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Your Eyes - K-ARTIST

Open Your Eyes

2017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4분 59초

About The Work

이정우는 시스템이 특정한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그 결론을 만들어내는 조건에 주목한다. 그는 오작동으로 보이는 결과 역시 주어진 조건 안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바라보며, 기술의 편향성과 왜곡, 검열 등 사회 시스템의 작동과 오작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탐구한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정우는 드론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 매체를 매개로 드로잉, 영상, 설치 등 비판적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다양한 매체와 기술을 가로지르는 그의 작업은 기술적 과정에서 생성된 이미지와 서사가 동시대의 모호한 조건 속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유도되고 자리 잡는지를 가시화한다.

그의 작업은 영화의 문법을 재구성하고 각각의 요소를 원래의 서사로부터 분리해 새로운 관계 속에 배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후 AI를 비롯한 기술이 만들어내는 오류를 그대로 드러내며, 작동과 오작동을 가르는 기준 자체를 작품의 내용으로 삼는다. 나아가 이러한 오류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낸 데이터와 규칙,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편향을 역으로 추적한다.

이처럼 이정우의 작업은 내재된 데이터와 플랫폼 정책 등에 의해 특정한 지점으로 이끌려간 좌표를 통해 오늘날 사회의 다양한 면면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처럼 결과를 특정한 통계적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시스템 내부의 힘을 ‘중력’, 즉 ‘시스템 그래비티’라 칭한다. 데이터 기반의 학습과 자동 실행이 본격화된 지금, 그의 작업은 우리의 시선과 기준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이러한 ‘중력’이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내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질문한다.

개인전 (요약)

이정우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Loops of Algorithmic Karma》(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베를린, 2024), 《덤 더미 덤덤》(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서울, 2023), 《승선하지 않았다》(TINC, 서울,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이정우는 《올해의 작가상 2026》(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6), 제14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사전프로그램 《포란》(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서울, 2026), Unfold X 2025 《Let Things Go – 관계들의 관계》(문화역서울284, 서울, 2025), 《부유-지대》(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정우는 2026년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뉴 애니메이션 아트’ 부문 영예상을 수상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이정우는 베를린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2024), 인천아트플랫폼(2022),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1)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기술은 어떻게 세계를 분류하고 판단하는가

주제와 개념

이정우의 작업은 우리가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이미지와 서사가 어떤 조건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묻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에는 대중문화와 미디어, 특히 영화가 허구적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사회적 인식으로 굳히는 과정에 주목했다. 《공포탄》(아트선재센터, 2017)에서 〈공포탄〉(2017)은 한국 공포영화의 로케이션 이미지에 익숙한 대사와 효과음을 결합해,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이미 ‘공포스럽게’ 읽히는 장면을 만든다.

〈My Name is Red〉(2017)는 독일 거주 외국인들에게 북한에서의 가상 경험을 말하게 하면서 개인의 기억과 미디어가 주입한 이미지가 뒤섞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시기의 이정우에게 허구는 현실과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을 실제로 조직하는 힘에 가깝다.
 
이 관심은 곧 과거와 역사적 기록이 현재에 어떻게 재구성되는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올욲억-거꾸로거꾸로》(송은아트큐브, 2019)에서 ‘대난굴시대’(2019) 연작은 왕릉과 무덤, 정치인의 뉴스 영상, 역사적 인물을 연기한 배우, 고전영화의 장면을 순행과 역행, 반복과 재배열의 방식으로 뒤섞는다.

〈Another Left〉(2019)는 영화 속 죽음을 향한 선택의 순간을 앞뒤로 반복 재생하면서 영화가 허용하는 가역적인 시간과 실제 역사에서 되돌릴 수 없는 죽음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Die Resistenz〉(2019)에서도 과거 정치 권력을 상징하는 미완의 기념비를 촬영하려던 드론이 센서와 GPS의 문제로 추락한다. 이 시기부터 이정우의 작업에는 ‘되돌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리고 의도대로 작동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는다.
 
2020년대에 들어 이러한 질문은 재난, 도시, 기술적 시선으로 확장된다. 〈오르고 또 오르면〉(2020/2026)은 105층, 569미터 높이에서 강남을 바라보겠다는 계획으로 출발하지만 항공 촬영 규제와 전자파 간섭 때문에 드론이 목표한 높이에 도달하지 못한다. 개인전 《승선하지 않았다》(TINC, 2021)에서는 아직 제작되지 않은 가상의 영화를 위한 프리프로덕션이라는 형식을 통해 미래의 비공식 거주지를 상상한다.

〈승선하지 않았다〉(2021)는 달과 우주선, 마천루, 재개발 지역, 사고 현장, 난파선 이미지를 겹쳐 희망과 재난이 반복되는 풍경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드론은 높은 곳에서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인 동시에, 자신에게 주어진 시야 밖을 볼 수 없는 제한된 시선이 된다. 작가의 질문도 이미지가 무엇을 보여주는가에서, 누가 어떤 장치와 조건을 통해 그것을 보게 되는가로 이동한다.
 
최근에는 이 문제가 생성형 AI와 알고리즘으로 옮겨간다. 이정우는 과거에 ‘오작동’이라고 생각했던 기술의 오류를 이제 시스템이 주어진 데이터와 규칙에 따라 만들어낸 하나의 정상적인 결과로 다시 바라본다. 〈씌여진 영화, 씌여질 역사〉(2025-2026)는 검열과 재편집으로 장면이 유실된 영화 〈자유만세〉를 생성형 AI로 재구성하지만, 복원되는 것은 사라진 과거 그 자체가 아니라 학습 데이터의 편향이 반영된 ‘그럴듯한’ 역사다.

〈뜬구름〉(2026)에서는 월드 모델이 생성하는 공간이 특정한 패턴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통해 그 안에 내재한 데이터의 방향성을 살핀다. 작가는 이러한 힘을 ‘시스템 그래비티’라 부른다. 그의 작업은 이제 오류를 교정하는 대신, 무엇이 선택되고 무엇이 누락되며 결과가 왜 특정 방향으로 끌려가는지를 추적하는 데 집중한다.

형식과 내용

이정우는 영화의 문법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방식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사운드, 자막, 시점숏, 배우의 연기, 로케이션 이미지처럼 영화가 감정과 의미를 만들어내는 각각의 요소를 원래의 서사에서 분리한 뒤 새로운 관계 속에 배치한다. 〈Open Your Eyes〉(2017)는 공포영화의 사운드, 시나리오, 미술, 특수분장과 시점의 구조를 드러내면서 관객이 누구의 눈을 통해 이미지를 보고 있는지 되묻는다.

〈아들아, 저건 그냥 자욱한 안개란다〉(2017)는 신문과 홍보물에서 수집한 독재자의 이미지와 슬로건에 일상적이고 무관한 사물을 병치해 원래 이미지가 가졌던 정치적 목적을 흐린다. 초기부터 그에게 편집과 재배열은 새로운 서사를 만드는 수단인 동시에 기존 이미지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방법이었다.
 
2019년 전후로는 역재생과 반복, 다채널 영상이 중요한 형식으로 들어온다. ‘대난굴시대’ 연작에서 뉴스, 영화, 배우의 인터뷰, 역사적 장소를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재구성하고, 이미지와 소리, 자막을 뒤집거나 어긋나게 배치한다. 〈무제-완벽한 순간들〉(2018)은 네 개의 아날로그 시계 이미지를 디지털화해 시간을 가속하거나 감속시키며, 관객이 시간이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쉽게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다. 이처럼 이정우는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는 영상의 시간과 실제 세계에서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시간의 차이를 작품의 구조 안에 직접 삽입해왔다.
 
이후 드론과 포토그래메트리, 모션캡처, 3D 스캔, 게임엔진처럼 현실 공간을 측정하고 재현하는 기술이 본격적으로 사용된다. 〈아수라발발타〉(2021)는 드론 사진계측 데이터를 통해 공간을 3D로 스캔하고 렌더링하며, 《승선하지 않았다》에서는 스트림 리핑, 파운드푸티지, FPV 드론 촬영, 레퍼런스 이미지와 3D 공간 스캔을 동시에 활용한다.

세 개의 스크린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배치해 한 번에 모든 화면을 볼 수 없도록 한 설치 방식 역시 중요하다. 관객은 한 화면을 보는 동안 다른 화면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리로만 짐작해야 한다. 완전한 시야를 제공하는 대신 일부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키면서, 작품을 보는 경험 자체를 정보가 선택되고 제한되는 시스템처럼 구성한다.
 
최근에는 AI를 비롯한 기술의 결과를 일부러 보정하지 않는 방식이 더욱 분명해진다. 〈To Be Determined〉(2024)는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기록한 포토그래메트리 데이터를 사용하지만 파편화된 3D 메시를 완전한 형태로 복원하지 않고, 〈Plant Apples and Get Avocados〉(2024)는 같은 위치와 동작을 반복해도 다른 결과를 내놓는 AR 좌표 추적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Because: Surrounded by Three Dimensions〉(2024)는 게임엔진의 파라미터를 의도적으로 초과해 파도와 중력의 작동을 비틀고, 〈씌여진 영화, 씌여질 역사〉에서는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인물의 인종, 의상, 행동의 오류와 편향을 삭제하지 않는다. 결과를 매끈하게 완성하는 대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긋남을 남기는 것은, 작동과 오작동을 가르는 기준 자체를 작품의 내용으로 가져오는 방식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정우의 작업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스템의 ‘결과’보다 그 결과를 가능하게 한 조건에 대한 관심이다. 초기의 영화 작업에서는 공포와 정치적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편집의 구조를 들여다봤고, 이후에는 역사적 기록과 기억을 구성하는 방식, 드론과 도시의 제도적 규칙, 그리고 최근에는 AI의 데이터셋과 알고리즘까지 그 범위를 넓혀왔다.

이 과정에서 허구와 실재, 정상과 오류, 가역성과 비가역성처럼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보였던 구분은 점차 흔들린다. 작가가 최근 이야기하는 ‘시스템 그래비티’는 이 흐름을 압축한다. 어떤 결과가 단순한 실수처럼 보여도 그것을 특정 방향으로 끌어당긴 데이터와 규칙, 제도와 환경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AI나 드론 같은 최신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무게를 두는 미디어아트와 조금 다른 위치에 놓인다. 기술이 실패했을 때 다른 결과를 얻기 위해 수정하거나 최적화하는 대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그대로 관찰한다. 〈Die Resistenz〉에서 드론의 추락을 기계의 ‘저항’으로 보던 초기 해석은 최근에는 인간의 명령과 기계 내부의 안전 프로토콜이 충돌한 결과로 다시 읽힌다.

생성형 AI의 ‘환각’ 역시 단순한 오작동이라기보다 학습 데이터 안에서 가장 높은 확률을 가진 결과가 선택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서 버그와 편향은 기술 밖에서 발생한 예외가 아니라 기술이 어떻게 세계를 분류하고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 된다.
 
동시에 이정우는 이러한 기술적 문제를 죽음과 애도, 역사적 기억처럼 쉽게 데이터로 환원할 수 없는 문제와 계속 연결해왔다. 세월호 참사와 맞닿아 있는 〈승선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를 희미하게 환기하는 〈덤 더미 덤덤〉(2023/2026),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기억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다룬 〈To Be Determined〉, 검열로 사라진 한국영화의 장면을 AI로 다시 쓰는 〈씌여진 영화, 씌여질 역사〉는 서로 다른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도 ‘사라진 것을 기술이 정말 복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공유한다.

기술적 복원이 정교해질수록 무엇이 다시 나타났는지만큼 무엇이 다른 것으로 대체되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해진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기억과 기술 사이에 남는 틈을 계속 붙잡는다.
 
이정우는 《올해의 작가상 2026》(국립현대미술관, 2026)에 선정되었으며, 제14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사전프로그램 《포란》(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026), Unfold X 2025 《Let Things Go – 관계들의 관계》(문화역서울284, 2025) 등에서 작업을 선보여왔다. 베를린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인천아트플랫폼,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의 레지던시를 거쳤고, 〈씌여진 영화, 씌여질 역사〉로 2026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뉴 애니메이션 아트’ 부문 영예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편집 구조에서 출발해 드론과 게임엔진, 생성형 AI와 월드 모델까지 이동해온 그의 작업에서 매체는 계속 달라졌지만 질문은 오히려 선명해졌다. 기술이 세계를 더 정확하게 재현한다고 믿게 되는 순간에도 그 기술이 무엇을 반복적으로 선택하고 누락하는지 바라보는 일,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중력’을 감각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일이 그의 작업을 앞으로도 이어갈 중요한 기반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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