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의 응시에 응답한다 - K-ARTIST

그들은 우리의 응시에 응답한다

2021
다큐멘터리
18분 30초

About The Work

백종관은 일상의 사건을 비일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미지와 사운드를 채집하고, 이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아카이빙의 변주가 특정한 사회적 맥락을 어떻게 전유할 수 있는지를 실험해 왔다. 주로 수집한 푸티지를 활용해 시청각 매체와 장치 자체의 역사와 운명을 사유하고, 미학적·정치적 경계가 형성되고 작동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전개한다.

그의 작업은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저장되며 다시 기억되는지를 되묻는 데서 출발한다. 16mm 필름과 캠코더로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일상에서 마주한 이미지와 사운드를 오랜 시간 수집하고, 서로 다른 시간과 출처를 지닌 기록들을 다시 배열해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백종관은 무빙 이미지의 구조 자체를 탐구하는 동시에 시각적 재현 체계의 역사를 사유하고, 일상적 사건에서 비일상적인 감각을 끌어내 새로운 시간성을 구현해 왔다.

영화와 미술, 이론과 제작, 몸과 기술 사이를 오가며 작업해 온 그는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무엇이 이미지로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왔다. 특히 이미지와 언어, 공간과 신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보이지 않는 프레임’과 그 균열을 탐구하며, 기술적 질서와 제도적 환경이 지각과 의미를 조직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그의 작업은 완결된 해석을 제시하기보다 이미지와 세계 사이에서 충돌과 응답, 실패가 발생하는 조건 자체를 사유하도록 이끈다.

개인전 (요약)

백종관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편지 쓰는 기술에 대하여》(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3), 《파리대왕독본》(온수공간, 서울, 2019), 《DownTime》(Konya gallery, 후쿠오카, 2018)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백종관은《분해되지 않는 밤》(챔버, 서울, 2026), 《영화 이후》(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기념전 《모든 섬은 산이다》(몰타기사단 수도원, 베니스, 2024), 《제23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3),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3), 《이례적인 시간, 불확실한 움직임》(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백종관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5-2026), 파리 시테 레지던시(2024), 인천아트플랫폼(2023),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21) 등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백종관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영상자료원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수집된 기록의 재맥락화를 통해 사유하는 일상의 조건

주제와 개념

백종관의 작업은 이미지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저장되며 다시 기억되는지를 되묻는다. 16mm 필름과 캠코더로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일상에서 마주한 이미지와 사운드를 오랜 시간 수집하고, 서로 다른 시간과 출처를 지닌 기록들을 다시 배열해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방식을 발전시켜왔다. 〈이빨, 다리, 깃발, 폭탄〉(2012)은 몇 년에 걸쳐 녹음한 라디오 방송과 직접 촬영한 영상들을 결합해 2000년대 후반 한국 사회의 시간을 재구성한다.

정치, 경제, 문화에 관한 목소리와 서로 직접 관계가 없는 이미지들이 교차하면서 기록은 특정 사건의 증거가 아니라 한 시대를 감각하는 복수의 층으로 변한다. 〈와이상〉(2015)에서는 친구에게 받은 엽서를 출발점으로 그람시, 니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와 개인적 기억을 연쇄시키며 이미지가 또 다른 이미지를 불러오는 방식을 실험했다. 이 시기의 백종관에게 몽타주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술인 동시에 기억이 작동하는 구조를 살펴보는 방법이었다.
 
이러한 관심은 개인전 《수퍼리미널》(탈영역우정국, 2016)을 전후해 이미지의 기억과 망각, 그리고 보는 행위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구체화된다. 크리스 마커가 영화에서 다시 건져 올린 프레임을 ‘수퍼리미널’ 이미지라 명명했던 개념을 참조해, 백종관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교체되는 디지털 이미지의 흐름에서 무엇이 사라지는지 묻는다. 〈밤의 예감〉(2016)은 인물의 눈빛, 필름의 그레인, 비디오의 주사선처럼 이미지 표면에 남은 흔적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서 사라진 존재들을 환기한다.

〈순환하는 밤〉(2016)은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거리 시위 사진 속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인물들을 연결해,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관객이 서로 응시하는 시간을 만든다. 이미지가 과거를 온전히 보존한다기보다 현재에 다시 출현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이 시기 작업의 중심에 놓인다.
 
이후에는 ‘누가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이미지 바깥의 공간과 관객에게까지 확장된다. 〈추방자들〉(2018)은 후쿠오카의 한 북카페에서 바라본 공원을 27분간 고정된 카메라로 촬영한 원-씬, 원-테이크 작업이다. 해가 지면서 조금 전까지 보이던 대상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다른 것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같은 장소도 빛과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르게 지각된다. 《파리대왕독본》(온수공간, 2019)에서는 ‘파리’라는 존재를 통해 보는 자와 보이는 대상의 위치를 더욱 직접적으로 뒤집는다.

중세 회화에서 재현의 정교함과 죽음을 동시에 상징했던 파리, 스크린 위의 이미지, 프로젝터 주변을 날아다니는 실제 곤충, ‘fly-on-the-wall documentary’라는 영화적 관습이 겹치면서 관객은 자신이 이미지를 보고 있는지, 이미지 쪽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백종관의 관심은 이때부터 영화의 진실성 자체보다 이미지, 재현, 지각이 성립하는 관계와 조건으로 점차 넓어진다.
 
팬데믹을 거치며 이 문제는 몸, 거리, 시간의 감각과 연결된다. 〈거의 새로운 인간〉(2021)은 비대면 교육과 공연 취소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임을 배우고 만들어야 했던 무용수들의 시간을 기록하고, 〈그들은 우리의 응시에 응답한다〉(2021)는 서울의 무용수들과 바르셀로나의 안무가가 약 9,600km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온라인 화면을 통해 움직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다룬다. 기술은 거리를 거의 사라진 것처럼 만들지만, 서로의 몸과 호흡을 직접 감각해야 하는 무용에서는 그 거리가 다시 선명해진다.

이후 《편지 쓰는 기술에 대하여》(인천아트플랫폼, 2023)에서는 이러한 시간의 어긋남을 ‘지연’이라는 개념으로 더욱 확장한다. 이미지를 하나의 편지처럼 쓰고 보내며 답장을 기다린다는 설정을 통해 즉각적인 전송과 실시간 소통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오래 보고, 기다리고, 다시 읽는 시간의 의미를 되묻는다. 초기부터 지속되어온 기억과 이미지의 문제는 여기에서 ‘어떤 이미지가 언제 도착하고, 누가 그것에 응답하는가’라는 관계의 문제로 이동한다.

형식과 내용

작품활동 초기에는 아카이브와 몽타주가 중요한 형식이었다. 〈이빨, 다리, 깃발, 폭탄〉에서는 먼저 방대한 라디오 녹음을 검토해 사운드를 배열한 뒤 직접 촬영한 푸티지를 연결해, 이미지와 소리가 때로 일치하고 때로 충돌하는 대위법적 구조를 만들었다. 〈와이상〉 역시 애니메이션, 극영화, 인터뷰, 엑스레이 이미지, 텍스트와 음악 등 서로 다른 출처의 자료를 해체하고 다시 결합한다. 이 작품에서 개별 이미지의 출처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어떤 순서와 리듬으로 만날 때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가이다. 백종관의 편집은 정보를 전달하는 선형적 연결보다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에 예상하지 못한 관계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둔다.
 
동시에 그는 편집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제거하는 방식도 활용해왔다. 〈추방자들〉에서 카메라는 27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한 장소를 바라본다. 아무런 편집 없이 빛이 사라지는 실제 시간을 그대로 통과하면서 화면에서 사라지는 것과 새롭게 나타나는 것을 관찰하게 한다. 반대로 〈어떻게 말해야 할까〉(2019)에서는 사무엘 베케트의 마지막 시가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단어와 구절을 반복해서 재조합하는 구조를 영상 편집에 적용했다.

각 행이 변할 때마다 직접 촬영한 영상, 수집 푸티지, 이전 퍼포먼스 기록이 다른 방식으로 조합되며, 텍스트와 영상은 내용을 그대로 설명하기보다 구조적으로 서로 대응한다. 고정된 숏에서 복잡한 몽타주까지 상반된 방식을 오가는 것은 그에게 편집의 양보다 ‘시간을 어떤 구조로 경험하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020년대 이후에는 영상이 놓이는 공간과 관객의 신체가 작업의 일부로 더욱 적극적으로 들어온다. 〈무덤이 웃기 전에〉(2021)은 극장을 관객과 스크린의 단순한 관계로 보지 않고 촬영 현장, 암실, 카메라 내부, 관찰 상자가 겹쳐진 공간으로 확장한다. 관객이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시선의 위치와 기억, 주변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영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태도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선보인 〈섬아연광〉(2023)에서 설치의 문제로 이어진다. 관객과 영상 사이에 여러 겹의 막과 열린 프레임을 두어 작품을 향해 곧바로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이동하면서 영상뿐 아니라 다른 관객과 미술관의 벽, 바닥, 주변 공간까지 함께 보게 만든다. 여기에서 동선은 단순한 공간적 경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점을 연결하는 ‘시간의 선’으로 작동한다.
 
〈더 베리 메타버스〉(2023)는 영상과 사진, 수집 사물의 관계를 다시 변형한다. 작가가 2007년부터 약 5년간 모은 900여 장의 지하철 구인광고 쪽지를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와 무빙 이미지로 재구성한 작업으로, 오프라인 취업 사기 광고가 모바일 스팸으로 이동한 사회적 변화를 하나의 이미지 지층처럼 다룬다. 인쇄된 정지 이미지와 가장 안쪽의 움직이는 영상은 서로를 지시하면서 동시에 불안정하게 만든다.

《편지 쓰는 기술에 대하여》에서는 이미지의 배열을 아예 ‘쓰기’의 행위로 바라본다. 신, 숏, 프레임 혹은 포토그램을 하나의 언어 단위처럼 다루고, 그것을 가상의 수신자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연결한다. 오랫동안 수집하고 분류한 자료를 편집하는 초기 방식은 유지되지만, 최근에는 영상의 내부뿐 아니라 그것을 읽는 관객, 작품이 놓이는 공간, 전달과 응답에 걸리는 시간까지 편집의 범위 안으로 들어온다.

지형도와 지속성

백종관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요 메시지는 ‘이미지는 어떻게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보게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초기 16mm 실험영화에서 시작해 에세이 필름, 다큐멘터리, 파운드 푸티지, 퍼포먼스와 무용 협업, 사진과 설치를 넘나들었지만, 이미지의 기원과 소멸, 보는 자와 보이는 대상, 기억과 망각 사이의 틈을 살피는 태도는 지속되어왔다.

〈와이상〉에서는 이미지가 개인의 기억을 구성하는 방식을, 〈순환하는 밤〉에서는 역사적 사진 속 인물과 현재 관객의 응시를, 〈추방자들〉에서는 빛이 사라지며 변화하는 지각을 다뤘다. 이후 〈그들은 우리의 응시에 응답한다〉에서는 스크린이 두 몸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매개하고, 〈섬아연광〉에서는 관객의 몸 자체가 여러 프레임 사이를 이동한다. ‘보이지 않는 프레임’을 찾는다는 최근의 표현은 이 긴 흐름을 잘 요약한다.
 
크리스 마커의 영향은 백종관의 작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의 작업은 단순히 에세이 필름이나 파운드 푸티지의 계보에 머물지 않는다. 마커가 기억과 역사, 사진과 영화를 가로지르며 이미지의 시간을 다뤘다면, 백종관은 이를 디지털 환경과 한국 사회의 구체적인 경험, 전시 공간과 몸의 문제까지 밀어간다.

수년간 녹음한 라디오 방송, 지하철에서 모은 구인광고, 팬데믹 시기 화상회의 화면, 미술관의 과거 서신처럼 사소하거나 기능적인 자료들이 그의 작업에서는 중요한 이미지가 된다. 자료를 단순히 역사적 증거로 사용하는 대신, 서로 충돌하고 실패하고 잘못 연결될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아카이브는 이미 정리된 과거를 보여주는 저장고보다 현재의 관객이 다시 읽고 질문할 수 있는 가변적인 재료가 된다.
 
최근에는 이 아카이브적 태도가 개인의 수집 범위를 넘어 기관과 집단의 기억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몰타기사단 수도원, 베니스, 2024)에 출품한 〈기다리는, 호흡하는〉(2024)은 한국관의 30년 아카이브와 집단 기억을 다시 바라보는 영상으로 제작되었다.

《2025 부산현대미술관 시네미디어_영화 이후》(부산현대미술관, 2025)처럼 영화와 현대미술의 경계 자체를 재검토하는 전시에 참여하는 한편, 제일사진관의 1970~1992년 네거티브 필름 1만 5천여 장을 연구하는 《네거티브, 그림자, 커튼》(예술공간돈키호테, 2025)과 같은 프로젝트에서는 기술 변화 속에서 버려진 이미지와 제도의 흔적까지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개인적으로 채집한 푸티지에서 시작한 아카이빙이 영화사, 미술관, 사진관, 전시 제도 속에 축적된 이미지의 삶을 살피는 방향으로 넓어진 셈이다.
 
이러한 이동은 백종관의 작업이 영화관과 미술관 어느 한쪽에만 자리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기부터 영화와 미술, 이론과 제작, 몸과 기술 사이를 이동해온 그의 작업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무엇이 이미지로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계속 추적해왔다. 특정한 기술이나 형식이 빠르게 교체되는 환경일수록, 오래 수집하고 기다리고 다시 보는 그의 방식은 다른 지역과 역사적 아카이브에서도 새롭게 작동할 여지가 있다. 백종관에게 이미지는 답을 보존하는 기록이라기보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열어볼 수 있는 질문에 가깝고, 그 질문을 어떤 새로운 관객과 어떤 거리에서 주고받을 것인지가 작업의 다음 장면을 계속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Works of Art

수집된 기록의 재맥락화를 통해 사유하는 일상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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