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단청 - K-ARTIST

날씨 단청

2026
딥러닝 프레임워크(Custom LLM, VIDEO MODEL),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 DB
4분 30초

About The Work

조영각은 자연, 기술, 가상, 물리적 환경이 교차하는 복잡계 시스템을 탐구하며, 그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기술·사회·문화적 이슈를 예술의 언어로 풀어낸다. 특히 기술과 사회, 문화가 맞닿는 지점인 ‘인터페이스’에 주목하며, 이를 다양한 매체와 첨단 기술을 통해 적극적으로 재해석해 왔다.

작가는 인공지능, 데이터 사이언스, 로보틱스 등의 기술을 활용해 불확실한 미래의 시나리오에 현재의 모습을 투영한다. 이를 통해 동시대 사회의 복잡한 구조와 상황을 연출하고, 관객에게 익숙한 현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과 관점을 제시한다. 상상과 현실, 가상과 실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의 작업은 급격한 기술적·사회적 변화 속에서 인간의 존재 조건을 되짚고, 미래 사회가 마주할 가능성과 도전을 탐구한다. 

조영각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관통하는 것은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다. 그는 기술을 미래적 이미지나 첨단 장치의 효과로 제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기술이 어떤 규칙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지를 살펴본다. 그는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의 기술을 예술의 언어로 재시스템화 함으로써 동시대의 복잡한 현상과 그 이면의 구조를 새로운 형태로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상상과 현실, 가상과 실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가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가능성을 사유하도록 이끈다.

개인전 (요약)

조영각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현상해독》(관악아트홀 전시실, 서울, 2024), 《예기치 않은 구문: 요청 및 응답》(한국수출입은행 금고미술관, 서울, 2022), 《문제의 주파수》(갤러리밈, 서울, 2017)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조영각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현상해독》(관악아트홀 전시실, 서울, 2024), 《예기치 않은 구문: 요청 및 응답》(한국수출입은행 금고미술관, 서울, 2022), 《문제의 주파수》(갤러리밈, 서울, 2017) 등이 있다.

레지던시 (선정) 

조영각은 캔파운데이션 명륜동 작업실 레지던시(2022),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레지던시(2018) 등 국내외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조영각의 작품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세계를 인식하는 틀로서의 디지털 인터페이스

주제와 개념

조영각의 작업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감각과 행동,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조직하는지 살핀다. 초기 개인전 《The Player》(사이아트스페이스, 2014)에서 그는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단순한 조작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하나의 틀로 바라보았다. 〈The Society of Signal〉(2014)은 ‘stop, play, rewind, forward’ 같은 익숙한 버튼 명령을 영상의 프레임 자체로 바꾸어,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인터페이스가 시간과 사물을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규정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Remove the Controls〉(2014)에서는 화면 속 마우스 커서를 실제 공간의 RC카 형태로 꺼내 놓으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뒤집었다. 이 시기의 조영각은 디지털 시스템의 오류를 파괴적으로 폭로하기보다, 그 안의 틈과 긴장을 놀이와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하도록 만드는 데 관심을 두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문제의 주파수》(갤러리밈, 2017)에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전반으로 넓어진다. 작가는 시스템이 겉으로는 견고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절과 오해, 빈틈을 품고 있다고 보고, 그 틈에 새로운 관계를 삽입하는 방식을 실험했다. 〈짤의 역습〉(2017)은 온라인에서 새로운 언어처럼 유통되는 밈을 인공지능에 학습시키고 관객의 얼굴과 결합해 실시간으로 변형된 이미지를 생성한다.

〈당신에게 보내는 말씀〉(2017)은 반복되는 LED 텍스트를 통해 정보 과잉의 환경과 사회가 끊임없이 개인에게 전달하는 명령을 시각화하며, 〈우주 여행자의 이야기〉(2017)는 관객의 참여와 기술적 장치를 결합해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감각적 경험을 확장한다. ‘인터페이스를 통해 인간이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라는 초기 질문이 이때부터 ‘시스템 안에서 인간과 기계, 인간과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만들어내는가’로 옮겨간다.
 
2019년 이후에는 인간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주체라는 전제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Highway like a shooting star〉(2019)는 세계 각지의 도로와 뉴스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하도록 하면서 인간이 아닌 시스템이 이미지 생산 과정에 개입하게 하고, 〈A Hot talks about Something, Someday, Someone〉(2020)은 밈 데이터와 인공지능, 로봇 암을 결합해 인간의 기억과 대화를 기계가 재구성하는 상황을 만든다.

팬데믹 시기의 〈Office Walker〉(2021)는 화상회의 화면과 보행 로봇을 결합해 비대면 환경에서 인간의 존재와 연결이 어떻게 매개되는지를 유희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서 조영각의 관심은 더 이상 인간과 기술의 단순한 상호작용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과 기계가 서로 행동을 유발하고 반응하는 관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역할과 주체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작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는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의 문제가 인간의 욕망과 노동, 자연, 믿음의 영역까지 확장된다. 《현상해독》(관악아트홀 전시실, 2024)에서 〈현상적 이유의 추이적 문장들〉(2024)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격언을 통해 데이터의 조합이 인간에게 실제 성찰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묻고, 〈밀착취재 2: 그린 인플루언서〉(2024)는 식물과 인간이 결합된 존재를 서울의 소비문화와 연결해 자연이 상품화되는 모습을 풍자한다.

〈정직원〉(2024)은 로봇 arm을 ‘직원’, 작가를 ‘관리자’, 관객을 ‘소비자’로 설정하면서 자동화된 노동 구조를 실험하고, 〈무인회사: 달콤한 말〉(2025)은 사람이 사라진 물류 시스템 안에서도 미신과 욕망, 불안이 계속 재생산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기술을 분석하는 작업으로 시작했던 그의 실천은 점차 기술을 통해 인간 사회가 어떤 믿음과 욕망을 반복하는지, 그리고 ‘인간’이라는 범주 자체가 어디까지 유효한지를 묻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형식과 내용

조영각은 관객이 직접 작동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설치를 중심으로 작업해왔다. 모니터, 리모컨, 조이스틱, 웹캠, LED 패널, RC카처럼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디지털 기기를 작품의 핵심 요소로 삼고, 화면 속 명령이나 아이콘을 물리적 사물로 전환했다. 《The Player》의 작업들은 이처럼 2차원의 인터페이스를 현실 공간으로 끌어내거나, 익숙한 작동 방식을 낯설게 바꾸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중요한 것은 장치의 기술적 복잡성보다 관객이 직접 조작하고 반응하면서 자신이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인터페이스의 규칙을 인식하게 만드는 데 있었다. 게임과 놀이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시스템을 설명하기보다 몸으로 경험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2017년을 전후해서는 웹 데이터와 머신러닝이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온다. 〈짤의 역습〉에서는 웹 크롤링 이미지와 신경망 스타일 전송 모델을 활용해 관객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재구성하고, 〈Highway like a shooting star〉에서는 방대한 도로 이미지와 뉴스 텍스트를 인공지능 학습 자료로 사용한다. 데이터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규칙 자체가 되고, 작가는 그 규칙을 설계한 뒤 결과의 일부를 시스템에 맡긴다. 이 과정에서 완성된 작품은 미리 정해진 단일 이미지보다 입력과 알고리즘, 관객의 반응에 따라 계속 변하는 열린 구조에 가까워진다.
 
이후 로보틱스가 결합되면서 작업은 물리적인 움직임과 공간까지 적극적으로 포함하기 시작한다. 〈A Hot talks about Something, Someday, Someone〉에서는 AI가 재구성한 이미지와 기억을 로봇 arm과 디스플레이로 출력하고, 〈Office Walker〉에서는 CRT 형태의 화면을 장착한 두 대의 보행 로봇이 사무실을 연상시키는 환경 안에서 움직인다. 화면 속 데이터와 로봇의 움직임, 화상회의를 통해 들어오는 외부 인물이 서로 연결되면서 작품은 하나의 자율적인 장면처럼 작동한다. 이러한 형식은 관객과 장치의 ‘상호작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러 주체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반응’의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이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사용자 정의 언어 모델, 영상 모델, 텍스트 데이터베이스가 영상·프린트·로봇·물류 장치와 결합한다. 〈밀착취재 2: 그린 인플루언서〉는 SDXL Turbo와 Custom LLM을 통해 생성된 이미지를 아크릴 프린트와 영상으로 구현하고, 〈정직원〉에서는 관객이 입력한 텍스트를 AI와 로봇 arm이 실제 ‘업무’처럼 처리한다. 〈무인회사: 달콤한 말〉에서는 컨베이어 벨트, 종이상자, 디스플레이, 생성형 영상과 사운드 모델이 하나의 자동화된 생산 라인처럼 작동한다.

〈날씨 단청〉(2026)은 국가기후데이터센터의 기상 데이터를 딥러닝 모델과 연결하며 데이터의 범위를 개인적·사회적 정보에서 환경 데이터로 확장한다. 초기에는 인터페이스를 낯설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데이터의 입력에서 생성, 이동, 소비까지 하나의 시스템 전체를 작품으로 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조영각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관통하는 것은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다. 그는 기술을 미래적 이미지나 첨단 장치의 효과로 제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기술이 어떤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지를 살펴본다.

초기에는 버튼과 커서, 신호체계 같은 작은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를 다뤘고, 이후에는 온라인 밈과 AI, 로보틱스, 원격통신, 노동 시스템, 물류 체계처럼 사회를 구성하는 더 큰 구조로 관심을 확장해왔다. 작가가 꾸준히 언급해온 ‘시스템의 붕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빈틈에 접근한다’는 태도는 이러한 작업의 지속성을 잘 보여준다. 문제를 직접 해결하거나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작동하지 않는 순간을 만들어 관객이 그것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한다.
 
기술을 활용하는 동시대 미디어아트가 종종 새로운 기술의 시각적 가능성이나 인간과 기계의 대립에 집중한다면, 조영각은 기술과 함께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회적 구조를 재구성하는 데 보다 많은 관심을 둔다. 밈과 광고, 직장, 배달과 물류, 풍수와 미신처럼 친숙하고 때로는 가벼워 보이는 문화적 요소를 AI와 로봇에 연결하는 방식도 이런 특징을 보여준다.

〈밀착취재 2: 그린 인플루언서〉에서 데이터 기술과 풍수 회화가 결합하고, 〈무인회사: 달콤한 말〉에서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이 인간의 믿음과 욕망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것처럼,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여겨지는 기술 안에 비합리적인 인간의 감정과 문화가 계속 남아 있음을 드러낸다. 그의 작업에서 오류와 어긋남은 실패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구조를 비추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최근 참여한 2026 예술기술도시 《인류학 연습: 인간은 우리인가?》(종도빌딩, 2026)는 이러한 관심이 인간과 기술의 문제를 넘어 환경과 비인간 존재, 행성적 조건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이 인간의 도구라는 오래된 구분 대신 인간과 AI, 자연환경, 데이터, 인공물들이 서로를 규정하는 관계망 속에서 ‘인간’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방향이다. 〈날씨 단청〉처럼 기후 데이터를 활용하는 최근 작업이나 ‘밀착취재’ 연작에서 식물과 인간의 혼성 존재를 다루는 방식은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초기의 ‘인터페이스’가 인간과 기계가 만나는 경계였다면, 지금 그 경계는 인간과 자연, 인공물, 환경 전체가 만나는 더 넓은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조영각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레지던시(2018)를 비롯한 국내외 레지던시에 참여했고, 에르미타주 미술관, 대만국립미술관, 도쿄도사진미술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등에서 작업을 선보여왔다. 기술이 빠르게 교체될수록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기술 자체보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관계와 규칙,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작은 오류에 가까워 보인다.

인터페이스에서 사회 시스템으로, 다시 인간과 비인간이 뒤얽힌 환경으로 넓어져 온 흐름을 보면, 조영각의 작업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것을 따라가는 방식보다 변화한 기술이 인간의 오래된 욕망과 믿음, 관계를 어떻게 다시 조직하는지 살피는 방향에서 계속 변주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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