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 K-ARTIST

파노라마

2018
비디오 디자인

About The Work

김보슬은 동양 철학의 전일주의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연결성을 탐구하며, 현실과 가상, 미디어와 퍼포먼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전개해 왔다. 인간과 자연, 다양한 생명체가 분리되지 않은 유기적 흐름 속에 존재한다는 관점을 시각화하며, 동양의 사상과 신화,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감각적 시공간을 창조한다.

작가는 애니메이션, AI·XR, 모션캡처, 텔레마틱 퍼포먼스, 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 기반 매체를 융합해 몰입적이고 다층적인 감각 경험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물리적 신체와 디지털 존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존재 방식을 탐구한다. 나아가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 등 동시대의 환경 위기를 배경으로 미래 생태계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김보슬은 기후 위기 이후의 세계를 종말의 이미지로 고정하기보다, 변화된 환경에서 가능한 서식지와 인간·비인간 존재의 새로운 관계를 질문한다. 미시적인 생명체에서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가 순환하며 연결된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넘어 공존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자연과 인간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도록 이끈다.

개인전 (요약)

김보슬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해이라: 심연의 기억》(서울시청, 서울, 2026), 《Altered Nature - 혼합된 미래》(수림큐브, 서울, 2025)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작가는 《메타플랫폼 – 생성되는 관계들》(KF 갤러리, 서울, 2026), 《불꽃이 타는 곳》(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광주; 부산 영화의 전당, 부산; 2026), 《파라다이스 아트페스티벌》(파라다이스시티, 서울, 2024), 《생성 세대》(아트센터 나비, 서울, 2023), 《어느정도 예술공동체-부기우기 미술관》(울산시립미술관, 울산,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미시적 세계에서부터 사유하는 미래 생태계와 존재 방식

주제와 개념

김보슬의 작업은 인간과 자연, 신체와 정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 안에서 순환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초기작 〈Shadow, My Shadow〉(2009)는 자아와 그림자, 상상 속 생명체를 만나는 내면의 여정을 영상, 안무,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하며 이러한 세계관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동양화의 붓질과 화선지의 공간은 디지털 이미지와 결합하고, 주인공이 결국 하나의 점으로 돌아오는 구조는 시작과 끝, 생성과 소멸이 하나의 원 안에서 이어진다는 순환적 사고를 드러낸다. 이 시기부터 김보슬에게 신체의 움직임과 비언어적 감각은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이었으며, 이후 작품에서도 언어보다 움직임과 이미지, 소리, 공간을 통해 관객을 이끄는 방식으로 지속된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개인의 내면에서 인간과 자연, 생명체 사이의 연결 관계로 관심이 넓어진다. 〈Changing Tides〉(2016–2020)는 한국과 미국의 음악가와 시각예술가를 실시간으로 연결한 텔레마틱 공연으로, ‘지구를 위한 진혼곡’이라는 개념 아래 동양의 오행과 순환, 하나됨을 환경 문제와 연결했다. 이어 ‘Vital Signs’ 프로젝트와 〈MICRO Cosmos〉(2020)에서는 한국과 뉴욕의 참여자들에게서 수집한 뇌파와 맥박 같은 생체 데이터를 현미경 이미지와 결합해, 몸속의 작은 생명 단위가 거대한 우주의 풍경과 닮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Micro Macro Loop〉(2021)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목·화·토·금·수의 오행을 생명의 변화와 순환을 설명하는 구조로 삼으며, 가장 작은 미시세계 안에서도 하나의 우주를 발견할 수 있다는 동양적 세계관을 시각화한다.
 
〈하이브리드 네이처(Hybrid Nature)〉(2022)부터는 이러한 순환의 개념이 기후위기와 미래 생태계에 대한 상상으로 본격적으로 확장된다. 관객은 아바타가 되어 동서양의 신화와 문화, 유전적 변이와 기후 변화가 뒤섞인 세계를 여행하고,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가 함께 존재하는 가상의 생태계를 경험한다. 이 세계를 안내하는 여성형 존재 ‘가이아’는 특정한 목적지를 명령하기보다 몸의 움직임과 안무를 통해 관객을 이끈다.

이후 〈하이퍼 커넥션(Hyper Connection)〉(2023–2024)에서는 ‘물’이 생명과 죽음, 치유와 정화, 생성과 소멸이 교차하는 핵심 모티프로 자리 잡는다. 생성형 AI와 ChatGPT를 통해 만들어진 혼성 생명체들과 중성적 존재는 인간/비인간, 여성/남성, 자연/인공이라는 이분법 자체를 느슨하게 만들며, 김보슬의 세계관을 보다 수평적인 생태적 관계로 확장한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물의 세계관’이 구체적인 미래 생태계로 발전한다. 《Altered Nature - 혼합된 미래》(수림큐브, 서울, 2025)는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 이후의 심해 도시 ‘해이라(HAERA)’를 배경으로, 인간 문명이 침잠한 이후에도 새로운 생명과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해이라 – 다시 태어난 바다(HAERA – Ocean Reborn)〉(2025)에서는 인간과 물고기가 결합된 존재, 산호와 균사체로 이루어진 건축, 폐기물과 미세플라스틱에서 태어난 생명체들이 하나의 대안적 서식지를 이룬다.

이어 〈해이라-기억의 울림(HAERA – Echoes of Memory)〉(2026)은 산수화적 풍경에서 심해로 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잔해와 문명의 기억이 새로운 생명으로 재조직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기후위기 이후의 세계를 단순한 종말로 그리지 않고, 변화된 환경 속에서 어떤 공존과 회복이 가능한지를 상상한다는 점에서 김보슬의 최근 작업은 보다 구체적인 생태적 세계 구축으로 나아가고 있다.

형식과 내용

김보슬의 작업 형식은 처음부터 여러 장르의 결합을 전제로 해왔다. 〈Shadow, My Shadow〉에서 영상, 드로잉 애니메이션, 안무와 공연을 하나의 무대로 구성한 방식은 이후 작업의 기본적인 태도가 된다. 〈The Vibration of my Breath〉에서는 무용과 영상, 음악, 조명을 통해 자아의 이중성과 사회적 역할을 탐구했고, 〈BATIK, Accumulation of Time〉에서는 인도네시아 바틱과 한국적 패턴, 실시간 드로잉, Kinect 기반 인터랙션을 다중 스크린으로 변형했다. 전통적 시각 언어를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공연과 미디어 환경 안에서 다시 작동시키는 방식은 이후 동양적 사유를 첨단 기술과 연결하는 작업의 기반이 되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네트워크와 실시간성이 중요한 형식으로 자리 잡는다. 〈Changing Tides〉와 ‘Vital Signs’에서는 텔레프레전스 소프트웨어, 5G 네트워크, 홀로그램, 바이오 데이터, 웨어러블 센서와 모션 캡처가 서로 다른 장소의 신체를 하나의 공연 안에 연결한다. 〈Invisible Touch〉 역시 한국의 무용수와 뉴욕의 가상 아바타를 XR 환경 안에서 만나게 하면서 물리적 신체와 디지털 존재의 경계를 실험한다. 이때 기술은 단순히 원격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서로 다른 공간의 사람들이 어떻게 감각적으로 함께 존재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된다.
 
이러한 실시간 연결 구조는 이후 공간 자체를 가상세계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한다. 〈Micro Macro Loop〉에서는 동양화 실물 작업과 프로젝션 맵핑, AR, 음악이 결합하고, 〈하이브리드 네이처〉에서는 메타버스와 NFT, 3D 환경, 음악을 통해 관객이 아바타로 직접 세계를 탐험하게 된다. 〈Hyper Connection: Embrace〉(2024)는 몰입형 VR에 AI, 게임엔진, 모션 캡처를 결합해 물로 뒤덮인 미래 생태계를 몸으로 경험하게 한다. 관객은 완성된 서사를 수동적으로 보는 대신, 작품 속 공간을 이동하고 생명체를 관찰하면서 각자의 이야기와 감각을 만들어간다. 김보슬에게 인터랙션은 기술적 효과라기보다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관객에게 넘겨주는 장치에 가깝다.
 
‘해이라’ 프로젝트에서는 이 구조가 다시 물리적 전시 공간과 결합한다. 《Altered Nature - 혼합된 미래》에서는 대형 LED 스크린, 애니메이션, 조형물, 사운드, AR을 하나의 XR 환경으로 구성하고, 이후 《해이라: 심연의 기억》(서울시청, 서울, 2026)에서는 미디어월의 심해 풍경과 관객의 모바일 AR 경험이 겹쳐진다. 3D 애니메이션과 생성형 AI뿐 아니라 유체역학, 지형 데이터, 모션 캡처 등도 세계 구축의 재료로 사용된다.

이러한 기술은 사실적인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이라기보다 동양 산수화와 신화, 기후 데이터, 생태학적 상상을 한 공간에 중첩시키는 방법으로 기능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매체의 수는 늘어나지만, 작품의 중심에는 여전히 관객의 몸과 감각이 새로운 환경을 어떻게 경험하는가라는 문제가 놓여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보슬은 동양 철학의 순환적·전일주의적 세계관을 디지털 기술과 지속적으로 연결해왔다. 자연을 인간 바깥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인간, 미생물, 동물, 물, 데이터와 가상 존재까지 하나의 관계망 안에 배치한다. 오행과 음양, 도가적 순환의 개념은 초기에는 신체와 내면을 설명하는 구조로 나타났고, 이후 미시 생명체와 우주, 인간과 비인간, 기후위기 이후의 해양 생태계를 연결하는 틀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전통적 동양 사상은 작품의 외형을 장식하는 소재라기보다 긴 시간 동안 작업의 구조를 조직해온 사고방식에 가깝다.
 
또 하나의 특징은 첨단 기술을 미래지향적 이미지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텔레마틱 네트워크, 바이오 데이터, AI, VR, AR, XR, 메타버스와 모션 캡처는 모두 ‘연결’을 물리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MICRO Cosmos〉에서 서로 떨어진 두 신체의 생체 데이터가 하나의 화면에서 만났다면, 〈하이브리드 네이처〉에서는 관객과 가상 생명체가 같은 세계 안에서 공존하고, 〈해이라 – 다시 태어난 바다〉에서는 인간이 남긴 폐기물조차 새로운 생명의 조건으로 재해석된다. 유사한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기술적 스펙터클이나 디지털 세계의 확장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면, 김보슬은 그 안에 동양의 자연관과 신체적 경험, 생태적 질문을 동시에 넣으면서 기술을 관계를 감각하게 하는 매개로 사용한다.
 
작업의 발전 과정도 하나의 순환처럼 읽힌다. 초기의 자아와 그림자, 신체의 움직임에서 출발한 작업은 네트워크를 통한 타인과의 연결, 미시세계와 자연의 순환, 메타버스 속 인간-비인간 생태계로 확장되었고, 최근에는 ‘해이라’라는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관 안에서 그동안의 관심사를 통합하고 있다. 특히 ‘물’은 최근 작업을 묶는 중요한 축이다. 물은 재난과 침수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생명과 치유, 기억과 재생을 품는 공간이다. 이러한 양면성 덕분에 ‘해이라’의 바다는 기후위기의 종말적 풍경이 아니라 인간 이후에도 다른 생명과 관계가 계속 형성되는 장소가 된다.
 
김보슬은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와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실험 애니메이션 및 융합미디어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디지털아트 전공 부교수로 연구와 창작을 병행하고 있다. CultureHub 한국 디렉터로 활동하며 국제 협업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뉴욕 Times Square, La MaMa E.T.C., 파리 한국문화원, 몬트리올 Society for Arts and Technology, 프라하 쿼드레날레, NFC Lisbon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KIAF, 아트센터 나비, 울산시립미술관, 파라다이스 아트랩 등에서 작업을 선보였다.

최근 《메타 플랫폼: 생성되는 관계들》(KF 갤러리, 서울, 2026)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면서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오랜 시간 쌓아온 동양적 세계관과 퍼포먼스적 감각, 그리고 계속 변화하는 기술 매체를 함께 다뤄온 경험을 고려하면, 김보슬의 작업은 특정 플랫폼에 고정되기보다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가상, 과거의 사유와 미래의 생태를 연결하는 하나의 확장 가능한 세계 구축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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