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행성 만찬 - K-ARTIST

뇌행성 만찬

2023
종이에 연필, 먹
52 x 65 cm

About The Work

김은형은 전통적인 수묵화 기법을 활용한 드로잉에 디지털 매체와 인공지능을 접목하며 실험적인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서로 다른 감각과 시간, 문화적 이미지를 드로잉 안에서 번역하고 다시 연결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음악은 이미지로, 공연의 장면은 드로잉과 벽화로, 역사적 회화는 동시대의 이야기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원래의 맥락은 그대로 보존되기보다 작가의 기억과 경험, 상상에 개입되며 새로운 서사로 재구성된다. 

그의 작업은 한국화와 동시대 드로잉, 설치와 미디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확장되어 왔다. 수묵과 선묘에서 출발해 종이 조형, 벽화, 라이트박스, 애니메이션 등으로 매체를 넓혔으며, 오페라와 문학, 조선시대 회화, 대중문화 등 다양한 자료를 작업 안으로 끌어들여 재해석해왔다. 자동기술적 드로잉을 통해 음악과 공연을 시각화하거나 조선시대 회화를 동시대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 역시 이러한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이렇듯 김은형은 개인의 기억에서 역사적 이미지와 공연, 언어와 기술에 이르는 이질적인 요소를 연결하고 재배열하며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업은 외부에서 받아들인 이미지와 감각을 드로잉을 통해 번역하고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어 왔다. 서로 다른 시대와 매체, 문화적 맥락에서 비롯된 요소들은 작가의 작업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개인전 (요약)

김은형은 2010년 시카고 갤러리 400, 2012년과 2023년 OCI미술관, 2016년 서울시립미술관, 2026년 에이치플럭스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김은형은 2018년 환기미술관, 2019년 경기도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 2020년 제주도립미술관, 2021년과 2022년 송은, 2022년과 2025년 서울대학교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김은형은 2002년 중앙미술대전 특선, 2008년 AHL재단 시각예술상, 2016년 제5회 에트로 미술대상 금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김은형은 2007년 미국 스코히건 회화조각학교, 2011년 국제스튜디오·큐레토리얼 프로그램(ISCP)과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 2015년 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2019년 OCI미술관 1211레지던시, 2024년 ‘소금같은,예술’ 레지던시, 2026년 독일 슐로스 발모랄 아티스트 레지던시 등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김은형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OCI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서로 다른 감각과 시간, 문화적 이미지를 다시 연결하는 작업

주제와 개념

김은형의 작업은 서로 다른 감각과 시간, 문화적 이미지를 드로잉 안에서 번역하고 다시 연결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음악은 이미지로, 공연의 장면은 드로잉과 벽화로, 역사적 회화는 동시대의 이야기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원래의 맥락은 그대로 보존되기보다 작가의 기억과 경험, 상상에 개입되며 새로운 서사를 얻는다. 초기의 자동기술적 드로잉에서 음악과 공연을 시각화한 작업, 조선시대 회화를 재해석한 수묵화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태도는 꾸준히 이어졌다. 김은형에게 드로잉은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와 개인의 감각을 다시 배열하며 의미가 이동하는 방식을 탐색하는 핵심적인 방법이다.

‘뇌행성’ 연작은 이러한 작업의 출발점을 작가 자신의 내부로 향하게 한다. 한 장의 종이를 뇌와 닮은 형태로 구기고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 일상의 경험, 상상의 장면을 끊임없이 그려 넣는 행위는 생각을 기록하는 동시에 비워내는 수행으로 설명된다. 이미지를 축적할수록 마음을 비워낸다는 역설은 이후 작업에서도 반복되는 중요한 구조다. 기억은 완결된 서사로 정리되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의 파편으로 나타나고, 작가는 이를 다시 조합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타인과의 관계를 살핀다. 초기 비평에서도 이러한 드로잉은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기억을 끌어내고, 개인의 경험을 타자와 사회의 관계 속에서 다시 바라보는 과정으로 해석되었다.

김은형이 음악과 조선시대 회화, 문학 등 기존의 문화적 자산을 다루는 방식은 동아시아 회화의 방(倣) 개념과 연결된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을 조선시대 도석인물화나 풍속화의 도상과 엮고, 서로 다른 시대의 이미지에 동시대적 사건과 개인적 상상을 덧붙인다.

〈사랑의 묘약〉, 〈외계인 SEX〉와 같은 작업에서는 기존 작품의 일부가 새로운 이야기 속에서 다시 등장하며, 관람자는 원전의 맥락을 몰라도 화면에 배치된 단서와 유머를 통해 독자적인 서사를 구성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서양 문화의 병치 자체보다는 이미지가 시대와 해석자를 거치면서 의미를 바꾸는 과정이다. 작가 역시 동일한 문화와 이미지가 그것을 접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를 획득하는 현상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힌다.

최근에는 이러한 번역과 변형의 구조가 언어와 인공지능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3년 OCI미술관 개인전 《이발사 큐레이터》에서는 ChatGPT와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해 소설과 시, 이미지를 제작하고, 이를 자신의 수묵화·드로잉·애니메이션과 결합해 전통·현재·미래를 연결했다.

2026년 《해윤(解輪)의 꿈》에서는 텍스트가 이미지를 낳고 이미지가 다시 새로운 텍스트를 요구하는 순환적 방법을 발전시키며, 주술·연금술·치유·환생을 통해 기억과 감정이 사라지고 변형된 뒤 다시 나타나는 과정을 다룬다. AI는 그가 지속해온 자동기술, 이미지의 축적, 매체 간 번역을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김은형의 작업은 개인의 기억에서 역사적 이미지와 공연, 언어와 기술에 이르는 이질적인 요소를 끊임없이 연결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독자성을 구축해왔다.

형식과 내용

김은형의 작업은 수묵 드로잉을 중심에 두면서 종이 조형, 벽화, 라이트박스, 애니메이션 등으로 형식을 확장해왔다. 음악과 공연을 듣고 본 경험은 선과 이미지로 옮겨지고, 조선시대 회화에서 가져온 인물과 도상은 작가의 필법과 상상을 거치며 새로운 장면으로 재구성된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다룬 작업에서는 청각으로 받아들인 음악을 다시 시각 이미지로 변환하며,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선으로 흑백의 화면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감각 간 이동은 김은형이 드로잉을 고정된 장르로 다루기보다 서로 다른 매체와 경험을 연결하는 기본 언어로 사용해왔음을 보여준다.

화면을 채우는 방식에서는 높은 밀도와 반복적인 이미지의 축적이 두드러진다. 작은 인물과 사물, 나선형의 선, 파편화된 도상들이 빈틈을 거의 남기지 않은 채 이어지고, 최근 벽화에서는 굵기의 변화가 적은 검은 윤곽선이 화면 전체를 가로지른다. 2026년 《해윤(解輪)의 꿈》에 관한 비평은 이러한 선을 디지털 드로잉의 벡터처럼 균질한 것으로 설명하면서, 손으로 그리면서도 손의 우연성을 억제하는 특징에 주목한다. 동시에 만화와 낙서를 연상시키는 즉각적인 도상이 높은 밀도로 축적되면서, 작품은 세밀한 관찰과 자유로운 연상을 함께 요구한다. 

종이를 구기거나 입체 구조로 전환하는 방식은 평면에 축적된 이미지를 물리적인 공간으로 확장한다. ‘뇌행성’ 연작에서는 한 장의 종이가 뇌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구겨지고, 표면을 가득 메운 기억과 이미지가 주름을 따라 겹치거나 가려진다. 초기 조형 작업에서도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서 끌어낸 이미지가 굴곡과 주름을 가진 유기적인 구조로 재편되었으며, 작가는 이를 통해 기억의 파편과 서로 다른 시간대를 한 구조 안에 연결했다. 최근 액자 속 구겨진 종이 작업에서는 이미지의 일부가 주름과 그림자에 가려져 전체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게 되며, 종이의 물성이 작품을 읽는 방식 자체에 개입한다. 

내용 역시 매체의 확장과 함께 변화해왔다.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 조선시대 회화와 문학에서 가져온 서사는 초기부터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사랑의 묘약〉이나 〈외계인 SEX〉에서는 서로 다른 시대의 이미지가 유머와 초현실적 상상 속에서 다시 조합되었다.

최근에는 작가가 직접 쓴 문장과 시,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와 아이디어까지 작업 과정에 포함되면서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왕복이 한층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손으로 그린 선, 디지털 이미지, 구겨진 종이, 일시적인 벽화가 함께 사용되면서 김은형의 작업은 드로잉을 평면에 한정되지 않고 시간과 공간, 언어와 이미지 사이를 이동하며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은형의 작업은 한국화, 동시대 드로잉, 설치와 미디어 작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전개되어 왔다. 수묵과 선묘를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종이 조형, 벽화, 라이트박스, 애니메이션으로 매체를 넓혔고, 오페라·문학·조선시대 회화·대중문화처럼 성격이 다른 자료를 지속적으로 끌어들였다. 2017년 한원미술관 전시에서도 이러한 작업은 한국화의 범주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여러 현대미술 장르를 수묵 표현 안에서 연결하는 시도로 소개되었다. 당시 비평은 2004년부터 이어진 드로잉과 음악적 주제, 전통회화 이미지의 결합을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사로 짚었다.

작업의 변화 속에서도 드로잉은 꾸준히 중심을 지켜왔다. 초기 ‘뇌행성’ 연작에서는 기억과 무의식의 이미지를 자동기술적인 선으로 축적했고, 2012년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다룬 작업에서는 음악을 듣는 경험을 시각 이미지로 번역했다. 이후 오페라와 연극, 재즈, 조선시대 회화에 대한 관심은 벽화와 조각,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방(倣)의 개념과 연결하며 기존 작품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해체하고 다시 구성해왔다. 이러한 흐름에서 매체와 소재는 계속 바뀌어도, 외부에서 받아들인 이미지와 감각을 드로잉을 통해 번역하고 재배열한다는 방법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김은형의 작업은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까지 포괄하기 시작했다. 2023년 이후 ChatGPT와 이미지 생성 AI를 작업에 도입하면서 자동기술과 이미지 축적에 대한 오랜 관심을 생성형 기술의 작동 방식과 연결했고, 텍스트·이미지·드로잉 사이의 순환도 더욱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2026년 비평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작업의 핵심에 손의 노동이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다시 손으로 옮기고, 벽면에 직접 선을 긋고, 종이를 구겨 되돌릴 수 없는 물성을 만드는 과정에서 디지털 이미지와 육체적 제작 행위가 맞물린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지속성은 김은형의 작업이 특정 매체나 소재에 고정되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연속성을 갖게 하는 요소다. 기억을 축적하는 자동기술적 드로잉, 음악과 공연의 시각화, 과거 이미지의 재해석, 그리고 최근의 AI 활용은 시기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모두 ‘번역하고 축적한 뒤 다시 변형한다’는 방법 안에서 연결된다.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작업을 드로잉을 통한 “축적, 번역, 변형”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는 초기 작업에서 최근의 디지털 실험까지 이어지고 있다.

Works of Art

서로 다른 감각과 시간, 문화적 이미지를 다시 연결하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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