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랄리아스 #1 - K-ARTIST

에코랄리아스 #1

2025
종이에 아크릴, 색연필
72.7 x 60.6 cm

About The Work

국동완은 드로잉, 페인팅, 조각, 영상, 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무의식과 그에 접근하는 과정을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쉽게 기억되지 않는 순간을 붙잡고, 아직 명확한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감각을 기록하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오랫동안 이어온 꿈의 기록을 바탕으로, 깨어나는 순간부터 희미해지는 기억을 이미지와 이야기로 옮기며 개인의 내면에 잠재된 무의식의 세계를 탐색한다.

국동완에게 기록은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기억과 감정, 기록을 다시 읽는 현재의 자신, 이를 마주하는 타인의 시선이 개입하면서 의미는 끊임없이 새롭게 형성된다. 이러한 탐구를 구체화하는 방법이 바로 ‘회광반조(回光返照)’다. 

외부를 향하던 빛을 돌려 자신을 비춘다는 불교의 수행 개념에서 출발한 이 방식에서 작가는 대상을 바라보는 동시에 그 대상에 반응하는 자신의 내면을 관찰한다. 밑그림이나 지우개 없이 손의 움직임을 따라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와 연상을 이어가며 의식적인 판단과 예측을 유보한다.

그러나 작가의 작업은 무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그려진 이미지를 다시 읽고, 분해하고, 확대하거나 글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관계와 의미를 발견한다. 손이 먼저 포착한 것을 의식이 뒤따라 해석하는 순환 속에서 꿈과 기억은 고정된 의미를 지닌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번역되고 재해석되는 출발점이 된다. 

이를 통해 국동완은 대상을 그리는 행위와 대상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행위를 연결하며, 개인의 무의식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타인의 경험과 만나 현실의 보편적인 서사로 확장될 가능성을 탐색한다.

개인전 (요약)

국동완은 2011년 갤러리 팩토리, 2016년 갤러리조선, 2021년 피비갤러리, 2026년 디스위켄드룸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국동완은 2008년 데이비드 로버츠 아트 파운데이션, 2010년과 2011년 서울대학교 미술관, 2013년 카를로 빌로티 미술관, 2015년과 2021년 문화역서울284,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2025년 소마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국동완은 2017년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에 선정되었으며, 2019년 별마당 도서관 열린 아트 공모전에 입선하고, 2023년 종근당 예술지상 작가로 선정되었다.

레지던시 (선정) 

국동완은 2012년 글렌피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금천예술공장,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에 입주했다.

Works of Art

개인의 무의식을 통해 연결되는 현실의 보편적인 이야기들

주제와 개념

국동완의 작업은 기억하기 어려운 순간을 붙잡고, 아직 명확한 언어를 얻지 못한 감각을 기록하는 데서 출발한다. 오랫동안 이어온 꿈의 기록에서 그는 깨어나는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하는 기억을 적어두고, 이를 다시 이미지와 이야기로 옮겨왔다. 여기서 기록은 과거를 보존하기 위한 저장에 머물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며 달라지는 기억과 감정, 기록을 다시 읽는 현재의 자신, 이를 마주하는 타인의 시선이 거듭 개입하면서 의미가 새롭게 만들어진다. 국동완에게 꿈과 기억은 고정된 해석을 기다리는 대상이라기보다 번역과 재해석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출발점이다. 

이러한 태도를 구체화한 방법이 ‘회광반조(回光返照)’다. 외부를 향하던 빛을 돌려 자신을 비춘다는 불교의 수행 개념에서 가져온 이 방식에서 작가는 대상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그 대상에 반응하는 자신의 내면을 관찰한다. 밑그림과 지우개 없이 손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와 연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의식적인 판단과 예측은 부분적으로 유보된다.

하지만 그 결과는 무의식의 직접적인 표출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그려진 이미지를 다시 읽고, 쪼개고, 확대하고, 글로 옮기면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관계와 의미를 찾아간다. 손이 먼저 발견하고 의식이 뒤따라 해석하는 순환은 국동완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움직여온 핵심 원리다. 작가는 이를 통해 “대상을 그리는 일”과 “대상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일”을 긴밀하게 연결한다. 

작업의 출발점이 개인의 기억과 신체에 있다고 해서 관심이 내면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A Ferry〉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며 느낀 무력감과 애도의 시간을 장기간의 드로잉으로 기록했고, ‘나는 셋 아니 넷 아니 다섯’에서는 임신과 출산의 기억, 아이를 갖고자 했던 욕망과 태아를 상상하는 과정을 신체와 언어의 관계로 풀어냈다.

〈데칼코마니 라이프〉에서 가족과 이웃의 기억을 품었던 ‘집’은 이후 '방향 연습'과 〈불장〉에 이르러 급등하는 주택 가격, 자본의 논리, 삶의 방향을 둘러싼 불안으로 확장된다. 이처럼 사회적 사건과 구조는 거대한 담론의 형태로 곧바로 제시되기보다 작가의 일상과 몸에 남긴 감각을 통과해 작업 안으로 들어온다. 〈A Ferry〉를 제작하며 세월호와 관련된 이미지가 의도와 무관하게 계속 등장했던 경험은 외부의 사건이 개인의 내면에 각인되고 다시 이미지로 흘러나오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국동완의 작업에서 꾸준히 되풀이되는 질문은 자신과 세계가 서로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에 가깝다.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개인과 사회, 언어와 이미지 사이에서 그는 어느 한쪽을 확정된 답으로 선택하지 않고 그 사이를 오가는 과정 자체를 기록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작업의 결함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과 관계를 발견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 자유로운 손의 움직임과 스스로 설정한 규칙, 우연과 통제, 개인적 욕망과 사회적 조건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작가는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반복해서 확인한다.

국동완의 독자성은 결국 무의식을 소재로 삼는 데만 있지 않다. 기록하고, 번역하고, 다시 읽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내면과 외부 세계 사이에 끊임없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태도가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한다. 비평에서도 그의 작업은 경험을 곧바로 설명하기보다 사유와 말, 감정의 흔적을 붙잡아 이미지와 언어의 구조로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분석되어 왔다.

형식과 내용

국동완의 작업에서 드로잉은 완성된 이미지를 얻기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생각이 형성되는 과정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연필과 종이, 손의 직접적인 접촉을 중시하며, 밑그림과 지우개 없이 손끝에서 발생하는 연상을 따라 선을 이어가는 방식을 오랫동안 발전시켜왔다.

‘회광반조(回光返照)’에서는 그리고자 하는 이미지를 유리에 붙이고 뒤에서 빛을 비춘 뒤, 종이에 드리워진 형상을 출발점 삼아 자유롭게 연상되는 이미지를 덧붙인다. 작가가 ‘이미지 질문지’라고 부르는 참조 이미지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결과를 미리 결정하지 않는다. 손의 움직임과 순간적인 판단, 예상하지 못한 형상이 개입하면서 드로잉 자체가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된다. 

자유연상과 자동기술법을 활용하면서도 국동완의 이미지는 언어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 꿈을 문장으로 기록한 뒤 이미지로 옮기거나, 드로잉에서 발견한 형상을 다시 글로 풀어내는 식으로 이미지와 텍스트가 서로를 반복해서 해석한다. '나는 셋 아니 넷 아니 다섯'에서는 동물과 사물, 신체를 연상시키는 작은 형상들이 태아의 윤곽 안에서 결합하고, 각 드로잉과 짝을 이루는 시적 텍스트와 출판물로 이어진다. 이때 자유롭게 발생한 선과 형상도 작업이 진행될수록 명명되고 분류되며 서사적 관계를 획득한다. 따라서 자동적으로 그린다는 행위와 체계적으로 읽고 구성한다는 행위가 한 작업 안에서 계속 교차한다. 

완성된 이미지를 다시 해체하고 변형하는 과정도 중요한 형식적 특징이다. 작가는 드로잉을 잘라 유사한 도상끼리 재배열하거나, 특정 부분을 크게 확대하고, 이미지에서 비어 있던 선을 종이테이프로 옮긴 뒤 색을 입히는 방식을 사용한다. 〈A Ferry〉를 여러 장면으로 분할한 콜라주와 아티스트북, 〈데칼코마니 라이프〉의 세부에서 출발한 '900x Magnification' 연작, '나는 셋 아니 넷 아니 다섯'의 콜라주 작업은 이러한 과정을 잘 보여준다.

확대와 분절, 재조합을 거치면서 작은 도상은 독립된 기호처럼 다시 읽히고, 한 이미지에 잠재해 있던 다른 서사와 관계가 드러난다. 드로잉·회화·콜라주·책은 서로 분리된 형식이라기보다 같은 기록을 다른 크기와 재료, 읽기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연속적인 방법에 가깝다. 

2022년 '방향 연습'과 〈불장〉에서는 이러한 방법론에 의도적인 제약이 더해진다. 주식 차트의 상승과 하락을 각각 빨강과 파랑으로 표시하는 규칙을 드로잉에 적용하고, 〈불장〉에서는 빔 프로젝터로 투사된 밑그림을 오일 파스텔로 따라 그렸다. 기존 작업에서 중요했던 자유로운 연상은 제한되지만, 거친 캔버스 표면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선을 문질러 지우는 행위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기계적인 규칙에 맞추어 움직이던 손이 점차 선을 흐리고 교차시키며 예상하지 못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국동완에게 재료와 제작 방식의 변화는 외형적인 변주에 그치지 않는다. 손의 자유를 허용하거나 제한하는 조건을 직접 설정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저항과 실수를 받아들이면서, 작품의 내용 역시 개인의 내면에서 주거와 자본, 사회적 규칙 속에서 살아가는 몸의 감각으로 확장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국동완의 작업은 2007년부터 이어온 꿈의 기록에서 출발해 개인의 기억과 감각을 붙잡고 다시 읽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초기 작업에서 꿈은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야 할 기록의 대상이었고, 기록된 문장과 이미지는 이후 새로운 해석을 위한 재료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꿈의 의미를 밝혀내는 일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 자신의 기록을 다시 바라보고 다른 의미를 발견하는 반복적인 과정이었다. 기록과 재독, 번역이라는 흐름은 이후 주제가 변화하고 매체가 확장된 뒤에도 국동완의 작업을 이어주는 중심적인 방법으로 남는다. 

2010년대 중반부터 개인적인 경험은 현실에서 마주한 사건과 관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데칼코마니 라이프〉(2014)는 성장기의 집과 이웃에 관한 기억에서 출발했고, 〈A Ferry〉(2014–2016)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시간과 애도의 감정을 장기간의 드로잉으로 남겼다.

특히 〈A Ferry〉에서 작가는 세월호를 그리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대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그리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후 '나는 셋 아니 넷 아니 다섯'(2020)에서는 임신과 출산, 태아를 둘러싼 기억과 상상이 신체와 언어의 관계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사건을 다루면서도 외부에서 주어진 대상을 자신의 감각과 기억 속으로 받아들이고, 손의 움직임을 통해 다시 밖으로 꺼내는 구조가 반복된다. 

완성된 작업을 새로운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 태도 역시 꾸준히 이어진다. 드로잉은 그 자체로 종결되지 않고 잘리고, 확대되고, 재배열되며 책이나 콜라주, 회화로 이동한다. 〈A Ferry〉는 서른 개의 장면으로 분절되어 아티스트북으로 재구성되었고, 〈데칼코마니 라이프〉의 세부는 '900x Magnification' 연작으로 확대되었다.

'나는 셋 아니 넷 아니 다섯'에서도 개별 형상을 다시 분류하고 결합하는 작업이 뒤따랐다. 국동완에게 과거의 이미지는 보관된 결과물이라기보다 다시 읽고 변형할 수 있는 자료에 가깝다. 이전 작업에서 발견한 선과 도상, 제작법이 다음 작업의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작품 사이에 긴 시간의 연결이 만들어진다. 

2022년 '방향 연습'과 〈불장〉은 이러한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관심의 범위를 주거와 자본, 사회적 규칙으로 더욱 넓힌 사례다. 자유연상을 따라 움직이던 손에 상승은 빨강, 하락은 파랑이라는 외부의 규칙을 부여하면서 작가는 자신의 익숙한 드로잉 방식을 의도적으로 흔든다. 규칙에 순응하는 과정에서 느낀 답답함은 선을 지우고 흐트러뜨리는 행위를 통해 다시 새로운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에는 빨강과 파랑이라는 제약 자체를 변주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이처럼 국동완의 지속성은 동일한 형식이나 소재를 반복하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손으로 반응하고, 그 결과를 다시 관찰한 뒤 다음 방법을 고안하는 순환이 오랜 작업을 관통한다. 변화하는 삶의 조건에 맞추어 질문과 규칙을 계속 수정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기록의 축적과 방법의 갱신이 함께 진행되는 궤적을 보여준다. 

Works of Art

개인의 무의식을 통해 연결되는 현실의 보편적인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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