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legacies no.3 - K-ARTIST

Our legacies no.3

2019
베를린, 라이프치히, 브장송, 파리, 런던, 모어캠, 스타방에르, 캐슬메인, 멜버른 거리에서 수집한 다양한 재료, 레진, 서울 재개발 지역에서 발견한 오브제
1750 x 420 x 400 cm

About The Work

양자주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그 안에 존재하는 우리 자신의 관계에 질문을 던지며 작업을 이어왔다. 도시를 구성하는 물질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에 이르기까지, 회화와 설치를 비롯해 라이브 페인팅과 공공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실험적으로 넘나들며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양자주의 작업은 도시와 자연, 인간과 사물에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감지하고 기억하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오래된 벽과 폐가, 거리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을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사람과 사건, 시간이 새겨진 흔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수집해 작업의 재료로 활용한다.

작가에게 장소는 시각적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손으로 만진 벽과 바닥, 채집한 물질의 촉감까지 모두 작업을 형성하는 기억으로 축적된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오래된 건물의 파편과 재개발 현장의 잔해를 수집해 작업에 활용해 온 과정에는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경의와 그것을 현재에 붙잡아 두려는 의지가 함께 담겨 있다.

이러한 태도는 특정 장소를 기록하는 일을 넘어, 인간이 환경과 관계를 맺고 그 안에 흔적을 남기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자신의 몸을 그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며 지문과 손자국, 반복적인 동작을 통해 존재의 흔적을 새긴다. 이처럼 양자주의 작업에서 기억은 과거를 재현하는 서사가 아니라 신체와 장소가 접촉하는 현재의 행위 속에서 끊임없이 갱신되는 과정이다.

개인전 (요약)

양자주는 2011년 베를린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2019년 과천 스페이스K, 2021년 베를린 소마 아트 스페이스 700, 2022년 라이프치히 갤러리 이르강, 2025년 서울 디 언타이틀드 보이드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양자주는 201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트리트 아트 뮤지엄, 2017년 제주비엔날레, 2018년 노르웨이 누아트 페스티벌, 2019년 런던 사치 갤러리, 2022년 베를린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2023년 부산 바다미술제, 2024년 부산현대미술관과 파리 그랑 팔레 이메르시프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양자주는 2012년 프랑스 마르세유 갤러리 노마드, 2014년 베이징 캔파운데이션 PSB 창작스튜디오, 2019년 오스트라바 쿠카치카와 오슬로 스트리트 아트 오슬로의 디자이어 라인스 레지던시, 2024년 코오롱 아트랩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양자주의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 프랑스 베종송 시간박물관, 코오롱, 보안1942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몸으로 통과한 시간과 감각의 기록

주제와 개념

양자주의 작업은 도시와 자연, 인간과 사물에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감지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 ‘몬스터 시리즈’(2011)가 사회 시스템 안에서 느끼는 소외와 고독, 불안과 억압된 감정을 다루었다면, 이후 관심은 재개발 지역과 철거를 앞둔 건물, 버려진 물건처럼 곧 사라질 대상들로 넓어졌다. 작가는 오래된 벽과 폐가, 거리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을 단순한 폐기물로 여기지 않고,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과 사건, 시간이 새겨진 흔적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태도는 철거를 앞둔 부산 못골의 주택을 수없이 많은 지문으로 뒤덮은 〈Dots: 못골 66〉(2015)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라질 공간에 자신의 몸을 반복해서 접촉시키는 행위는 기억을 남기는 방식인 동시에 소멸에 대응하는 작가 특유의 실천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Dots’ 프로젝트가 여러 도시의 주민과 이주노동자가 참여하는 형태로 확장되면서, 개인의 기억은 장소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존재와 경험으로 이어졌다. 

양자주에게 장소는 시각적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손으로 만진 벽과 바닥, 채집한 물질의 촉감까지 모두 작업을 형성하는 기억으로 축적된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오래된 건물의 파편과 재개발 현장의 잔해를 수집하고 이를 작업에 사용해온 과정에는 사라지는 것에 대한 경의와 그것을 현재에 붙잡아 두려는 의지가 함께 놓여 있다.

이런 태도는 특정 장소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환경과 관계를 맺고 흔적을 남기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자신의 몸을 그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며 지문, 손자국, 반복되는 동작을 통해 존재의 흔적을 새긴다. 따라서 양자주의 작업에서 기억은 과거를 재현하는 서사가 아니라 신체와 장소가 접촉하는 현재의 행위 속에서 계속 갱신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인간과 자연 사이의 오래된 감각, 민담과 신화, 주술적 상상력으로 더욱 확장되고 있다. 양자주는 당산나무와 영험한 바위에 관한 민담처럼 자연물에 생명과 기억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온 오래된 믿음에 관심을 두지만, 특정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과 자연 사이에 존재해온 경외, 두려움, 교감의 감각을 몸과 재료를 통해 탐색한다. ‘모든 것의 피부’에서 피부는 인간의 신체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흙, 낡은 벽의 표면, 나무와 가시, 떨어져 나온 사물의 껍질까지 서로의 기억을 간직한 ‘피부’로 연결된다. ‘Thorns’와 ‘불가살이’ 역시 자연의 생명력과 민담에 깃든 변형과 생존의 감각을 현재의 조형 언어로 불러온다. 이때 신화와 민담은 복고적인 소재가 아니라 자연과 문화, 삶과 죽음처럼 인간이 오랫동안 구분해온 관계를 다시 살펴보게 하는 사고의 자원이 된다. 

이러한 작업을 관통하는 또 다른 핵심은 ‘리듬’과 ‘감각’이다. 양자주는 반복되는 지문과 손자국, 그림 속 모티프를 특정 대상을 설명하는 기호로 한정하지 않고 몸의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리듬의 결과로 이해한다. 비평가들이 지적했듯 이러한 관점은 선사시대 이미지의 기원을 재현보다 반복적인 신체 행위와 연결한 앙드레 르루아-그랑의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작가의 관심은 과거를 낭만적으로 복원하는 데 있지 않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와 기술 문명 속에서 희미해진 촉각, 몸의 기억, 자연과의 교감이 현재에도 어떤 방식으로 남아 있는지 더듬어 보는 데 가깝다. 도시의 철거 현장에서 시작된 기억과 소멸의 문제는 자연, 신화, 신체 감각을 향해 넓어졌고, 양자주는 그 사이를 오가며 사라지는 존재를 기억하고 살아 있는 것들의 연결을 감각하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형식과 내용

양자주의 작업에서 회화는 붓과 안료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작가는 벽화, 그래피티, 찍기, 문지르기, 긁기, 굳히기, 붙이기와 같은 행위를 통해 화면을 만들며, 손과 몸의 움직임 자체를 조형 과정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초기 거리 작업과 ‘Dots’ 프로젝트에서는 벽이나 건물 외벽에 지문을 반복해서 찍는 방식이 중심이 되었고, 이후 캔버스 작업에서도 손으로 재료를 뭉치고 바르고 꽂고 묶는 동작이 화면의 구조를 결정한다. 이러한 방법은 회화를 평면 이미지로 한정하지 않고 신체의 움직임과 재료의 저항, 반복되는 노동이 함께 축적된 결과로 확장한다. 작가가 촉감과 목소리를 작업의 중요한 개념으로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료의 선택 역시 내용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양자주는 재개발 지역과 오래된 건물에서 채집한 벽지, 목재, 페인트 조각, 건축 잔해를 비롯해 흙, 가시, 진주핀, 밧줄, 천, 레진 등 서로 다른 물성을 가진 재료를 사용해왔다. ‘Materials, Busan+Berlin’과 ‘Immanence’에서는 도시에서 수집한 파편을 투명한 레진 안에 고정해 장소와 시간이 남긴 흔적을 보존했고, ‘모든 것의 피부’에서는 영덕과 관악산 등에서 가져온 흙을 분채와 아교에 섞어 캔버스에 여러 차례 스며들게 한다.

재료는 색이나 질감을 만들기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고 작품이 발생한 장소와 시간, 그곳에서의 경험을 직접 품은 요소로 기능한다. 거칠게 솟거나 패인 표면, 떨어져 나온 파편과 가시의 형태는 작가가 다루는 기억과 소멸, 생존의 감각을 물질 자체로 전달한다.

반복과 리듬은 이러한 행위와 재료를 조직하는 중요한 형식 원리다. 양자주는 지문이나 손자국, 단순한 형상들이 특정 이미지를 재현하기 위해 등장하기보다는 몸의 리듬에 따라 생겨난다고 설명한다. 사운드 아티스트 하쿠 승호와 협업한 〈Canvas Instruments〉(2013)에서는 캔버스에 연결된 철 스프링과 플라스틱 컵을 통해 그림을 그릴 때 발생하는 진동을 소리로 변환했다.

시각적인 흔적과 신체 움직임, 소리가 하나의 리듬 안에서 이어지는 이 작업은 이후에도 지속되는 감각적 접근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최근 작업에서도 긁기와 두드리기, 반복적인 손동작에서 발생하는 마찰음과 진동은 화면의 촉각성을 강화하며 시각과 청각을 함께 자극한다. 

최근의 ‘모든 것의 피부’, ‘Thorns’, ‘불가살이’에서는 이러한 조형 방식이 더욱 응축되어 나타난다. 흙과 안료가 뒤섞인 표면 위에 진주핀과 천이 삽입되고, 엄나무 가시나 밧줄이 화면을 가로지르면서 평면과 오브제의 성격이 동시에 드러난다. ‘모든 것의 피부’의 반복되는 선과 손자국, 동물이나 기호를 연상시키는 형상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고, ‘불가살이’에서는 강한 사선과 올 오버 구성, 가시와 진주핀의 밀도 높은 배열이 화면 전체에 긴장감을 만든다.

양자주의 작품에서 형식은 재료와 행위, 장소의 기억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진다. 화면에 남은 흔적 하나하나는 조형적 요소인 동시에 작가가 몸으로 통과한 시간과 감각을 기록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양자주의 작업은 도시의 주변부와 재개발 현장에서 출발해 장소의 기억, 물질의 시간성, 인간과 자연의 관계로 점차 범위를 넓혀왔다. 초기 ‘몬스터 시리즈’가 사회 구조 속 개인의 소외와 불안을 직접적인 인물 이미지로 드러냈다면, 2010년대 중반부터는 오래된 거리와 철거를 앞둔 건축물 자체가 주요한 작업의 계기가 되었다.

베이징 체류를 계기로 낡은 벽과 양철문에 남은 시간의 흔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부산을 비롯한 재개발 지역에서 벽화와 공간 작업, 주민 참여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이 시기의 변화는 주제의 단절이라기보다 개인이 사회와 환경 속에서 경험하는 소외와 상실을 구체적인 장소와 사물의 흔적으로 옮겨간 과정으로 볼 수 있다.

‘Dots’ 프로젝트는 이러한 관심이 장소와 타인의 관계로 확장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부산 못골의 철거 예정 주택에 작가의 지문을 반복해서 남긴 〈Dots: 못골 66〉(2015)은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 브장송, 파리, 노르웨이, 베를린 등으로 이어지며 현지 주민과 이주노동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작가가 이동하는 지역은 달라져도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몸의 접촉으로 남기고, 사라질 장소를 기억하려는 태도는 지속된다. 서울과 부산에서 시작된 작업의 지리적 범위가 베이징과 유럽 여러 도시로 넓어진 뒤에도 양자주는 작업하는 지역의 환경과 사람을 직접 만나고 경험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이후 ‘Materials, Busan+Berlin’과 ‘Immanence’에서는 도시의 벽과 건축물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을 채집해 레진 안에 보존하면서 장소의 기억을 물질 자체에 담았고, ‘Thorns’와 ‘모든 것의 피부’에서는 관심이 자연물과 흙, 식물의 가시로 이동한다. 최근 작업에서 나타나는 흙과 가시, 민담과 신화의 요소는 이전 도시 작업과 별개의 방향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

낡은 벽의 박피와 건축 잔해에서 흙과 나무, 가시로 재료가 바뀌었지만, 오랜 시간을 통과한 대상의 흔적을 수집하고 몸의 행위로 다시 새기는 방식은 그대로 이어진다.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에 대한 관심 역시 오래된 도시의 소멸을 다루던 시기부터 현재의 ‘모든 것의 피부’과 ‘불가살이’에 이르기까지 변주되어 왔다. 

양자주의 지속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특정한 재료나 장르보다 작업을 대하는 태도다. 거리에서 지문을 수천 번 찍고, 폐건물의 파편을 줍고, 흙을 손으로 문지르고, 가시와 진주핀을 반복해서 꽂는 과정에는 긴 시간과 신체적 노동이 요구된다. 이 반복은 〈Canvas Instruments〉에서 소리와 진동으로 확장되고, 최근 회화에서는 손자국과 선, 재료의 배열이 만드는 리듬으로 이어진다.

도시의 소멸에서 자연과 신화로 관심의 범위가 넓어진 지금도 양자주는 사라지는 것의 흔적을 몸으로 확인하고 기억하려는 작업을 계속한다. 장소와 재료가 달라질 때마다 형식은 변화하지만, 시간의 흔적을 감각하고 그것을 현재의 경험으로 되살리려는 태도는 작가의 초기 작업부터 최근 작업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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