 사라지는 제작 과정과 신체의 흔적을 다시 주목한다. 노동 현장에서 관찰한 사물에서 출발한 관심이 동시대 노동의 비가시성과 제작 과정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면서, 권용주의 작업은 변화하는 노동 환경과 함께 문제의식을 조정해왔다.

이러한 흐름에서 권용주의 지속성은 특정한 재료나 외형을 반복하는 데 있지 않고, 현실에서 발견한 감각을 조각의 문제로 다시 번역하는 태도에서 확인된다. 《안료 조각》(2024)에서는 색을 내기 위한 재료였던 안료를 조각을 구성하는 물질로 전환하고, 《Sprue》에서는 주조 과정에서 생기는 마모와 변형, 잔여물을 작품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사물을 배열하는 설치에서 출발해 재료의 성질과 제작 과정 자체를 탐구하는 조각으로 이동하면서도, 주변부의 사물과 노동, 임시적인 구조에서 미적·사회적 의미를 발견하는 시선은 유지된다. 권용주는 이 지속적인 관찰과 재검토를 통해 작업의 외형을 고정하지 않은 채 조각이 현실을 포착하고 변형할 수 있는 방법을 넓혀가고 있다.

Works of Art

일상적 재료를 통한 '포털'로서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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